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장애인의 현실 개선 방안 – 특별 좌담회

시각장애인의 웹 접근성을 높인다는 것은 비장애인들의 편의를 높이는 것과 같은 일이다. 시각장애인에게 제공되는 편의는 시력이 떨어지는 노약자나 어린아이에게도 똑같이 서비스의 편의성과 확장성을 높이는 역할을 한다.
시각장애인에 대한 편의 제공은 결코 ‘혜택’이 아니라 당연히 누려야 할 ‘권리’이다. 참석자들은 사회 인식 개선을 통해 시각장애인뿐만 아니라 고령자와 일반인 모두를 위한 환경 조성이 필요하다는데 의견을 같이 했다.

 

[참석자]

이영애 : 본지 발행인

박상현 : 자유소프트 대표이사

이승민 :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 동작지회장

문귀현 : 광주시 사무관(시각장애인)

곽남희 : 종로구 인명 장애인 자립생활센터

 

이영애 월간 지방정부 발행인_오늘 좌담회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여러분의 현실을 듣고, 어떤 점을 개선해야 하는지 파악해서 관계기관에 전달할 생각입니다. 현재 여러분들이 겪고 있는 불편함이 무엇인지 알아보고, 함께 해결방안을 모색해 보는 자리가 되었으면 합니다. 시각장애인의 현안은 무엇입니까?

 

이승민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 동작지회장_시각장애인을 위한 서비스는 디지털 기술 발전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인공지능과 첨단 장비들이 계속 등장하지만, 시각장애인들은 필요한 정보에 접근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곽남희 종로구 인명 장애인 자립생활센터_점자 사용이 강조되고 있지만, 실제로 점자를 익힌 시각장애인은 많지 않습니다. 선거 공고물 같은 중요한 정보가 여전히 CD로 제공되기도 합니다. 요즘은 CD 플레이어나 해당 기능이 탑재된 컴퓨터도 거의 없는데 말입니다.

 

문귀현 광주광역시 사무관_공무원 사회에서도 장애인 의무고용이 단순히 비율 채우기에 그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시각장애인 공무원들은 자신이 맡은 업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해 자존감에 상처를 받는 일이 있습니다. 개인정보 보호 문제로 보조 인력을 활용하지 못하는 것도 큰 어려움입니다.

 

이영애_이승민 지회장님, 현장에서 시각장애인들의 목소리를 많이 듣고 계시죠? 지금의 현실에서 어떤 어려움들이 가장 크게 느껴지시나요?

 

이승민_서비스나 정책이 장애인의 요구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 계속 지적됩니다. 전문가 집단이 대중을 대표하지 못할 때도 많습니다. 특정 업체에서 편의시설 관련 시제품을 가져와도 처음엔 불필요해 보이지만, 실제 이용자들이 “이게 있으면 편리하겠다”고 역제안을 주시곤 합니다. 그럴 때마다 제 자신이 대중을 제대로 대표하지 못했다는 걸 느낍니다.

 

이영애_현장에서 일하는 공무원들도 비슷한 상황을 겪고 있을 것 같은데요. 공무원입장에서 말씀해 주시죠.

 

문귀현_저는 공무원으로서 시각장애인을 접할 기회가 많지는 않습니다. 동사무소에 근무할 때가 유일했던 것 같아요. 당시 상담 중에 동료가 연필로 써둔 낙서를 지웠는데, 장애인 민원인께서 그걸 오해하셨던 일이 있었습니다. 이처럼 현장에서의 경험은 사람마다 다르기 때문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항상 고민이 됩니다.

공무원 사회에서는 여전히 장애인 고용이 단순한 비율 채우기로 그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시각장애인은 비장애인보다 더 많은 노력을 들여 공무원이 되지만, 정작 입사 후에는 자존감을 상하게 되는 일들이 많습니다. 개인정보 문제로 보조 인력을 충분히 활용하지 못하는 점도 해결이 필요합니다.

 

이승민_서울시는 근로지원인을 공무원 조직에 도입했지만, 예산이 부족해 모든 사람에게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업무지원인 제도가 시범 운영 중이라 예산이 충분히 확보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제도가 정식화되고 예산이 늘어나면 많은 문제들이 해결될 수 있을 것입니다.

 

이영애_이번에 의정부시에서 일어난 불행한 사건에서 안마사 자격증 문제도 이야기되던데요, 안마사들이 시술소 외에서는 일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인가요?

