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방자치가 실시된 이후 현재까지 특별지방행정기관의 정비는 지방분권을 확대하기 위한 주요 현안과제의 하나로 다루어져 왔다. 이는 특별지방행정기관의 관장기능이 지방자치단체가 제공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점과 더불어 특별지방행정기관의 기능이관으로 자치사무의 범위를 확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실적으로는 다양한 이유로 인하여 특별지방행정기관의 정비가 실현되지 못하였다. 특별지방행정기관의 정비가 당초의 계획과 달리 부진했던 주된 이유로는 중앙정부의 소극적 대응과 더불어 이를 효과적으로 극복하기 위한 정책결정권자의 적극적 의지가 부족한 것이 지적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역대 정부에서 추진된 특별지방행정기관의 정비정책이 일관성을 확보하지 못했고, 나아가 정부 간 단절적 또는 반복적 현상을 보였던 것도 지적되고 있다.
이제 민선자치 20주년을 맞은 시점에서 특별지방행정기관의 정비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라 하겠다. 이에 따라 역대 정부의 특별지방행정기관 정비정책을 분석하고, 그 결과에 기초하여 조속한 이관의 방법을 모색해 보고자 한다.
역대 정부의 특별지방행정기관 정비정책
1. 정비정책
김대중 정부에서는 특별지방행정기관의 정비를 중앙기능의 지방이양을 위한 목표의 하나로 제시하였다. 즉, 중앙기능의 지방이양을 위하여 교육자치제와 자치경찰제를 도입하고, 동시에 중앙부처 소속의 특별지방행정기관의 기능을 이양하되, 특별지방행정기관의 기능이양은 지방자치단체의 고객지향적 서비스를 강화하는 것에 목표를 두었다. 이에 따라 10개 부처 375개 특별지방행정기관을 대상으로 지방자치단체의 의견을 수렴하여 정비대상을 선정하였으나, 중앙부처의 강한 반발로 구체적인 정비결과를 도출하지 못하였다.
노무현 정부에서는 김대중 정부와 마찬가지로 중앙기능의 지방이양 확대를 위한 일환으로 특별지방행정기관의 정비를 제시하였다. 당초에 9개 기관(중소기업, 노동, 통계, 국도하천, 해양수산, 산림, 환경, 보훈, 식의약품)을 대상으로 중앙부처와 지방자치단체의 의견수렴을 거쳐서 최종적으로 선정된 정비대상은 6개 기관이고, 3개 기관은 그대로 유지하는 결정을 하였다. 6개 정비대상도 2개 기관(중소기업, 식의약품)은 전체를 지방으로 이관하고, 2개 기관(국도하천, 해양수산)은 이관 후 대체 사무소를 신설하며, 2개 기관(노동, 환경)은 일부 기능만 이관하는 것으로 결정하였다. 그러나 노무현 정부 초기의 적극적인 정책추진 노력에도 불구하고, 실제 특별지방행정기관의 정비는 제주특별자치도에 일괄이양을 추진한 것 외에는 무산되었다. 제주특별자치도 이관은 제주도의 특성을 반영하기 위한 목적으로 추진되어 당초 8개 기관이 검토되었으나, 최종적으로 7개 기관을 이양방식으로 이관하였다. 노무현 정부에서 특별지방행정기관의 정비가 실패한 원인은 다양한 측면에서 지적되고 있으나, 핵심적인 원인은 결국 중앙정부의 반대라 하겠다. 특별지방행정기관의 정비는 본질상 중앙정부의 권한과 사무를 지방자치단체로 이양하는 것으로 기존의 권한과 사무의 상당부분이 지방으로 이양되고, 이에 따라 인력과 예산의 축소 역시 불가피하다는 점이 중앙정부의 반대를 야기하는 이유이다. 이명박 정부에서 특별지방행정기관의 정비는 권한 및 기능 재배분의 일환으로 제시되었다. 이명박 정부는 출범과 동시에 행정안전부와 지방자치단체의 합동작업단을 구성하여 ‘특별지방행정기관 정비방안’을 마련하였다. 이에 따르면, 1단계로 국도·하천, 해양·항만, 식·의약품 등 3개 분야를 우선적으로 정비하고, 2단계로 노동, 보훈, 산림, 중기, 환경 등 5개 분야를 대상으로 정비방안을 마련하는 것이다. 그 결과로 1단계 정비대상인 3개 분야에 대해서는 위임형식으로 사무를 이관하고, 도로·하천분야 48명, 해양·항만분야 59명 및 식·의약품분야 101명 등 모두 208명의 인력을 지방자치단체로 이관하였다.
