이제 관이 혼자 정부서비스를 주도해서는 발전하기 어렵다. 해외 여러나라에서 민과 관의 소통을 위해 운영되고 있는 다양한 제도를 살펴봤다.
주민참여예산제의 발원지, 브라질 포르투알레그레
브라질의 도시 포르투알레그레는 인구 130만명의 작은 도시로 공공투자부문에 대한 예산을 주민들이 직접 참여해 결정하는 주민참여예산제의 발원지다. UN에서 ‘행 정투명성을 보장하는 가장 혁신적인 방법 중 하나’로 평가받은 주민참여예산제는 매년 3월 시의 16개 지역 각각의 지역총회에서 시작된다. 많게는 1000명이 넘게 참석하는 총회에서는 지난해의 계획과 예산을 검토하고 자신들을 대변할 대의원들을 선출한다. 이 과정에서 시장과 참모들이 회의에 참석해 주민들의 질문에 답변하 기도 한다. 지역별 총회는 모든 이에게 개방되어 있지 만, 지역 주민에게만 표결권이 있으며 교통, 보건·사회 복지, 경제 개발·조세, 도시 개발, 교육·레저 등의 예산을 배분하고 결정한다.
7월부터 매주 1회 개최되는 평의회를 통해 예산이 사용될 곳을 구체적으로 정하고 연말에 시의회에 제출하면 의원들이 승인하는 과정을 거친다. 이 과정에서 평의회는 시의원들을 개별적으로 만나거나 의사당 밖에서 대규모 집회를 통해 의회에 압력을 가하기도 한다. 공공 사업의 예산을 주민들이 직접 결정하도록 하는 주민참여예산제를 통해 포르투알레그레시는 만연했던 부패와 행정 실수를 줄일 수 있었다. 특히 주택 분야에 있어 기존의 무차별적인 재개발 과정을 주민참여예산제 도입후 주민들의 결정으로 영구임대주택을 건설하는 등 주택 정책 부분의 변화가 두드러졌다.
인도 ‘그람 사바(Gram Sabha)’
1993년 지방자치제도를 도입한 인도는 스스로를 ‘세계 최대의 민주주의 국가’라고 지칭한다. 인도의 지방자치 제인 ‘판차야트 라지(Panchayat Raj)’는 주민들이 직접 참여하는 주민총회인 ‘그람 사바(Gram Sabha)’를 통해 운영되는데, 성인들로 구성된 그람 사바는 가난한 사람 이나 여성 등 모든 주민에게 동등한 기회를 부여해 지역의 모든 주민들이 마을의 문제를 논의하고 결정하는 기능을 하며 집행 기관의 투명성과 책임성을 확보하는 역할을 한다. 지역별로 구성된 그람사바는 참여하는 주민의 수가 많을 경우 다시 더 작은 마을 수준의 총회(Ward Sabha)를 운영하기도 한다.
그람 사바에서 다루는 주요 쟁점들은 예산과 결산, 과세, 행정, 지역 계획, 복지, 사회적 화합, 주민 참여의 독려 등이다. 최근에는 사회 감사(Social Audit) 기능이 강조되고 있는데, 선거로 뽑힌 지역 대표와 공무원의 집행활동을 감시해 부정부패와 비효율성을 억제하는 데 목적이 있다. 총회는 주별로 차이는 있지만 최소 연 2회에서 4회 개최하도록 규정되어 있으며 그람 사바 구성원의 일정 수 이상이 요구할 경우 임시회를 개최할 수 있다. 인도의 경우 가부장적인 사회문화와 카스트제도의 뿌리가 깊어 하위 카스트와 여성의 참여가 저조하다는등 다양한 문제점도 발생하고 있지만, 그람 사바를 통해 지역 개발과 행정을 활성화하고, 농촌의 빈곤과 권력 구조의 변화, 주민자치와 자조의식 강화, 여성 참여 확대, 부패 방지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호주 ‘선거구 위원회 (Precinct Committee)’
호주에는 지역의 문제와 관심사를 정기적인 모임을 통해 논의하는 선거구위원회(Precinct Committee)가 있다. 선거구 내에 살고 있는 모든 주민들은 선거구위원회에 참여할 수 있고, 선거구회의의 대표는 투표로 선출된 주민이 자원봉사의 형태로 참여한다. 선거구회의는 매달 현지 신문 광고를 통해 공지되며 회의 의제는 우편을 통해 모든 주민에게 발송된다. 주민들은 선거구 위원회에서 논의되고 합의된 결과를 통해 해당 지역정부의 정책 이나 의사 결정에 적극 관여할 수 있고, 지역정부에는 이를 전담하기 위한 공무원도 배치되어 있다.
호주 지방자치법을 근거로 만들어진 선거구 위원회는 지역과 관련된 소득과 분배에 대한 정보 공유, 시의회와 지역 주민들 사이의 밀접한 커뮤니케이션, 지역사회 여러 가지 문제 개선과 발전 등을 목표로 주민의 다양한 목소리를 행정에 더 많이 반영하기 위해 건축, 개발, 폐기물, 교통 등 행정 전반에 대한 논의, 공개 포럼 등을 거친다. 위원회에서 논의된 내용들은 주정부에 보고되며, 주정부는 정책을 수립할 때 선거구 위원회의 자문을 구하기도 한다. 주정부는 지역정부의 의사 결정에 주민의 의견이 충분히 반영될 수 있도록 정책·행정 서비스와 관련된 정보를 정기적으로 위원회에 제공하기도 한다. 시드니에 속한 웨이벌리(Waverley)시의회의 경우 자신들의 결정과 정책 진행 과정에 지역 주민들이 참여할수 있도록 20년이 넘는 기간 동안 선거구위원회를 지원 해 왔으며, 시의회 홈페이지에는 지역 주민들이 보기 쉽게 선거구위원회의 역할과 책임에 대한 팜플렛과 정보를 게재해 언제든 열람할 수 있도록 했다.
미국 ‘코드 포 아메리카 (Code for America)’
미국의 코드 포 아메리카(Code for America)는 정부가 시민의 힘을 통해 시민들이 더 좋은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지원 하는 비영리단체다. 이들은 보건·복지, 경제 개발, 안전, 주민 참여 4가지 분야에 중점을 두고 오픈소스 기술과 인적 네트워크 구축, 정보 공유 등을 통해 주민 참여를 통해 정부서비스를 효과적으로 바꿔나갈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코드 포 아메리카의 가장 큰 특징은 ‘펠로우십(Fellowship)’ 과 ‘브리게이드(Brigade)’ 프로그램이다. 펠로우십은 지역정 부와 개발자를 매칭해 정부서비스를 개선해 나가는 것으로, 총 11개월간 진행되는 펠로우십에 참여하면 지역의 문제와 상황을 우선 파악하고 문제 해결을 위해 부처 간의 협력과 다양한 사람들의 아이디어들을 연결하는 역할을 하며, 지역의 발전을 위해 앱을 개발하거나 각종 정보를 공개하고 행사를 주최하기도 한다. 펠로우십 프로그램보다 많은 사람들이 쉽게 참여할 수 있는 브리게이드 프로그램은 개발자, 주민, 시민사회 리더 등이 참여하며 자원봉사를 통해 커뮤니 티를 활성화하고 지역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함께 노력 한다. 이 외에도 코드 포 아메리카는 새로운 기술과 다양한 방법을 통해 문제를 해결한 사례를 공유하거나 해외 정부의 혁신 사례 등을 공유하며 정부의 혁신을 실현하는 한편, 지역의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