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배
서울특별시 성북구청장
자치단체 재정부담을 가중하는 국가보조사업 (사회복지비) 문제
최근 급격한 저출산과 고령화로 인해 매년 복지예산 증가율이 정부의 예산증가율보다 3배 정도 높고, 사회복지 예산비율은총 예산의 25%나 차지하고 있습니다.
2006년 이후 지방자치단체 예산증가율은 평균 5.1%이나, 사회복지예산 증가율은 2006년 15조 3천억원에서 2014년 40 조원으로 매년 예산증가율보다 약 3배 높은 14.7%의 증가율을 보이고 있으며 총 예산 중 사회복지예산 비율도 2006년 13.3%에서 2014년 24.5%로 매년 증가하고 있습니다.
특히 기초자치단체 중 자치구의 경우에는 사회복지예산 지출 비율이 전국 평균 24.5%의 2배가 넘는 50.9%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성북구만 해도 2014년 전체예산 4419억원 중 사회복지 예산이 2145억원으로 48%나 됐습니다. 사회복지 예산은 크게 지방자치단체가 자율적으로 추진하는 자체사업과 재원을 보조받는 국고보조사업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국고보조사업의 증가는 자치단체의 매칭에 따른 지방비 부담을 수반하고 분담비율도 지속적으로 늘어나 열악한 자치단체의 재정여건을 더욱 어렵게 하는 요인이 되고 있습니다.
성북구의 2015년도 보조사업예산은 338억원으로 전년의 312억원 대비 26억, 11.8% 증가했지만 예산부족으로 2015 년 예산편성 시 미 편성한 기초연금 59억을 포함하면 사회복 지비의 부담은 가중됐습니다[(2014년도 사회복지예산을 재원 별로 보면, 국비 54.5%(21조 8천억원), 시도비 27.5%(11조원), 시군구비가 17.9%(7조 1천억원)를 차지]. 구조별로 보면 상급 기관으로부터 재원을 보조받아 추진하는 보조사업의 비중이 91.3%로 사회복지 예산의 대부분을 차지하며 지방자치단체 에서 자율적으로 추진하는 자체사업의 비중은 8.2%로 2012 년에 비해 2.1%p 감소했습니다.
중앙정부가 시행하는 사회복지 관련 사업은 대부분 매칭펀드 형식의 국고보조사업 형태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때문에 중앙 정부의 사회복지 지출증가는 국고보조사업의 시행을 위해 의무적으로 지출해야 하는 지방정부의 부담을 가중시키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습니다. 복지분야 이외에도 생활현장 최전선에서 주민의 삶을 개선하는 다양한 사업을 추진해야 할 지방정부의 입장에서 바라본 복지재정난은 훨씬 더 심각합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다음의 4가지 방안을 건의하고 싶습니다.
지방정부와 함께하는 새로운 복지국가 로드맵 수립
2013년 우리는 영유아 보육사업에 따른 재원부담을 둘러싼 중앙·지방 간 갈등을 겪은 바 있습 니다. 지방자치단체의 가장 큰 불만은 국가가 독단적인 판단에 따라 결정한 사회보장사업을 지방에 위임하면서도 사업추진을 위한 충분한 재원을 지원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국가가 지방재정 부담이 필요한 복지정책을 추진할 경우에는 지방재정 여건과 재원대책에 대한 충분한 검토와 논의 후 시행해야 합니다. 즉 중앙과 지방의 명확한 역할과 재원분담 원칙을 정립 하는 것입니다. 국가는 전국단위에서 통일적으로 시행해야 할 ‘보편적 복지’를 전담하고, 지방자 치단체는 지역특색에 맞는 ‘지역적 복지’를 설계·운영하는 것입니다.
구체적으로 보육비, 연금 등 대상이 되면 누구나 계좌로 이체하는 것은 정부가 부담하고, 사람이 사람에게 서비스를 제공해서 돌보거나, 직접 방문해서 점검하거나, 아이들을 돌보거나, 어르신들을 모신다거나, 간호를 하는 것은 지방정부가 전담하는 것입니다. 재원을 부담하면서 자율과 책임을 가지고 운영할 때 주민에게 안정적이고 좋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습니다.
지방분권의 취지와 현실에 부합하는 합리적 사무배분과 그에 따른 비용분담이 이뤄져야 복지재 원에 대한 소모적인 논쟁을 거치지 않고 진정한 복지국가로 갈 수 있습니다. 이를 위해 정부와 지방정부가 함께하는 새로운 복지국가 로드맵을 수립해야 합니다.
