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균
한국지방행정연구원 선임연구위원
국세 중심 조세구조와 자체세입 궁핍의 구조적 재정위기
우리나라는 지금 자치단체의 총체적인 재정위기(fiscal crisis)의 시대를 맞고 있다. 자치단체의 재정위기는 근본적으로는 중앙집권적 정부 간 재정관계(intergovernmental fiscal relations)가 요인이다. 그리고 자치단체의 비효율적 재정운영도 재정악화를 초래하고 있는 실정이다. 여기에 덧붙여 지방분권 추진과 복지재정 수요의 급증이라는 시대적 상황변화에 따른 지방재정 여건의 변화가 지방재정 위기상황을 더욱 가중시키고 있다.
지방재정 위기현상은 우선 국세 중심의 조세구조와 지방세 저조 에서 오는 구조적 원인이 크다. 국세·지방세수 비율은 민선자치 실시 이후 20여 년간 변화가 없이 2014년도를 보더라도 여전히 약 8대 2로 지방세가 매우 낮고 자치단체의 재정력은 절대 적으로 미약하다. 여기에 소득세, 소비세, 법인세 등 비교적 안정 적인 세원은 대부분 국세이고 부동산 경기에 영향을 받는 취득세 등 재산과세 위주(44.1%)의 지방세는 안전성·신장성이 낮다. 또한 연평균증가율 (’09∼’13)에 있어 국세는 7.1%이나 지방세는 4.5%에 그치고 있다.

자치단체의 재정자립도 추이를 보더라도 지방재정의 궁핍한 상황은 명확히 나타나고 있다. 평균 재정자 립도가 50%대 초반을 유지하다가 2014년도는 44.8%(종전 기준: 50.3%, 종전에 세외수입 중 일부가 별도의 항목으로 분리)로 크게 하락하고 있다.

재정자립도가 10% 미만의 경우도 59개 단체나 된다. 2007년 이후 자체수입보다 의존수입이 증가[’09년 이후 자체수입 연평균증가율 –1.5%(종전기준:2%), 의존수입 연평균 증가율 5.5%]하고 재정자립도는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등 자치단체의 자체재원은 갈수록 미약하고 재정은 궁핍한 실정에 있다.
이처럼 자치단체의 재정이 열악하다 보니, 2014년도 지방세수입으로 인건비를 해결하지 못하는 자치단 체가 무려 127개 단체(시 19개, 군 69개, 자치구 39개 단체)로 전체 52.0%에 이르고 있다. 지방세 및 세외수입 등 자체수입으로도 인건비를 해결 못하는 자치단체가 78개 단체(시 7개, 군 61개, 자치구 10개단체)로 전체 32.0%나 된다. 이상과 같이 우리나라 지방재정 위기는 무엇보다도 정부 간 재정관계 속에서 지방세의 저조로 인한 자치단체의 재정력 미약이 원인이라 할 수 있다.

한편, 세입 측면에서 자주재원이 미약한 결과, 세출 측면에서 지방재정은 중앙정부에 의한 의존재원 중심으로 운영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거의 모든 자치단체는 국고보조금 및 지방교부세 등 중앙정부의 이전재원을 받아야 자치단체가 영위되는 상황에 있다. 이는 그만큼 지방의 자주재원이 부족해 중앙정부 로부터 재정을 이전 내지 보조받지 않고서는 운영되지 않는다는 지방재정의 중앙의존적 구조를 여실이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즉 국가 대 지방의 총 재정사용액 기준으로 2014년 중앙정부, 자치단체, 지방교육으로 보면 42.3 : 42.8 : 14.9로 지방이 거의 60%를 사용하고 있다. 이는 지방세수입이 20%에 지나지 않는 지방이 나머지는 중앙정부의 이전재원으로 재정이 운영되고 있다는 점을 나타내고 있다. 즉 자치단체의 재정위기의 근본은 지방세 미약이라는 구조적 원인이 크다.
자치단체의 불합리한 재정운영에 의한 재정위기
지방재정 위기는 이상의 구조적 현상과 더불어 자치단체들이 낭비성 및 선심성 예산집행, 비리 등 다양한 부적절한 재정운영으로 인한 요인도 있다. 운영적 측면에서의 재정위기라 하겠다. 자치단체가 재정책임성(fiscal accountability) 및 재정투명성(fiscal transparency)을 방관한 결과, 열악한 재정상황에 위기를 더욱 가중시키고 있다. 자치단체의 비효율적 재정운영 유형은 다양한데, 특히 투자사업에서 많이 나타나고 있다.