 

이승민_네, 현재 법상 안마사는 개설된 시술소 외에서는 일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공익적 목적으로 운영되는 경우에는 관례적으로 허가를 받고 있습니다. 개설권 규정을 완화하면 더 많은 공공기관이나 기업이 안마사를 고용할 수 있을 것입니다.

 

문귀현_실제로 안마와 같은 헬스케어 서비스를 공공기관에서 제공한다면 장애인 고용을 확대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공무원 조직 내부에서는 여전히 인식의 변화가 필요합니다. 과거에 경기도청에서 시범 운영을 시도했지만, 공무원들의 반발로 중단되었습니다. 장애인 고용과 관련된 인식 개선이 필요합니다.

 

이영애_기업들도 이 제도를 활용해 장애인 고용률을 채우고 있다고 하셨죠?

 

이승민_네, 일부 대기업에서는 이미 연계 고용을 통해 장애인 고용률을 맞추고 있습니다. 하지만 법 개정을 통해 꼼수로 이용되는 것을 방지해야 합니다.

 

박상현 자유소프트 대표이사_저희 회사에서도 시각장애인을 고용해 회의록 작성을 맡겼는데, 오히려 비장애인보다 더 효율적이었습니다. 청각이 예민하기 때문에 빠르게 타이핑하고, 업무 성과도 좋았습니다.

 

이영애_이제 주제를 바꿔 시각장애인들의 문서 접근성, 웹 접근성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고자 합니다. 먼저 박상현 대표께서 현재 상황에 대해 간략히 설명해 주시겠어요?

 

박상현_현재 지능정보사회진흥원에서 각 지자체 웹페이지에 WA( Web Accessibility) 마크를 부여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인증은 1년에 한 번만 진행되기 때문에 실질적인 사용자의 불편함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습니다. 게다가 시각장애인 공무원들에게 스캔된 문서만 제공하는 등 배려가 부족한 경우가 많습니다.

해외에서는 웹 접근성 인증 시 모든 콘텐츠에 대체 텍스트를 포함하도록 규정합니다. 예를 들어, 이마트는 쇼핑몰의 사진에 대체 텍스트를 넣지 않아 손해배상을 한 사례도 있습니다. 그런데 정작 우리나라의 공공기관은 이처럼 엄격하게 접근성을 준수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영애_시각장애인들의 문서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제정된 법규들에 대해 알고 계신 분이 계시면 설명해 주시겠습니까?

 

박상현_장애인차별금지법은 차별을 금지하는 기본적인 법이고, 이를 기반으로 디지털 콘텐츠에는 대체 텍스트를 제공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웹 콘텐츠에 포함된 모든 문서와 콘텐츠는 스크린 리더 등 보조기구를 통해 시각장애인들이 접근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이영애_그렇게 규정이 되어 있는데 알고 계셨나요?

이승민_들어본 적은 있지만, WA 마크에는 허점이 있습니다. 이 마크는 웹사이트의 첫 페이지에 접근성 기준을 충족하면 부여됩니다. 예를 들어, EBS 웹사이트는 WA 마크가 부여된 곳 중 하나입니다. 그러나 회원 가입 절차에서 스크린 리더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문제가 발생합니다. 이런 점을 고려한 상세 조항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영애_WA 마크는 누가 부여하나요?

 

박상현_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한국전파연구소가 위임받아 부여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WA 마크를 부여하는 기관은 몇 곳 안 되며, 민간 기관에서 모든 웹사이트를 다 평가하기 어렵습니다. 인증 절차는 한 번만 진행되고, 그 이후로는 새로운 콘텐츠가 계속 추가되더라도 관리되지 않습니다.

 

이승민_나이스(NICE) 정보 시스템이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이 시스템은 공무원과 교사들이 사용하는데, 최근 WA 마크를 받았습니다. 그러나 첫 페이지에서만 접근성을 충족할 뿐, 내부 버튼이나 사용자 이름은 여전히 인식되지 않습니다. 이 점에서 WA 마크의 실효성에 대한 논란이 많습니다.

 

이영애_그럼 WA 마크를 위반해도 별다른 제재는 없나요?

