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승종
서울대학교 행정대학원 교수
2015년은 지방자치단체장 선거를 계기로 지방자치가 부활한지 20년째 되는 해이다(지방의회의 부활을 기점으로 보면 25년째). 사람으로 치면 성년의 때가 된 것이다. 사람이 성년이 되면 보다 많은 자율권을 인정받고 그에 따라 보다 책임 있는 사회의 구성원이 되도록 요구받는 것과 마찬가지로 이제 성년이 된 우리 지방자치도 그에 걸맞는 자율과 책임으로 국민 앞에 다가서야 한다. 이같이 성숙한 지방자치의 요청에 대해서는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다.
문제는 성숙한 지방자치를 같이 말하면서도 집단마다 ‘성숙’에 대한 의미를 달리 말하고 있다는 것이다. 지방정부는 열악한 자치 여건을 호소하면서 분권화를 요구한다. 중앙정부는 지방정부의 방만성을 지적하면서 책임 있는 지방자치를 강조한다. 국민은 소극적 관심 속에서 지방자치에서 주민역할 증대를 주문한다. 같은 용어를 놓고 해석과 희망이 다른 것이다. 그러나 성숙한 지방자치에 대한 편향적 시각은 바람직하지 않다. 성숙한 지방자치는 분권화, 책임행정, 주민참여를 동시에 요구한다. 어느 한 측면만 강조하는 편향된 입장은 갈등과 소외를 일으켜 지방자치를 저해한다.
불행히도 우리 지방자치는 지방자치에 대한 관점이 혼선을 빚는 상황에서 성년에 걸맞는 활력을 보이는 대신, 발전을 위한 도약의 문지방 앞에서 주춤거리고 있다. 한편으로는 자율권 부족, 다른 한편으로는 책임성 부족으로, 또 다른 한편으로는 정부 간 갈등과 국민적 관심 부족으로 청년기다운 활력을 잃고 ‘의사(疑似) 노년기’ 현상을 보이고 있다. 적절한 방안 마련이 필요한 상황이다.
지방자치의 발전을 위한 구체적 방안 마련에 앞서 강조할 것은 기본적으로 지방자치를 바라보는 시각의 개선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즉, 지방자치가 국가발전을 저해하는 성가신 정치제도가 아니라 국민행복 증진과 지속가능한 국가발전을 위한 초석이라는데 인식이 선행되어야 한다. 그러한 인식의 기반 위에서만이 성숙한 지방자치로의 이행을 위한 지방의 적극적 노력, 중앙과 지방간, 그리고 국민의 협력적 노력이 가시화될 것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러한 요구와는 달리 우리 사회의 일각에서는 여전히 지방자치를 성가신 것 또는 불필요한 것으로 치부하는 경향이 크다. 지방자치가 경쟁효율을 가져오며 주민 삶의 질에 기여하므로 강화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지방의 논리는 미력한 반면, 좁은 국토에서 지방자치는 비효율적이라고 비판하는 중앙의 논리가 지배적이다. 그러나 국가재정의 60% 이상을 지방정부가 지출하는 현 상황에서는 관점의 차이와 무관하게 지방발전을 위해서나 국가발전을 위해서나 지방자치의 진전은 중요한 국가적 과제가 아닐 수 없다는 점이 인식되어야 한다.
그간 한국 지방자치는 일부 방만행정, 참여미흡 등의 한계를 보이면서도 전반적으로는 길지 않은 기간과 불리한 여건에도 불구하고 자발성과 창의성에 기반한 긍정적 자치경험을 축적해온 것으로 평가된다. 앞으로 성년에 걸맞는 관심과 지원이 적절히 이루어진다면 지방자치의 미래발전 잠재력은 충분한 것으로 판단된다. 다행히 지방자치에 대한 국민적 지지는 충분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 6월 지방자치발전위원회가 일반국민 1000명, 전문가 500명을 대상으로 시행한 자치의식조사에서 일반국민의 54.0%, 전문가의 82.2%가 “향후 지방자치를 더 강화해야 한다”고 응답한 결과가 하나의 증거이다. 아무쪼록 이 같은 지지를 기반으로 향후 지방정부, 중앙정부, 그리고 지역주민이라는 세개의 기둥이 조화롭게 지지되어 지방자치가 성숙단계로 도약하길 희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