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애 월간 《지방정부》·인터넷 뉴스 《tvU》 발행인_ 국민들이 많이 힘든데, 중앙과 지자체는 세수 때문에 걱정이 많습니다. 내년은 더 걱정이라는데, 59조 원의 역대급세수 결손 어떻게 해야 하는지 우리나라 최고의 전문가를 모시고 이야기를 나눠보겠습니다. 안녕하세요? 먼저 자기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원윤희 서울시립대 명예교수_ 서울시립대학교 세무대학원 원윤희입니다.
박승원 경기도 광명시장_ 경기도 광명시장 박승원입니다.
강성조 한국지방세연구원장_ 반갑습니다. 한국지방세연구원장 강성조입니다.
홍근석 지방행정연구원 연구위원_ 한국지방행정연구원 홍근석입니다.
한국지방세연구원은 어떤 곳인가?
이영애_ 오늘 좌담은 한국지방세연구원에서 진행하는데요, 먼저 한국지방세연구원이 어떤 역할을 하는지 간단히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강성조_ 한국지방세연구원은 지방세와 지방재정 연구사업, 과표조사사업, 지방세무직 공무원 역량 강화 교육사업을 추진합니다. 전국 243개 지자체가 출연해 운영하는 기관으로 연 100여 건의 연구사업을 합니다. 지자체가 원하는 지방세제 분야에 맞춤형 연구와 국정과제 연구 사업도 병행합니다.
이영애_ 지자체가 요구하면 뭐든 다 공짜로 맞춤형으로 해주시네요.
강성조_ 그렇습니다. 우리 연구원의 주인은 243개 지자체이기 때문에 당연히 그렇게 하고 있고요. 저희가 수요를 받아 무료로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영애_ 주인 중 한 분이신 광명시장님께서 한 말씀하시죠.
박승원_ 광명시장을 지낸 백재현 한국지방세연구원 이사장님께서 지방세연구원은 지방정부에서 다 갹출해서 운영하니 시의 재정문제나 직원 교육 등 필요한 것이 있으면 자주 소통하면 좋겠다고 하셨습니다. 대한민국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와도 자주 소통해 기초지자체 의견을 잘 수렴해주시면 좋겠습니다.
강성조_ 당연히 그렇게 하고 있고요. 앞으로도 그렇게 하겠습니다.
59조 원의 세수 감소! 지자체에는 어떤 영향?
이영애_ 오늘 이후에 연구원의 주인들이 주인 역할을 확실히 할 수 있을 거 같습니다. 59조 원의 세수 펑크가 지자체에는 어떤 영향이 있는지요?
강성조_ 지난 8월 기획재정부가 국세만 59조 원 금년도에 결손된다고 세수추계를 발표했고, 행정안전부 지방세 추계는 5조~6조 원인데요, 중앙에 의존해온 지자체는 지방세 결손에 이어 교부세, 지방소비세, 지방소득세도 많이 결손돼 상당히 우려됩니다.
원윤희_ 지자체가 굉장한 타격을 받습니다. 내년에도 이 상황이 계속된다는데 이번 기회를 통해 국가와 지방 간 재정체계를 돌아봐야 합니다.
홍근석_ 당장 올해 추경을 기대했던 지자체들이 굉장히 혼란스러워합니다. 지자체별로 보통 몇백억 원씩 줄어드는데 지자체 스스로 지출구조 조정도 해야겠지만, 중앙정부 차원에서 부족한 재원을 보전해주는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 같습니다.
박승원_ 광명시도 일반회계 9,780억 원 중 3.7%가 줄어드는데 내년에는 더 심각해집니다. 재정전략회의를 통해 긴축재정전략을 잘 마련해야 할 것 같습니다. 다행히 광명시는 이 회의를 잘해서 올해 보수적으로 예산을 세운 덕분에 큰 타격은 없지만 전체적으로 모든 지자체가 어려움을 겪는 만큼 신속·정확·체계적인 대책이 필요합니다.