 

박상현_독일에서는 이마트와 같은 사례에서 변호사를 통해 개인이 손해배상을 청구한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웹 접근성 미흡으로 소송을 제기한 사례는 드뭅니다. 다만 키오스크와 관련된 접근성 문제는 논의된 적이 있습니다. 새로운 WA 마크 지침이 2026년에 반영될 예정이라고 들었습니다. 개인정보 보호 방침처럼, 기관이 준수해야 할 접근성 기준을 명시하고 이를 공개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문귀현_공무원으로서 제게 부여된 업무를 수행해야 하기에 깊이 접근하지는 못했습니다. 공직에서 장애인 보조기구 사용이 프로그램과 충돌하는 문제를 경험한 적은 있습니다. 하지만 방금 말씀하신 부분은 제가 직접 다뤄보지 않아 잘 모르겠습니다.

 

이영애_지방자치단체에서 시각장애인의 문서 접근성이 어느 정도 수준이라고 평가하시나요? 실제로 사용하고 계시니 그 점에 대해 말씀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문귀현_경증과 중증 장애에 따라 차이가 있는데요, 경증 장애인의 경우에는 어느 정도 접근이 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중증 장애인의 경우 실질적인 업무를 수행하는 데 큰 어려움을 느끼고 있습니다. 특히 조직이라는 것이 혼자서 일을 처리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 사람과 협력해야 하는 구조이기 때문에, 중증 장애인을 위한 배려와 지원이 부족한 상황에서는 근무가 매우 힘듭니다.

 

이영애_이승민 지회장님이나 곽남희 활동가님, 공무원과 협업할 때 문서 접근성 때문에 어려움을 겪은 적이 있으신가요, 그렇지 않은가요?

 

이승민_케이스마다 다르지만, 어떤 분들은 서비스가 개선되면 업무 부담이 늘어나 불만을 제기하기도 합니다. 반면, 또 다른 분은 자신의 능력이 제대로 평가되지 않아 단순한 문서 수발 업무만 맡게 된 데 대해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습니다. 결국 사람에 따라 의견이 달랐던 것이죠.

 

곽남희_저는 종로구청 사이트에 민원을 넣으려고 할 때 접근성 문제가 있다는 걸 느꼈습니다. 제목을 입력하는 부분까지는 괜찮았지만, 문서를 작성하려 하면 사이트가 튕기는 일이 반복됐습니다. 그래서 활동지원사에게 도움을 요청해 사이트를 다루게 했습니다. 스스로 민원을 처리하기 어려운 상황이 자주 발생하죠.

 

박상현_해외 웹사이트는 대체로 접근성이 잘 지원돼 있어 큰 불편 없이 정보를 얻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기본적으로 접근성 지원에 대한 인식이 부족합니다. 시각장애인이 파일을 읽을 수 있도록 점자로 변환하려 해도 이미지 파일 형태로 제공되면 전혀 읽을 수 없죠. 아주 간단한 인식의 변화로 개선할 수 있는 문제입니다.

 

곽남희_복지관에서의 교육도 문제입니다. 시각장애인들이 PDF나 PPT를 다루는 법에 대한 교육을 받기 어렵습니다. 복지관마다 교육 내용이 다르고, 특히 저시력인을 중심으로 수업이 진행되다 보니 전맹 장애인은 참여하기 힘든 경우가 많습니다.

 

문귀현_공무원들이 사용하는 모든 문서는 자동으로 접근성에 맞게 변환될 수 있도록 시스템이 구축되어야 합니다. 단순히 장애인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공무원이 사용할 수 있는 포맷으로 제공되어야 합니다.

 

박상현_‘유니버설 액세스(UA)’라는 표준을 활용하면, 비장애인과 장애인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현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공무원들 사이에서는 아직 이러한 표준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것이 문제입니다.

 

이영애_듣다 보니 굉장히 간단한 문제 같은데, 왜 이런 부분이 제대로 시행되지 않는 걸까요?

 

박상현:그동안 우리나라에서 사용된 PDF 프로그램에는 접근성 기능이 없었습니다. 반면, 외국에서는 이미 오래전부터 아도비(Adobe) 같은 프로그램을 통해 접근성을 지원해 왔죠. 이제는 우리나라 프로그램에도 접근성 메뉴가 생겼지만, 여전히 많은 공무원들이 이를 모르고 있습니다.

