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재생 협치는 가능한가?
신혜란 교수
서울대학교 지리학과
김영배 도시재생협치포럼 공동대표 말씀에 찬물을 끼얹을 것 같은데요. 런던의 도시재생 사례를 많이 보고 연구한 결과 한국에서의 도시재생 협치가 가능한지의 물음에 답부터 드리면 ‘가능하다, 그러나 쉽지는 않다’입니다.
도시재생에서 협치를 해야 하는 주체, 즉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기업과 시민사회 사이에 협치의 필요성이 있습니다. 지방정부는 재정마련을 위해 기업과 손잡고,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 시민사회와도 함께 합니다. 기업과 시민사회 간에도 재정 지원과 커뮤니티 지원 등 협치가 필요하지만 이들은 근본적으로 이해관계가 다른 ‘협력적 갈등’ 관계에 놓여있습니다. 그림으로 표현하면 서로 악수를 하면서도 뒤에는 몽둥이를 들고 있는 형태죠.
도시재생 협치의 협력적 갈등 사례 몇 가지가 있습니다. 런던의 코인스트리트 사례에서 도시재생계의 영웅으로 불리는 사람이 ‘모든 것은 실패했다고’ 말했습니다. 모든 주체가 만족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거죠.
런던의 경우 누가 자신의 파트너인지도 모릅니다. 늘어나는 파트너 때문에 이해관계가 복잡해지고 끊임없이 충돌과 협상이 이뤄집니다. 이제는 정부도 이해관계자 중 하나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영국 도시재생의 진화를 살펴보면 1950~60년대만 해도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민간 개발업과 계약자들에게 지시하는 정도로 주요 참여자와 이해관계자가 복잡하지 않았습니다. 1970년대부터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민간섹터, 지역사회의 파트너십이 이뤄졌어요. 그러나 2000년도에 들어와서는 공공과 민간, 지역사회가 파트너십을 전략적으로 이뤄 매우 복잡해졌습니다. 도시재생은 정부 전문가에서 이해관계자들로 바뀌었고 실행 역시 정부 프로그램에서 복합적인 부서 파트너십과 권력 분산으로 변해갔습니다.
협치에서 권력관계를 보면 시민사회 중 상대적으로 약한 주체들은 토론이 끝나면 뭔가 끌려다닌 것 같다는 말을 한다고 한다. 그게 바로 2차원적 권력입니다. 다음은 정보접근성인데 도시개발에서 정보는 매우 중요하지만 흘릴 수 없습니다. 부동산 가격이 오르기 때문이죠. 정부는 정보를 갖고 있지만 신속히 이를 줄 수가 없습니다. 그러면 지방정부나 시민단체는 ‘이게 무슨 참여냐, 협치가 가능하냐’고 합니다. 협상이 내부적으로 일어납니다.
이런 상황에서도 협치는 가능합니다. 협상이 일단 내부에서 일어나지요. 자신의 생각을 남에게 맞춰가는 것입니다. 이를 적응적 선호라고 해요.
협상의 현장과 적응적 선호에서 협상의 현장에서 멀어질수록 적응적 선호보다는 ‘도’ 아니면 ‘모’의 태도가 나타납니다. 참여의 효과는 협상결과를 수용하게 됩니다. 상황이 변화하는 속에서 전략이 필요한 것입니다.
협치에서의 적응적 선호는 불가피한 요소입니다. 너무 드러내면 당장 결과가 나오지 못하는 반면 너무 억누르면 장기적으로 협치가 깨집니다. 협상에 직간접적으로 참여해야 하며 최대치는 아니지만 극대화는 달성됩니다.
일단 현장에 가볼 것을 추천합니다. 해답이 극단적인 사람일수록 현장을 경험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적응적 선호도 불가피하므로 타협에 대해 너무 굴욕적으로 느끼지 말고 어차피 어려운 일이니 합리적으로 얻을 수 있는 것부터 하는 게 낫습니다. 협상에 참여하는 게 좋습니다. 협치가 적응적 선호를 너무 드러내는 결과가 도출되면 안 되지만 너무 억눌러도 장기적으로 협치가 깨집니다. 어느 정도 그것을 해소할만한 기회를 줘야하기 때문에 시간이 오래 걸립니다. 아슬아슬한 협치 관계지만 놓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