세수 결손의 가장 큰 이유는?
이영애_ 어느 단체에서도 시가 지원하겠다던 돈을 갑자기 못 하겠다고 하는 바람에 크게 당황한 모습을 봤는데요, 세수 결손의 가장 큰 이유는 무엇이라고 보시나요?
원윤희_ 지방세에서 가장 중요한 건 취득세인데요, 몇 년전 부동산 경기가 폭발적으로 좋았지만 이제 안정화돼 과거 좋았을 때 추세로 세입추계를 하다 보니 굉장히 줄어든 측면이 있지요. 또 경기가 안 좋아 법인세, 양도소득세가 줄어 지방소득세도 덩달아 감소했습니다. 이렇게 세수 변동 폭이 굉장히 심한 이유는 코로나19와 부동산 경기침체 때문으로 우리만의 문제가 아니고 미국이나 다른 나라도 마찬가지입니다.
강성조_ 경제성장이 생각보다 잘 안 됐고, 수출도 부진했어요. 특히 반도체 타격이 많아 주세목인 법인세가 줄었습니다. 전쟁 등 국제정세도 불안하고 국내소비도 위축됐고, 부동산 정책도 달라져 재산세가 2017~2018년 수준이 됐습니다. 부동산 거래가 줄어들어 취득세가 감소하는 등 전반적인 환경이 올해 상황을 어렵게 만들었습니다. 사회가 워낙 다양해져 세수추계가 참 쉽지 않은데, 내년에는 더 많은 지자체에 세수 추계를 도와 예측되고 계획적인 재정 운영을 할 수 있도록 방향을 제시하겠습니다.
세출대책은 어떻게 세워야 하나?
이영애_ 당장 나갈 돈을 줄여야 할 텐데요, 세출 대책 어떻게
마련하면 좋을까요?
박승원_ 하던 사업을 중단하면 주민 반발이 크겠지만 이번 재정위기가 지출구조 혁신에 좋은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사업 성과평가, 예산집행률 등을 감안해 삭감 기준을 마련하고 잘되는 건 지속해야 하는데, 국도비가 대폭 줄 것 같아 걱정입니다. 광명시 정책만족도 1위 지역화폐 같은 경우 자영업자와 시민이 상생하는 굉장히 좋은 사업인데 중단되면 시민 반발이 심할 거예요. 지방정부가 지출구조혁신을 하되 민생경제는 과감히 추진하는 재정 운용의 지혜가 필요합니다.
홍근석_ 지자체 재정사업과 보조사업을 평가해보면 불필요한 사업이 꽤 있습니다. 법정사업의 수혜자들은 정부 돈을 자기 돈이라고 생각해 꼭 해야 할 사업이지만 관리가 잘되지 않는 부분이 있어요. 조정·관리하려고 하면 워낙 반발이 심해 칼을 휘두르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런데 올해는 진짜 좋은 기회가 될 수 있습니다. 사업의 우선순위를 잘 결정할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된 만큼 객관적 평가를 통해 관행적으로 해오던 사업을 한번 정리할 필요가 있습니다.
원윤희_ 지방정부 살림을 가정살림처럼 해야 합니다. 수입이 줄면 지출을 줄이거나 새로운 수입을 찾아야 하고 그것도 안 되면 도와줄 사람을 찾아야 하는데 지자체 사업 평가를 해보면 ‘내 돈이라면 이렇게 했을까’ 하는 사업이 진짜 많아요. 돈의 가치, 주인의식 관점에서 모든 사업을 들여다보는 계기가 돼야 합니다.
강성조_ 세입이 줄어든 만큼 지출을 줄여 구조조정을 하는 건 맞지만, 그 전제는 재량으로 쓸 돈이 많을 때 이야기입니다. 기초 지자체일수록 중앙과 광역에 많이 의존해 재량이 없는데 무슨 조정을 할 수 있겠습니까? 광역과 중앙에서 필요해서 한 사업인데 관련 예산과 지출을 줄이면 결국 책임은 기초인데요, 이런 재정운영 시스템을 한번 점검하고 개선해야 효율적인 지출 구조조정이랄 수 있습니다.