현재 정보사회진흥원은 민간 기관만 평가하고 있으며, 중앙정부나 지방정부는 평가 대상에서 제외돼 있습니다. 부처 간 협업이 부족해 이러한 사각지대가 생긴 것입니다. 미국의 ADA(장애인차별금지법)처럼 범부처 차원에서 통일된 지침이 필요합니다.

 

문귀현_개인적으로 해결할 문제가 아니라, 문서 작성의 틀 자체가 바뀌어야 합니다. 공공기관의 모든 문서가 자동으로 접근성을 보장하도록 시스템이 개선돼야 합니다.

 

이승민_처음부터 제대로 고려되지 않았기 때문에 이런 문제가 생긴 것입니다. 앱이나 프로그램을 개발할 때부터 접근성을 염두에 두고 설계해야 했습니다. 한국에서 만든 프로그램은 대부분 접근성이 부족합니다.

 

이영애_외국에서는 잘 되는데 우리나라에서는 안 되는 이유가 뭘까요?

 

이승민_개발 과정에서 접근성을 고려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개발비가 추가로 투입되면서 이중으로 예산이 낭비되는 상황도 발생하고 있습니다. 정책과 서비스가 더 늦춰지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박상현_MS 워드를 사용할 때는 이미지를 삽입하면 대체 텍스트를 입력할 수 있는 창이 자동으로 뜹니다. 하지만 아래아한글에서는 그런 기능이 제공되지 않죠. 미국에서는 문서뿐만 아니라 소프트웨어 접근성을 따로 평가하는 SA(SA: Software Accessibility) 기준이 있습니다. 우리나라에도 규정은 있지만, 조달청에서는 아직 이러한 소프트웨어 접근성을 제대로 평가하지 않고 있습니다. 미국에서는 SA 기준을 통과하지 못한 프로그램은 조달하지 않지만, 우리나라는 아직 이 부분이 미흡합니다. 예를 들어, V3 바이러스 백신 프로그램이 시각적인 팝업을 띄워도 시각장애인은 이를 인식할 수 없습니다. 이처럼 많은 프로그램들이 접근성을 고려하지 않은 채 사용되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우리는 외국 기준을 따라가면서도 불필요한 부분은 삭제하고, 인증에만 초점을 맞추는 경우가 많습니다. 왜 그러냐면, 개발업체들이 부담을 느끼기 때문입니다. 인증 절차가 복잡해지면 통과하기 어려울 거라는 이유로 빼버렸죠.

 

이승민_기본적으로 접근성은 시각장애인뿐만 아니라 고령자, 어린이, 문맹자 등 다양한 사람들을 위해 필요합니다. 편의성을 높이면 모두가 혜택을 볼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네이버 기사에서 스피커 아이콘을 누르면 기사를 읽어주는 기능이 있습니다. 이 기능은 시각장애인뿐만 아니라 고령자와 비장애인들도 자주 사용합니다.

 

곽남희_복지관에서 PDF나 PPT 같은 프로그램을 다루는 교육이 부족한 것도 문제입니다. 특히 전맹 장애인을 대상으로 한 교육이 거의 없고, 주로 저시력인 대상의 교육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문귀현_공무원들이 작성하는 문서가 자동으로 접근성을 준수하도록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 중요합니다. 공무원들이 매번 따로 작업할 필요 없이, 기본적으로 모든 문서가 접근 가능해야 합니다.

 

박상현_문서 작성 과정에서 조금만 더 신경 쓰면 큰 차이가 납니다. 단순히 스캔한 PDF를 제공하는 대신, 텍스트가 포함된 문서를 제공하면 됩니다.

 

이영애_공무원들이 이 문제를 얼마나 잘 인식하고 있을까요?

 

박상현_문제는 시스템이 미흡하다는 것입니다. 조달청과 같은 정부 기관에서 접근성 기준을 엄격히 적용한다면, 프로그램 개발자들이 큰 부담 없이 개선할 수 있을 것입니다. 소프트웨어 개발자는 프로그램에 키 할당 등 접근성을 고려한 기능을 추가하는 것이 어렵지 않습니다. 오히려 작은 변화로 큰 영향을 줄 수 있는 부분이죠.

 

이승민_접근성을 고려하지 않은 개발은 장기적으로 더 많은 비용을 초래합니다. 처음부터 모든 사용자에게 맞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불필요한 비용 낭비를 막을 수 있습니다.

 

이영애_사업주 입장에서도 사명감이 필요하지 않을까요? 이런 개발을 할 때 말입니다.