2. 정비정책 한계
전술한 바와 같이 역대 정부에서 특별지방행정기관의 정비를 지속적으로 추진하였음에도 기대만큼의 성과를 확보하지 못한 원인은 정책수립과 정책추진으로 크게 구분하여 찾아볼 수 있다.
정책수립 측면에서는 다음과 같은 원인들이 정책부진에 영향을 미쳤다. 우선, 정책의 수립과정에서 노무현 정부를 제외하면, 전반적으로 이해관계자의 광범위한 의견수렴이 확보되지 않아서 실제 추진과정에서 다양한 반발을 초래하였다는 점이다. 물론 중앙부처의 의견까지 광범위하게 수렴한 노무현 정부에서도 실제 집행과정에서는 여전히 중앙부처의 반발이 발생되었다.
다음, 역대 정부별로 일부기관을 제외하고는 정비대상에서 차이를 나타냄으로써 정부간 정책의 일관성을 확보하지 못하였다는 점이다. 예를 들면, 역대 정부에서 환경보전 분야만 공통적인 정비대상이고, 나머지는 각 정부별로 정비대상에 포함되거나 또는 제외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처럼 정비대상의 가변성은 특별지방행정기관의 정비정책이 정부단위별로 새롭게 수립되고 추진됨으로써 연속성을 상실하는 원인이 된 것이다.
정책추진 측면에서는 우선, 특별지방행정기관의 정비에 대한 최고결정권자인 대통령의 추진의지가 점차 약화되어 여타의 국정과제에 비하여 비중이 낮아지고, 따라서 강력한 동력을 확보하지 못했다는 점을 지적할 수 있다. 또한, 특별지방행정기관의 정비에 대한 중앙부처의 저항이 강력하여 다양한 반대논리를 지속적으로 제기하여 왔다는 점이다. 뿐만 아니라 당초의 기대와 달리 일부 특별지방행정기관의 정비 결과 기능이관 이외의 인력과 재원이 동시에 수반되지 않음으로써 지방자치단체의 수용의지 역시 높지 않았다는 점을 들 수 있다.
특별지방행정기관의 합리적 정비방향
박근혜 정부에서도 특별지방행정기관의 정비는 분권정책의 하나로 채택하고 있다. 「지방분권 및 지방행정체제개편에 관한 특별법」 제12조에 근거하여 강력한 지방분권 기조의 확립과 실천을 위하여 특별지방행정기관을 정비하는 것으로 제시하고 있다. 이에 따라 시행계획에서 1단계로 기존의 의결사무를 지방으로 이양하고, 2단계로 추가적인 정비사무를 발굴하는 단계적 실천을 모색하고 있다.
그러나 전술한 역대 정부의 정비정책에서 보듯이 특별지방행정기관은 계획대로 추진되는 것이 쉽지 않다. 따라서 보다 체계적이고 전략적인 접근이 수반되어야 한다. 이와 같은 관점에서 특별지방행정기관의 조속한 이관을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접근이 필요하다. 우선, 정부간 정책의 연속성을 확보하는 것이 우선되어야 한다. 이전 정부의 정책과 별도로 정부별 정비정책을 새롭게 수립하는 한 역대 정부에서 나타난 시행착오가 반복될 개연성이 높고, 나아가 특별지방행정기관의 조속한 이관은 기대하기 어렵다. 이러한 점에서 보면, 박근혜 정부가 이전 정부에서 이관이 확정된 사무를 승계하는 것은 매우 바람직한 것이라 하겠다. 다음으로 정권 초기에 특별지방행정기관의 정비가 강력하게 추진될 필요가 있다. 정권 후기에는 정비동력이 떨어지고 반대로 중앙부처의 반발이 강력하게 대두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그만큼 정책의 성공 가능성은 낮아진다. 이와 같은 현상은 역대 정부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난 현상이므로 박근혜 정부에서 성공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반드시 고려하여야 한다.
특별지방행정기관의 정비결과를 해당부처의 장관이 직접 책임을 지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될 필요가 있다. 지금까지 특별지방행정기관의 정비가 성공적인 결실을 거두지 못한 원인의 하나가 해당부처의 장관이 직접 책임을 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부처별 충분한 동력을 확보하지 못한 것에도 원인이 있다. 마지막으로 지방자치단체의 수용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사무의 이양뿐만 아니라 인력과 재원이 동시에 수반되어야 한다. 이 역시 박근혜 정부에서 이전 정부의 시행착오를 충분히 반영하고 있어서 다행인 것으로 판단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