이영애_ 담당 공무원들이 세수 감소로 무엇을 고민합니까?
박승원_ 부서에서 신규 사업을 올렸는데, 예산 부서에서 50% 삭감될 수 있다고 말합니다. 그때 참 답답하죠. 저는 직원들에게 민생예산은 최대한 지키고 불요불급한 예산은 다 조정하고 행사성 예산도 대폭 줄이고 일몰예산도 줄이자고 하는데요, 그럼에도 1,000억 원 정도를 더 삭감해야 합니다. 내년에는 상황이 더 안 좋아질 것으로 예상해 보수적으로 지출을 확 줄여놓고 시작하려고 합니다.
통합재정안정화기금, 지방채, 지방교육재정교부금 통한 세수 확보
이영애_ 지자체별로 다르겠지만 통합재정안정화기금을 사용한다고 하던데요.
원윤희_ 지자체마다 기금의 규모가 다른데요, 40% 되는 곳도 있고, 마이너스인 곳도 있습니다. 어느 지자체는 코로나19 때 너무 많이 사용해 거의 없다고 하더라고요.
박승원_ 광명시는 통합계정 1,000억 원 안정화계정 178억 원인데 앞으로 50% 정도는 사용하려고 합니다. 일단 급한 대로 사용하고 다시 채워넣으려고 합니다.
강성조_ 지출구조 조정에 한계가 있으면 결국 새로운 세입이 있어야 하는데, 세수가 없으면 안정화기금을 쓸 수 밖에 없습니다. 국가는 외국환평형기금 등을 활용해 필요한 지출을 보완하지만 지자체는 의존재원이 많아 세입충격이 생기면 상당히 어렵습니다. IMF 이래 교부세가 이렇게 많이 삭감된 적은 없었기 때문에 지자체 재정이 상당히 어렵다는 입장을 국가가 이해하며 대응해야 합니다.
이영애_ 지방채를 발행하는 것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세요?
홍근석_ 꼭 필요한 사업이 있으면 지방채를 써야죠. 그런데 중앙정부의 기조가 자꾸 변하다 보니 지자체가 지방채 발행하기를 주저합니다. 중앙정부가 일정한 기조를 갖는 게 필요하고, 지방채 사업 유형을 잘 구분하거나 지방채를 자율적으로 쓸 수 있도록 지방에 맡기는 방식으로의 제도전환이 필요합니다.
박승원_ 코로나19 같은 상황에서는 민생경제나 사회안전망 구축을 위해 지방채 발행을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지방채를 발행하기가 쉽지 않더라고요. 빚을 내느니 긴축재정을 하자고 해서 지방채를 발행하지 않았는데, 필요할 때는 지방채를 발행해야 합니다.
원윤희_ 중앙과 지방이 차입해서 돈을 쓰는 논거는 기업이나 민간소비가 워낙 안 움직여 정부밖에는 경기를 부양할 사람이 없을 때 정부가 돈을 빌려서라도 쓰는 건데요, 그 정도까지는 아닌 것 같습니다.
강성조_ 민생과 사회복지는 지자체의 중요 책무인 만큼 계속해야 하고, 지자체장이 고려해서 지방채 발행을 통해 지역경제를 활성화해야 합니다. 빚이지만 경기활성화를 통해 더 큰 혜택이 돌아올 수 있습니다. 그 판단은 지자체장이 하게 해야 합니다.
이영애_ 지방세연구원이 지방채를 쉽게 발행해 쓰는 법을 널리 알려주시면 좋겠어요.
박승원_ 그게 필요합니다. 지방채 발행의 법적 근거가 있는데, 그것 때문에 막혀서 못 하는 경우도 있더라고요. 그 부분을 좀 더 연구할 필요가 있습니다.
