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0년대부터 본격화된 세계화·개방화의 흐름에 대처하기 위해 정부는 제주지역에 한해 교육 및 의료개방 등의 정책을 실시하고 이를 통해 국제자유도시를 조성해 나가고 있다.
국제자유도시는 행정규제를 폭넓게 완화하고 국제적 기준을 적용함으로써 제주를 사람·상품·자본의 이동이 자유로운 경쟁력 있는 지역으로 만들고자 하는 구상이다. 국제자유도시 조성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지역의 자율성과 창의성을 구현할 수 있게 중앙행정기관의 권한 이양이 필요하나 종전의 방식으로는 한계가 있을 수 있다. 그동안 정부의 권한 이양은 대통령령 또는 총리령, 전국을 대상으로 하는 권한 이양 법률에 의하여 추진되었으므로 지역 실정에 맞는 권한 이양에는 어려움이 따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여타의 자치단체와는 다른 자치권, 즉 중앙정부의 권한을 대폭 이양하여 지역운영의 자율권을 최대한 보장하는 ‘제주특별자치도’를 설치하게 된 것이다. 그리고 제주특별자치도에 한한 권한 이양을 규정하는 한지법(限地法)인 제주특별법을 통해 제주에 맞는 권한 이양이 보장되고 있다.
이러한 제주특별자치도 권한 이양의 의미는 제주특별법 제1조 ‘이 법은 종전의 제주도의 지역적·역사적·인문적 특성을 살리고 자율과 책임, 창의성과 다양성을 바탕으로 고도의 자치권이 보장되는 제주특별자치도를 설치하여 실질적인 지방분권을 보장하고, 행정규제의 폭넓은 완화 및 국제적 기준의 적용 등을 통하여 국제자유도시를 조성함으로써 국가발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 에 잘 나타나 있다.
또한 제12조에서 규정된 외교·국방·사법 등 국가존립사무를 제외한 중앙행정기관 권한의 단계적 이양 추진에 따라 단계별 제도개선이라는 이름으로 권한 이양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오고 있다. 단계별 제도개선은 다섯 차례 이루어졌다. 지난 7월 6일 국회 본회의에서 의결된 5단계 제도개선을 제외한 1~4단계 제도개선에서 총 3839건의 제도개선이 이뤄졌다. 그 내용을 정리하면 <표1>과 같다.

이러한 권한 이양을 통해 나타난 주요성과는 첫째, 자치분권 실현과 정책 자율성 확대이다. 도 차원의 감사위원회 설치, 전국 최초의 자치경찰제도 도입 등을 통해 선도적·시범적 자치분권을 실현하고자 하였고, 총액인건비제도 배제나 정원책정의 자율성 부여, 직군·직렬 통합허용과 같은 특례로 조직·인사 운영의 자율성을 확보할 수 있었다.
둘째, 관광·교육 등 서비스 산업 특례 확대로 핵심 산업육성의 기반을 마련하였다는 점이다. 외국인 카지노 허가 권한 이양이나 영어교육도시 내 국제학교 설립·운영의 자율성 확보 등과 같은 제도개선이 이를 보여준다.
셋째, 노 비자(No Visa) 입국 확대 등 출입국 관리제도 개선, 투자진흥지구 관련 제도개선 등을 통해 투자유치 확대와 관광객 증가의 기반을 마련했다는 점이다.
이러한 성과들은 구체적인 지표에서도 엿볼 수 있다. 관광객은 특별자치도가 출범했던 2006년에 531만명이었으나 2014년에는 1277만명으로 증가했다. 특히 외국인관광객은 2006년에 46만명이었으나 2014년에는 333만명 수준까지 7배 넘게 급증했다. 국세징수액은 최근 5년간 연평균 증가율에 있어 전국은 3.9%이나 제주의 경우 13.2%의 증가율을 보이고 있다. 제주의 인구는 점점 증가세로 2014년에는 순유입인구 1만1112명으로 전국 3위를 기록하였고 사상 처음 1만명을 넘어서기도 하였다. 영어교육도시 내 국제학교도 KIS, NCLSjeju, BHA 등 3곳이 운영 중이며 2017년에는 미국의 세인트존스베리아카데미가 개교 예정이다.
이처럼 중앙행정기관 권한 이양으로 많은 성과가 있었지만 앞으로 개선해야 할 점도 다수 존재한다.