 

박상현_네, 제가 4년째 개발 중인 ‘점사랑’이라는 프로그램이 있습니다. 이 프로그램은 일반 문자를 점자로 변환해주는 소프트웨어인데,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와 국어연구원과 협력해 개발해왔습니다. 점자 코드가 여러 번 바뀌는 와중에도 꾸준히 개발해왔고, 지금은 스크린 리더의 사용이 훨씬 늘어났죠. 그래서 저희는 ‘센스리더’라는 스크린 리더 프로그램과의 호환성을 맞추는 데도 많은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이제는 개발이 거의 완료되어 널리 확산시키는 일만 남은 상태입니다.

 

이영애_공직자나 시각장애인들에게 이런 부분은 개선해야 한다고 느끼신 점이 있으신가요?

 

박상현_‘점사랑’을 개발하면서 시각장애인들의 의견을 많이 들었습니다. 공무원들에게도 이 프로그램을 소개하면 “이렇게 쉬운 거였나?”라며 놀라는 반응이 많았습니다. PDF 문서를 시각장애인도 이해할 수 있는 형식으로 변환하는 데 2~3분밖에 걸리지 않거든요. 이런 프로그램을 활용하면 대민 서비스의 수준이 크게 향상될 수 있습니다.

 

이영애_현장에서 이와 관련된 경험이 있으신가요?

 

문귀현_공무원이 시각장애인 민원인을 직접 만날 기회는 많지 않습니다. 또한, 공무원 자신이 시각장애인일 경우도 드물죠. 그래서 정보 습득과 문서 접근성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상황입니다. 보통 민원인에게는 문서를 출력해주기보다는 구두로 설명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시각장애인이 정보 공개를 요청한다고 해도, 그들이 시각장애인임을 밝히지 않는다면 일반인과 동일한 방식으로 파일을 제공할 뿐입니다. 이런 경우에 문서를 변환해야 한다는 생각조차 하지 못하는 게 현실입니다. 모든 문서에 접근성이 기본적으로 고려돼야 하고, 공무원들은 이를 전제로 업무를 수행해야 합니다. 하지만 현재는 이런 인식이 부족합니다.

 

박상현_대부분의 민원 처리가 이제는 웹사이트나 정보 공개 청구를 통해 이루어지죠. 그 과정에서 필요한 문서들도 자동화된 시스템으로 변환해 제공할 수 있습니다. 이미 서버를 통해 시각장애인이 접근할 수 있는 형태로 자동 변환해주는 솔루션이 존재합니다. 사실 접근 가능한 문서는 시각장애인만을 위한 것이 아닙니다. 겉으로는 일반 문서처럼 보이지만, 내부에 태그가 포함돼 있어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습니다. 한 번의 변환 작업만 거치면 이런 문서를 제공할 수 있습니다.

 

이승민_문제는 공통된 지침이 없다는 겁니다. 시각장애인이 요청하지 않아도, 모든 문서가 접근 가능하도록 만들어져야 합니다. 모든 문서가 처음부터 접근 가능하도록 만들어진다면, 별도의 공정 과정을 거치지 않아도 됩니다. 공무원들이 스스로 접근성을 준수하는 문서를 작성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합니다.

 

박상현_결국 처음부터 제대로 된 규정을 마련하지 않은 것이 문제입니다. 이제부터라도 중앙 컨트롤 타워에서 명확한 지침을 내려야 합니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공무원들이 접근성 기준에 맞는 문서를 작성하게 될 것입니다.

 

이영애_국회, 정부, 지방자치단체 등 어떤 기관에 바라는 점이 있으시다면 지정해서 말씀해 주시죠.

 

이승민_모두에게 해당되는 이야기이긴 하지만, 그래도 입법부인 국회에 바라는 점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국회에서 법을 만들 때 세부 조항까지 꼼꼼히 챙기지 못해 문제가 생기는 경우가 많습니다. 접근성과 같은 중요한 부분도 처음부터 제대로 반영하지 않아 문제가 발생하곤 합니다. 저희는 동작구에서 활동하고 있지만, 여러 지자체와 함께 일합니다. 그런데 각 지자체에서 제공하는 문서가 모두 다릅니다. 어떤 지자체는 접근성이 잘 갖춰져 있지만, 다른 곳은 전혀 그렇지 않은 경우도 많습니다. 이런 문제는 법과 제도를 통해 통일되면 자연스럽게 해결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문귀현_제 입장에서 말씀드리자면, 보건복지부에 개선을 요청하고 싶습니다. 장애인 의무고용 제도가 시행된 지 꽤 오랜 시간이 흘렀습니다. 이제는 고용 비율에만 집중할 게 아니라, 고용된 장애인들이 실제로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중요합니다. 고용노동부는 의무고용비를 어떻게 사용하는지 명확히 해야 하며, 그 비용을 고용된 장애인들의 적응을 돕는 데 사용해야 합니다.