강성조_ 지방채가 승인제에서 허가제 그리고 요건의 문제가 됐는데요, 243개 지자체 여건에 맞게 기준을 달리 만들어야 합니다. 그게 중앙부처의 책무입니다.
이영애_ 그런 여건을 지방세연구원이 좀 만들어주십시오.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은 많이 남아 있다고 하던데요, 이 돈을 지자체가 사용하게 하면 안 될까요?
원윤희_ 이 부분은 당연히 개선이 필요합니다. 그런데 이 분야는 여러 부처가 관련돼 있어 어느 한 부처의 노력으로는 절대 안 됩니다. 대통령이 나서야 합니다. 가장 필요한 개혁 중 하나입니다.
홍근석_ 교육재정 분야에서 남는 부분이 분명히 있는 것 같아요. 유보통합으로 앞으로 보육에 들어갈 재원을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을 사용해 충당하면 지자체 부담이 많이 완화될 것 같습니다. 또 하나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을 15%로 내리고, 지방교부세를 25%로 올리겠다는 기사가 나왔는데요. 지방교부세 법정세율을 해결할 방안 중 하나가 지방교육재정교부금과의 조정입니다.
박승원_ 지방정부가 지역교육청에 교육경비를 대고 있는 상황이잖아요. 광명시도 매년 10억 원씩 증액해 현재 182억 원을 지원합니다. 저는 결국 교육자치와 행정자치를 통합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시민들이 학교에 문제가 생기면 시에 먼저 물어봐요. 교육에서는 가르치는 역량을 확대하고 나머지 행정영역은 시가 가지고 와야 합니다. 그래야 더 안정적이고 통합적으로 성장·발전할 수 있습니다. 학교가 고립화돼 있는데 지역사회와 연계시스템을 갖고 가는 게 미래 사회 성장 동력을 위해 굉장히 중요합니다.
강성조_ 교육과 행정이 전문화되고 다양화되니까 재원 조정이 안 되고, 학생들이 줄어든 만큼 교부금도 바뀌어야 하는데, 교육계에 고급교육을 시켜줘야 한다는 입장이 있어요. 지자체와 교육청이 협력관계를 유지하며 교부금을 같이 사용하면 되는데, 교육청이나 단체장이 둘다 선출직이다 보니 잘 안 됩니다. 이 시점에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이 많이 남는다면 정비를 해줘야 합니다. 최근 서울시의회 의장님이 서울시 교육청에 현금성 예산 3조 5,000억 원이 남아 있고, 서울은 마이너스인 만큼 재정 스와프를 해야 한다고 하는데, 그런 것을 자꾸 제안해서 조율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영애_ 이번에 한 번은 정리를 좀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원윤희_ 제가 서울시립대 총장 시절 대학 옆에 중학교 2개가 나란히 있었는데, 한때 750명, 450명의 학생이 있었지만 지금은 각각 150여 명밖에 안남았어요. 2개의 학교를 합쳐 남은 학교를 서울시와 함께 사업을 해보자고 했는데, 학교의 반대로 추진되지 못했습니다. 굉장히 노력을 많이 했는데 성과도 없었어요.
이영애_ 곳곳에 이런 일이 많이 있습니다.
박승원_ 광명시에도 초등학교, 중학교가 담 하나 사이에 있는데, 체육관을 각각 지어달라고 하기에 한 학교는 부지가 작아 운동장을 너무 차지하는 거예요. 그래서 양쪽 교장선생님께 통합해서 하나로 지어 나눠 쓰자고 했는데, 결과적으로 합의가 안 되고 두 학교 모두 지어줬어요. 어떤 면에서는 재정 낭비입니다. 얼마든지 협의해서 할 수 있는 사업인데, 아쉬웠습니다. 조금만 협력하고 양보하면 효율적으로 할 수 있는 사업이 무척 많습니다.
지자체 재원 확보를 위한
중앙부처와 대통령에게 제안 한마디
이영애_ 꼭 혁신하면 좋겠습니다. 지자체가 앞으로 꼭 써야 할 재원 확보를 위해 중앙정부에 제안해주세요.