복지재정수요 급증 등 여건변화에 의한 재정위기
대통령소속 지방자치발전위원회는 앞으로 5년간 지속적으로 국가사무의 지방이양을 통해 현재 20%의 자치사무 비중을 선진국 수준인 40%로 끌어올리겠다고 밝히고 있다. 이처럼 지방분권의 추진에 따른 국가사무의 지방이양에 의한 자치단체 사무의 증가에 비해 재원이양은 이에 미치지 못하고 있어 자치단체의 재정부담을 가중시키고 이로 인한 재정위기적 상황이 초래되고 있다.
특히 복지재정수요의 급증으로 인한 자치단체의 복지재정난이 지방재정의 위기적 상황을 더욱 가중시 키고 있는 실정이다. 복지부 국고보조사업에 매칭되는 지방비는 연평균 11.1% 증가해 지방예산 증가율 3.3%, 복지부 국고보조금 증가율 6.2%를 상회하고 있다.

정부의 각종 보육정책이나 기초연금 등 사회복지서비스 요구에 자치단체는 자체재원으로 매칭해 부담해야 하기 때문에 열악한 지방재정을 더욱 가중시키고 있다. 더 나아가 복지재정 수요가 매년 증가하고 있다는 점은 지방재정 위기를 극복하는 데 어려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무상보육과 무상급식 등 복지재정수요는 지방재정 세수신장이 어려운 상황에서 지방지출 및 부담은 지속 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해 9월 전국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는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 견을 열고 “정부가 재정지원을 위한 조속한 대책을 마련하지 않으면 ‘복지 디폴트’ 선언이 불가피하다” 며 재정지원을 촉구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3∼5세 무상보육(누리과정) 예산지원 문제를 둘러싸고는 중앙 정부와 지방정부, 시도교육청이 힘겨루기를 벌이고 있는 상황에서 2015년도 예산은 부족한 가운데 대충 땜질했으나 근본적인 문제는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무상보육 지원확대에 따른 소요재원은 2013~2014 년까지 2년간은 국고·지방비와 대상 확대에 따른 추가증액 부분에 대해 지방교육재정교부금으로, 2015년부터는 모두 지방교육재정교부금으로 부담하게 된다. 전국 시·도교육청의 누리과정 어린이집 부담액은 지난 2012년 시작 당시 4452억원이었지만 2015년엔 2조 1429억원으로 5배가량 증가하게 되어 자치단체의 재정압박을 가중시키고 재정위기 상황을 더욱 부채질하고 있다. 경기도의 경우, 2015 년도 본 예산 14조 5천 48억원 중 사회복지 및 여성분야에 4조 8천억원이 배정, 약 33.1%를 차지하고 있으며 교육분야 역시 1조 9천 522억원으로 13.4%를 차지, 두 분야가 도 전체 예산의 절반가량을 차지 하고 있다. 특히 복지예산은 지난 2011년 3조 6천 518억원에서 2012년 4조 2천 719억원, 2013년 5조 1천 517억원, 2014년 5조 5천 267억원, 2015년 5조 5천 864억원으로 크게 증가했다. 2015년도 경기 도가 활용할 수 있는 투자재원은 복지예산의 5분 1 수준인 1조 343억원에 불과하다. 재정력이 좋은 경기도가 복지재정 부담에 따른 재정압박을 맞는 상황이라면 재정력이 미약한 시ㆍ군은 더욱 열악한 실정인 것은 명확하다. 우리나라 자치단체의 재정위기 상황은 복지재정난이 더욱 가중시키고 있고, 이는 모든 자치단체에 나타나는 현상이라 할 수 있다.
재정위기 대응방안
자치단체의 재정위기 상황은 구조적 측면, 자치단체 운영적 측면, 복지재정수요 급증 등 자치단체 재정 여건 변화와 재정부담 가중에 의한 측면 등의 원인으로 볼 수 있다. 첫째, 자치단체의 자체수입 미약이라는 구조적 지방재정 궁핍에 따른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자치단체의 자체재원을 확충해야 한다. 지방소비세 및 지방소득세 확대 등 국세의 지방세 이양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국가사무와 지방사무를 재정리하고 이에 대응한 국세와 지방세의 합리적 세원재배분을 근본적으로 재검토해야 한다.
둘째, 자치단체의 비효율적 재정운영에 의한 재정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보다 합리적 재정운영을 담보할 수 있는 지방재정관리체계 및 내부적 통제시스템을 강화해야 한다. 특히 자치단체장의 재정집행을 중심으로 내부통제 장치를 새로이 구축할 필요성이 있다. 자치단체의 투자사업에서 비효율이 많이 나타 나고 있으므로 투자사업이력관리시스템을 구축해 투자사업관리를 보다 철저히 해야 한다. 아울러 지방 의회의 기능을 강화해 집행부의 재정운영에 대한 견제기능도 강화해야 한다. 또한 주민참여의 활성화를 통해 주민에 의한 재정운영 투명성강화를 유인해야 한다.
셋째, 복지재정수요 급증 등 자치단체 재정여건 변화와 재정부담 가중에 의한 재정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서는 중앙과 지방의 복지 관련 사무책임을 명확히 하고 이에 따른 소요재원을 정확히 예측하는 한편, 중앙과 지방의 복지 관련 재원분담과 재원조달을 명확히 하는 것이 중앙과 지방 간 논란을 방지하고 재정 위기를 극복하는 데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