 

이승민_제가 이와 관련해 정보 공개 청구를 통해 받은 자료가 있습니다. 2022년 자료에 따르면 의무고용비로 거둬들인 금액이 200억 원이 넘었습니다. 이 비용은 장애인 고용 촉진과 직업 적응 훈련에 사용해야 하지만, 실제로는 특정 직원의 월급이나 장비 구입에만 사용되고 있었습니다. 장애인고용공단은 의무 고용률을 채우기보다 이러한 비용이 제대로 사용되도록 관리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곽남희_법을 만들 때 처음부터 세심하게 다듬어야 한다는 두 분의 말씀에 동의합니다. 특히 종로구는 시각장애인이 많이 거주하는 지역임에도 불구하고 점자블록이 부족한 곳이 많습니다. 이런 부분들이 개선됐으면 좋겠습니다.

 

박상현_저는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웹 접근성 평가가 의무화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민간 기업은 매년 웹 접근성 보고서를 제출하지만, 정작 공공기관은 그러지 않고 있습니다. 행정안전부나 문화체육부가 주도해 공공기관의 접근성을 모니터링하고 평가해야 합니다.

 

이영애_그럼 제가 행안부와 문화체육부에 이 내용을 전달하겠습니다. 이제 시각장애인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씀을 나눠보도록 하겠습니다.

 

곽남희_시대가 변하면 우리도 변화에 적응해야 합니다. 그런데 아직도 점자 사용을 고집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물론 점자가 필요하지만, 디지털 기기와 기술도 함께 익혀야 합니다. 교육을 통해 이런 변화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합니다.

 

박상현_디지털 시대에는 안마사뿐만 아니라 시각장애인들도 다양한 업무를 수행할 수 있습니다. 웹 접근성 모니터링이나 회의록 작성처럼 시각장애인들이 차별 없이 참여할 수 있는 분야가 많습니다. 이런 기회를 더 많이 제공해야 합니다.

 

이승민_저는 시각장애인들이 스스로 소비자의 역할을 충실히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OTT 서비스를 이용하면서 불편한 점이 있다면 직접 문제를 제기해야 개선이 이루어질 수 있습니다. 단체장들도 자신의 자리에 안주하지 말고, 당사자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고민해야 합니다.

 

문귀현_저도 공직 생활을 하면서 장애인 정책을 충분히 고민하지 못했던 점이 반성됩니다. 앞으로 제가 할 수 있는 역할을 찾아 더 노력하겠습니다.

 

이영애_오늘은 시각장애인의 문서 접근성에 대한 논의를 중심으로 여러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그런데 오늘 논의를 하다 보니 결국 누구나 나이가 들면 시력이 약해지기 마련이고, 청각을 통해 정보를 얻어야 하는 상황이 올 수 있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이 자리가 고령자들에게도 큰 혜택을 줄 수 있는 자리가 되기를 바랍니다. 이제 비전과 방향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마무리하겠습니다.

 

박상현_어르신들이 키오스크를 이용해 음식 주문을 어려워하는 것처럼, 시각장애인뿐만 아니라 고령자들도 비슷한 불편을 겪고 있습니다. 스티브 잡스가 애플의 제품을 개발할 때 시각장애인을 최우선으로 고려한 것처럼, 우리도 모든 IT 프로그램 개발 시 이러한 접근성을 염두에 두고 진행해야 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이런 프로그램의 존재 자체를 모르기 때문에, 개발뿐만 아니라 보급도 중요합니다.

 

곽남희_나이가 들면서 스마트폰 사용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어플이 업데이트되면 사용이 더 어려워지고, 점점 더 복잡해지니까요. 키오스크와 문서 접근성뿐만 아니라 모든 디지털 기기가 장애인과 고령자, 그리고 어린이까지도 쉽게 사용할 수 있도록 만들어져야 합니다.