원윤희_ 지방자치는 지방이 자율적으로 하게 하되 그에 대한 책임을 지게하면됩니다. 주민들이 과연 이 돈을 들여 사업을 하는 게 필요한지 주민 스스로 판단하도록 하고 재정부담의 상당 부분을 주민이 져야 하는데 현재는 중앙에서 전부 지원하다 보니 시설이 많으면 많을수록 좋게 돼버렸죠.
중앙에 의존적인 시스템으로 지방세도 재량의 여지가 없어요. 당장 추진한다면 레저세 같은 것을 확대해 새로운 세원을 늘려야 합니다. 지역 관점에서 연계되는 레저 활동을 지방이 과세할 수 있도록 하면 되는데, 현재 체계에는 그게 안 되죠.
‘국세와 지방세의 조정 등에 관한 법률’의 핵심이 중복과세 금지인데요, 분명한 지역적 의미도 있고, 과세도 하고 싶은데 지자체가 과세를 못 하는 구조죠. 틀을 좀 바꿔줘야 합니다. 그래야 지방이 스스로 자기 책임하에 세금도 걷고 그걸 가지고 주민들과 연계해 재정활동을 할 수 있습니다.
강성조_ 지방자치의 핵심 중 하나는 자주세원권을 가져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래야 세수감소나 운영의 어려움을 스스로 극복할 수 있는데, 헌법 59조 조세법률주의에 따라 조례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어 지자체가 어렵습니다. 조세법률주의에 따라 중앙부처가 법을 갖고 있는데, 지자체를 위한 법으로 만들어 운영하게 해줘야 합니다. 지역자원시설세 하나 만들려고 해도 법에서 안 해줍니다. 비과세 감면도 중앙에서 필요한 것만 해주고요. 중앙에서 법으로 지자체가 못 하게 합니다. 조세법률주의는 법에서 이걸 잘하라는 취지지 규제하라는 게 아닌데, 규제로 접근하고 있습니다. 자주세원권을 주고 국세 중 세원이양을 하고 지방소비세와 지방소득세를 더 이전해주면 광역에서 혜택을 못 받는 지자체에 교부세를 확대해 자주세원 재정 확보를 하면 좋을 텐데, 그런 생각은 전혀 안 하고 규제만 하고 옥죄려 합니다. 중앙부처들이 생각을 좀 바꿔주면 현재 체계 안에서도 상당히 지방자치 기반이 단단해집니다.
홍근석_ 결국 자기가 벌어서 자기가 쓰게 하는 게 가장 핵심입니다. 그러면 자율적인 기재로 조정이 잘될 텐데 이게 자기가 낸 돈이 아니니까 재정을 지출하는 데 효율성이 떨어지는 측면이 분명히 있습니다. 뭘 조정할 수 있는 여지가 매우 작아요. 세입이나 세출이 움직일 여지가 거의 없어 위기가 닥치면 구조 자체가 경직돼 있죠. 지금 체계에서는 중앙정부가 다른 생각을 갖고 다른 결정을 해주는 방법밖에 없는 거죠. 지자체가 스스로 할 수 있는 부분은 상당히 미미합니다.
박승원_ 실제로 지자체장이 쓸 수 있는 가용자원이 그렇게 많지 않아요. 그런데 마치 그 돈을 함부로 쓴다고 오해하는 경우가 있는데, 중앙정부가 지방정부를 믿어주면 좋겠어요. 재정분권 토론회에 참석했는데, 기재부 담당자가 지방정부가 훈련이 안 돼 있고 많이 부족하다고 표현하더라고요. 지방자치를 한 지 30년이 돼 훈련이 많이 돼 있고, 지방의회도 예전보다 상당히 성숙해져 있습니다. 지방정부에 자율성을 부여해 할 수 있는 틀만 만들어주면 얼마든지 잘할 수 있습니다. 중앙정부의 지방정부에 대한 신뢰가 필요합니다.