첫째, 앞으로 남아 있는 권한 이양 대상은 매우 어려운 과제들이라는 점이다. 앞서 언급하였듯이 3839건의 권한이 이양되었지만 난제 제도개선은 미해결 상태이다. 특히 재정과 관련된 사항이 그렇다. 재정 특례는 정부가 가장 난색을 표하는 과제이다. 제주자치도 내 징수된 국세의 이양, 보통교부세 법정률 3% 제도 보완 등과 같은 과제는 국가재정운용을 변동시키고 타 지역과의 형평성 문제를 유발한다는 이유로 수용되지 않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면 다른 논의구조를 갖는 방안도 모색해야 할 것이다. 예를 들어 제주의 관광, IT, 청정에너지 산업 등의 육성을 위한 재정 특례를 부여하여 국가 경제발전과 연계할 수 있는 방안이나 제주도가 스스로 성과를 더욱 낼 수 있도록 유인하는 도내 국세징수액 이양 방안이 그에 부합할 것이다.
둘째, 제주특별자치도지원위원회(이하 “지원위원회”) 사무기구 존속기한 상설(연장) 문제이다. 제주특별법 제7조에 따라 지원위원회는 권한 이양에 관한 사항을 심의하고 있으며 제8조에는 지원위원회의 사무를 처리하는 사무기구의 설치가 규정되어 있다. 이 사무기구의 운영기한은 현재 2016년 6월 30일까지로 되어 있다. 지방자치도 올해 20주년이 되었지만 완전히 정착되었다고 말할 수 없듯이 내년이면 10년이 되는 특별자치도도 정착하기에는 아직 시간이 필요하다. 그 정착을 위해서는 국가 차원의 지속적인 지원이 필요하며 그 매개체가 되는 것이 바로 지원위원회 사무기구이다. 미해결된 권한 이양의 해법을 강구하기 위해서는 사무기구 존속기한 상설(연장)이 필요하다.
셋째, 이양된 권한을 더욱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문제이다. 그동안에는 권한 이양에만 집중한 나머지 이양된 권한을 활용하는 것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관심이 적었다. 지방에 권한을 이양했더니 중앙행정기관이 갖고 있을 때보다 더욱 성과가 창출된다는 인식이 제고될 때 특별자치도가 대내외적으로 높게 평가받을 수 있을 것이다. 4단계 제도개선까지 3839건임을 고려할 때 권한 활용실태를 파악하는 것이 쉽지는 않으나 시간이 걸리더라도 이를 점검하는 체계가 필요하다. 또한 정책역량과 상관관계가 높은 문제인 만큼 공무원들이 이양 권한을 잘 활용할 수 있도록 교육이나 중앙정부의 경험 공유 등도 중요하다.
넷째, 입법관리 강화이다. 그동안의 특례 이양이나 4단계 제도개선에서의 119개 법률 일괄 이양 등으로 제주특별법은 연관 법령이 무척 방대해졌다. 연관 법령이 무려 618개(법률 224, 시행령 220, 시행규칙 174)로 사례를 찾기 힘든 독특한 법 구조이며 앞으로의 권한 이양을 생각하면 그 개수는 더욱 늘어날 것이다. 이러한 연관 법령의 제·개정사항을 적기에 반영해야 원활한 법 적용과 집행이 가능할 것이다. 이 부분은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에 중앙정부의 도움이 필요하다. 이에 법제처와 협약을 통해 정부입법 모니터링 시스템 구축을 시도하고 있다. 또한 도 차원에서도 연관 법령 반영 체계 구축과 입법 관리 전담 조직의 신설 검토를 강구하고 있다.
제주특별자치도는 내년에 출범 10년이 된다. 앞서 올해 20년이 된 지방자치도 아직 성인으로 성숙했다고 말하기 어렵다고 언급했다. 특별자치도는 이제 겨우 초등학교 3학년의 나이로 아직 독립적인 성인이 되기에는 시간이 더욱 필요하다. 한편으로 그 나이인 만큼 무궁무진한 성장가능성과 잠재력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지켜보아야 할 필요도 있다. 그동안의 권한 이양 성과는 계속 유지될 수 있도록 하고 앞으로 개선해야 할 점은 더욱 가다듬어 성숙한 자치모델로 나아갈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