복지목적으로만 지출하는 ‘사회복지세’ 신설
급격한 저출산과 인구고령화에 따른 복지수요의 증가, 그리고 이명박 정부의 부자감세 및 4대강 사업으로 인한 정부의 재정적자 등은 우리가 해결해야 할 과제입니다. 이를 위해 적극적이며 장기적으로 정부지출에 대한 구조조정과 비과세·감면을 정비해나가야 합니다. 그 일환으로 세입을 모두 복지목적으로만 지출하는 ‘사회복지세’ 신설에 대한 논의를 시작하고 국민적인 합의를 도출해야 할 때가 됐다고 봅니다. 사회복지세는 기존의 소득세, 법인세, 종부세, 상속증여세 등의 직접세에 세액의 20%를 추가징수하는 것입니다.
누진적 성격이 강한 이들 세금에 사회복지세를 추가 부과하면 자연스레 소득 상위계층과 대기업이 세금책임을 강하게 지는 부자증세의 성격을 지니게 됩니다. 사회복지세로 모인 재원으로 현재 복지지출 비중이 높은 보육과 기초연금을 책임지고, 일반예산으로 국민기초생활 보장급여 인상, 장애인복지 등 취약계층 복지에 활용할 수 있습니다.
우리 성북구는 2010년 10월부터 서울시 최초로 친환경 무상급식을 시작했습니다. 이것은 보편적 복지로 나아가는 계기를 만들었고, 2013년 3월에는 공립초등학교 전 학년과 중학교 2개 학년 으로, 2014년 3월에는 중학교 전 학년으로 친환경 무상급식을 확대 실시했습니다. 친환경 무상 급식은 2011년부터 2013년까지 주민만족도 조사에서 연속 1위로 가장 잘한 정책이라는 평가를 받기도 했습니다.
현재는 무상급식, 무상보육 등 보편적 복지제도가 시행되면서 국민들이 복지를 직접 체험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2011년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진행한 ‘한국인의 복지의식 조사’를 보면, 복지확 대에 따른 세금을 부담할 수 있다는 답이 49.2%로 부정적 답변 30%보다 높게 나타나기도 했습 니다. 이러한 주민의식 변화를 반영해 앞으로는 사회복지 재정확충을 위한 증세에 대한 논의가 조심스럽지만 본격적으로 이뤄져야 할 것입니다.
국세를 지방세로 대폭 전환하고 과세자주권을 확대해 복지재원 확충
재정분권 강화를 위해 국세와 지방세의 비중조정도 필요합니다. 현재 총 조세 대비 20%인 지방세의 비중을 40%로 확대해야 한다고 봅니다. 양도소득세만 해도 이를 지방세로 전환할 경우 15% 내외의 지방세수를 확충할 수 있습니다. 현 정부는 지방재정의 확충을 위해 2010년에 지방 소비세·지방소득세를 신설했으나 원활히 운영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입니다.
지방소비세에서 부가가치세 5%를 추가로 이양하고 지방소득세의 독립세화를 조속히 시행해야 합니다. 법률이 정하는 범위 내에서 조례에 의해 자율적으로 지방세의 세목과 세율을 결정할 수있도록 지방자치단체가 재정권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국고보조사업의 자치단체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기준보조율을 지역별 복지수요와 재정여건에 따라 차등적용
특별시와 광역시에서 자치구로 배분되는 조정교부금의 배분방식도 합의를 이뤄 나가야 합니다. 보통교부세 배분 국고보조사업에 대한 자치단체의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기준보조율을 지역별 복지수요와 재정여건에 따라 차등 적용하고, 증가한 사회복지 투자수요가 반영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국고보조율을 사업성격에 따라 전액보조사업, 높은 보조율사업(70~80%), 동등보조율사업 (60~40%) 기준으로 개편하고, 기초노령연금, 영유아보육사업, 기초생활보장사업에 적용되는 보조율은 자치단체의 재정여건에 따라 차등 적용하는 것입니다.
무엇보다 보조사업에 대한 자치단체 분담비율을 상향조정하고 신설 시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사전협의를 의무화해 진정한 지방자치가 이뤄지도록 해야 합니다. 보조금의 예산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시행령에 따라 보조율을 적용하고 있는 기초생활 보장 및 영유아보육사업의 경우 일괄적으로 사회보장ㆍ복지비지수(=사회보장·복지예산/세출예산)를 지표로 하여 복지수요를 산정하고 있어 개별 복지사업의 성격을 반영할 수 없다는 한계가 있습니다.
급격한 저출산과 고령화로 인한 사회복지예산의 급증은 모든 지방정부가 처한 당면과제입니다. 지방자치단체가 자율적으로 추진하는 자체사업과 재원을 보조받는 국고보조사업이 적절하게 균형을 이룰 때 주민이 원하는 서비스를 안정적으로 제공할 수 있습니다. 합리적 복지국가 로드맵을 수립하기 위해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원활한 소통과 긴밀한 협조가 필요한 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