이영애_ 세수 부족 해결을 위해 노력하는 공무원과 단체장에게 할 말씀을 주세요.
홍근석_ 지자체도 재정 기획력을 계속 강화해야 합니다. 자율과 책임은 계획에서 나오는데 중기지방재정계획을 세우지만 대부분 관심이 없습니다. 세수추계 탄력성이 커지는 만큼 계획을 잘하는 지자체가 강한 힘을 갖습니다. 또 세수입 징수와 체납에 관심 갖고, 법정외세 등 지자체 특성에 맞는 세원을 발굴해 건의하면 중앙정부가 전향적으로 검토할 시기가 온 것 같습니다.
강성조_ 지방자치 32년이 되면서 제일 안 된 부분이 지방세와 지방재정입니다. 복잡하고 난해해서 접근이 어려웠는데, 지자체장과 간부 공무원들이 관련 지식을 연마해야 합니다. 문제점을 발굴, 반성하고 성찰해 터득해야죠. 지방세와 지방재정의 원리를 잘 터득하는 게 중요합니다. 또 지출에 대한 평가, 재정 집행 후 성과 평가를 해보고 위기 관리 능력을 길러야 합니다. 우리나라는 지자체 파산제가 없어 내 돈이라는 생각을 안해 안일하게 대응하는데요, 내 돈이라고 생각하듯이 지자체가 재원들을 운용하면 훨씬 좋겠습니다.
원윤희_ 지방재정은 워낙 제도들이 많이 바뀌어 1년만 손 놓아도 진짜 몰라요. 상당히 복잡하고 어려운 환경에서 재정운영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할지 지자체가 잘 인식하면 좋겠습니다. 또 각 사업의 효과성과 타당성을 이번 기회에 다시 보고 모든 사업을 원점에서 재검토해봐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박승원_ 지방재정이 안정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중앙정부가 재정분권에 대해 깊이 논의했으면 좋겠습니다. 지방정부는 재원을 어떻게 하면 효율적으로 배분할지 굉장히 깊은 고민을 해야 합니다. 전문가가 참여하는 재정전략회의를 통해 지방재정을 혁신해야 합니다. 덧붙여 지방정부 역량을 강화하려면 부단체장 조직을 더 늘려줘야 합니다. 모든 권한과 권력이 단체장에게 집중돼 있는데, 분산시킬 필요가 있어요.
이영애_ 끝으로 윤석열 대통령, 추경호 기획경제부 장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세 분 중 한 분에게 제안하며 마무리하겠습니다.
홍근석_ (윤석열 대통령) 재정위기는 다부처와 연결된 것으로 윤석열 대통령이 결단하는 게 가장 쉽습니다.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을 지방교부세와 연계 조정해 지자체에 재원을 충당하는 방향으로 검토가 필요합니다.
원윤희_ (윤석열 대통령) 자율과 책임 메커니즘의 지방세 역할을 강화해 지방재정 운영 효율성과 전체 국가 운영 효율성을 제고하도록 근본적인 개혁이 필요합니다.
박승원_ (윤석열 대통령) 지방시대위원회의 출범을 환영하고 이런 논의를 활발히 해주면 좋겠습니다. 재정분권과 지역의 자율성 강화하는 정책을 적극적으로 펼쳐주시고 지방시대를 활성화시켜 이런 논의를 많이 해주십시오.
강성조_ (추경호 기획재정부 장관) 지방 입장에서 모든 걸 바라보려는 윤석열 정부 지방시대에 획기적인 패러다임을 구축하고 세제 부분도 지방 입장에서 바라봐주시면 좋겠습니다. 의존 재원 중심의 지방세제를 자주 재원으로 운영하는 시스템으로 바꾸면서 국세와 지방세 조정, 지방에서 필요한 세원들을 같이 해주시면 좋겠습니다.
이영애_ 오늘 좌담회를 하면서 걱정도 했지만 위기가 기회인 만큼 지방재정 혁신을 여러분과 함께라면 할 수 있을 거라는 믿음이 생깁니다. 수고하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