 

이승민_제가 아는 분이 자주 하시는 말씀이 있습니다. "장애인이 편하면 모두가 편하다." 열린 관광지를 모니터링할 때도, 관광지가 장애인뿐만 아니라 아동, 임산부, 노인 등 다양한 사람들이 모두 편하게 이용할 수 있어야 허가가 납니다. 문서와 같은 사회 서비스와 기기도 마찬가지입니다. 장애인이 편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고민하고 개발하면, 모두가 편하게 이용할 수 있습니다.

 

문귀현_현장에서 사회복지사로서 이 논의의 첫발을 뗀 것에 의미를 두고 싶습니다. 앞으로 현장에서 더 많은 사람들과 소통하며 어떻게 함께 살아가는 사회를 만들지 고민하고 실천하겠습니다. 이 고민을 계속 안고 나아가겠습니다.

 

이영애_오늘 논의에 참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여러분들의 말씀을 들으며, 우리 모두가 편리한 세상을 만드는 데 앞장서야 한다는 것을 다시 한 번 깨달았습니다. 앞으로도 계속해서 노력하겠습니다. 수고 많으셨습니다. 감사합니다.

 

[지방정부티비유=티비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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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감사 무용론 (無用論) *올해 국감 학점은 “D -”(디 마이너스) 25년 국감 NGO 모니터단의 최악의 평가입니다 * 국정 감사장인지 난장판인지 구분하지 못할 정도로 다양한 난맥상 보임 * 상임위원장의 ‘독단적’ 운영 논란 * 정쟁에 매몰된 국정감사, 욕설·막말, 동행명령장 발부 * “감사 아니고 수사”로 보인 정쟁국감 한마디로 “이재명 방탄, 김 여사 의혹” “민생과 정책을 외면한 정쟁국감”이라고 규정지었습니다 국정 전반을 살피는 국정감사에 무용론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국회가 국민을 대신하여 행정부와 사법부를 감시하는 최고의 수단인 국감이 도마에 오른 이유는 무엇일까요? 국정 전반에 대한 심도 있는 토론의 장이 되어야 할 국감이 정쟁을 일삼고, 예외 없이 엄청난 수의 증인이 채택되지만 정작 중요한 증인은 갖가지 핑계로 불출석하고, 이를 지켜보는 국민은 속이 터집니다 국회법이 요구하고 있는 덕목 대신 소속정당의 이해에 충실할 뿐 아니라 일방적인 진행과 발언 독점도 신종의 보기 드문 풍경이었고 여·야 감사위원 그리고 증인들까지 가세한 막말은 가관이었습니다 국제적으로는 문화 예술을 필두로 노벨문학상에 이르기까지 국격이 올라가는데 국회의 모습은 갈수록 격을 떨

이탈리아, 농촌 및 도심 내 버려진 건물 재활용 프로젝트

2024년, 이탈리아는 농촌 지역과 도심 내 버려진 건물을 재활용하는 새로운 정책을 도입했다. 이 정책은 사용되지 않고 오래 방치된 건물들을 개조하여 주택, 공공 시설, 혹은 창업 공간으로 전환하는 프로젝트로, 도시 재생과 농촌 활성화를 동시에 이루려는 목적을 가지고 있다. 이 정책은 이탈리아 전역의 지방과 도심의 쇠퇴를 방지하고, 지역 경제를 활성화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이탈리아는 유럽 내에서도 지방 인구 감소와 도심 쇠퇴 문제를 오랫동안 겪어온 국가 중 하나이다. 특히, 남부 이탈리아와 같은 지방은 인구 감소와 경제 침체로 인해 많은 건물이 방치되거나 버려진 상태로 남아 있으며, 이는 지방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탈리아는 2020년대 들어 지방 인구 감소가 본격화되었는데 특히 남부 지역은 2023년 기준, 1년에 5만 명 이상이 대도시로 이동하면서 60개 이상의 마을이 인구 감소로 소멸 위기에 처해 있다고 한다. 예를 들어, 몰리세(Molise) 지역은 지난 20년 동안 인구의 약 40%가 줄어들었고, 그 결과 수많은 주택과 상업 시설이 버려졌다. 이탈리아 대도시에서는 상업적 중심지였던 구역들이 상업 시설 이탈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