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 확충에 어려움 겪는 지방자치단체에는 새로운 돌파구가 되고 기부자에게는 세액 공제 혜택과 지역 특산물 등이 답례품으로 주어지는 고향사랑기부제가 시행 반년을 앞두고 있다. 제도의 성공 안착을 위해 지자체장, 공무원, 전문가가 모여 제도의 의의와 성공 전망, 제안 등을 묻고 들었다.
[고향사랑기부제의 의의와 시행령에 담길 내용은?]
이영애 발행인_ 안녕하십니까? ‘고향’하면 어떤 마음이 드세요? 고향 사랑을 표현할 수 있는 제도가 시행된다고 합니다. 고향 사랑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 지금부터 낱낱이 꼼꼼하게 챙겨보려고 합니다. 먼저 고향사랑기부제가 어떤 제도인지 간단하고 쉽게 설명 부탁드립니다.
이형석 행정안전부 지역균형발전과장_ ‘고향사랑 기부금에 관한 법률’이 작년 10월에 제정, 2023년 1월 1일부터 시행됩니다. 고향사랑기부제는 개인이 현재 거주하는 지자체 외의 다른 지자체를 대상으로 연간 500만 원 한도에서 기부하면, 세액 공제와 함께 기부액의 30%에 해당하는 답례품을 지자체로부터 받는 제도입니다. 개인에게 기부금을 받은 지자체는 주민의 복리 증진을 위해 사용할 수 있습니다. 첫 시행이라 설렘 반, 두려움 반이지만 제도가 잘 안착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신승근 한국공학대학교 복지행정학과 교수_ 고향사랑기부제는 기부금 수입으로 지역이 발전할 수 있는 토대가 될 수 있다고 보고요. 일본의 경우 답례품 제공하는 사업자가 온라인을 통해 지방의 영세 사업자에서 중견기업 그 이상으로 성장한 사례가 있습니다. 우리에게도 그런 기회가 될 수 있다는 데 큰 의의가 있다고 봅니다.
황인홍 전라북도 무주군수_ 지방정부 입장에서는 고향사랑기부제가 2가지 효과를 가져올 거라고 봅니다. 하나는 기부금이 우리 군민들에게 복지 혜택으로 돌아가고, 기부자에게 답례품을 제공해야 하는데 이를 우리 농산물로 하게 되니 농산물 생산자에게도 도움이 되는 등 이중의 효과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홍근석 한국지방행정연구원 기획조정실장_ 고향사랑기부제는 2000년대 중반부터 논의돼오다가 10여 년이 지나 제도화됐습니다. 크게 무언가를 바꾸기보다 어려운 상황에 처한 지역이 게임 체인저의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 제도가 계기가 돼 지역경제 활성화로 이어지고, 기부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을 제고할 수 있다고 봅니다.
이영애_ 현재 시행령을 준비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시행령에는 어떤 내용이 담기나요?
이형석_ 기부의 구체적인 행위, 기부나 모금 절차, 기부금 시스템에 관한 근거 규정, 기금 운용 방법, 답례품 공급 업체의 선정 방법과 절차 등 법률에서 위임한 사항을 시행령에 담았습니다. 법제처 심사 중이고요. 8월 시행령 공포를 앞두고 있습니다.
[고향사랑기부제 시행으로 무엇을 기대할 수 있나?]
이영애_ 시행까지 반년 앞으로 다가왔는데요. 고향사랑기부제를 통해 기대할 수 있는 효과는 무엇이 있나요?
황인홍_ 기부자 입장에서는 10만 원 기부하면 세액 공제 혜택과 더불어 답례품까지 받을 수 있고, 지자체는 기부금을 복지와 청년 등 지역주민을 위해 사용할 수 있죠. 군수가 조금만 더 노력하면 모금을 통해 이 기금을 충분히 활용할 수 있을 것 같고요. 또 어디에 내놔도 손색없는 지역 농·특산품이 충분해서 잘될 거라고 봅니다. 무주군은 산골이면서도 관광지거든요. 재경 무주인뿐만 아니라 도시민들을 유인할 수 있도록 열심히 현장을 찾아다니겠습니다.
신승근_ 고향사랑기부제 이면에 ‘지역 발전’이라는 큰 주제가 함의돼 있어요. 국내에 납세자가 1,600만 명가량입니다. 그중 60%가 10만 원 이상 기부하면 1조예요. 개인적으로는 1조는 들어올 거라 생각합니다.
홍근석_ 완벽한 제도는 없다고 보고요. 어렵게 만든 제도이니만큼 시행하면서 수정·보완해나가고, 그 과정에서 지자체의 피드백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군수님처럼 지자체에서 관심 가져주면 좋겠고요. 고향사랑기부제가 지방소멸, 지역 불균형 문제를 해소하는 데 기여할 수 있는 좋은 제도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형석_ 먼저 기부금을 통한 지방 재정의 확충을 꼽을 수 있고요. 그다음은 기부액의 30% 안에서 답례품이 구성되기 때문에 10만 원 기부하면 세액공제 혜택에 3만 원어치의 답례품을 받을 수 있고요. 그 답례품은 보통 지역의 농·특산품이기 때문에 지역 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될 것입니다. 기부금을 주민 복리 증진에 사용할 수 있고요. 이 제도의 핵심은 정이 메마른 시대에 ‘고향’을 주제로 인연을 맺는 겁니다. 고향은 자신이 태어나 자란 곳일 수도 있지만, 우연히 여행차 들른 곳이 마음에 닿았거나 깊은 인상을 받은 경우 제2의 고향이 될 수도 있어요. 고향의 개념을 확장하면, 수도권 주민들이 기부하고 싶은 선택지가 다양해지는 겁니다.
이영애_ 기부자가 기부한 돈이 지자체 주민 복리 증진을 위해 사용한다고 했는데, 기부금이 투명하게 공개되나요?
이형석_ 1년에 1회 기부금을 공개합니다. 횟수를 1회로 제한하는 이유는 자주 공개하는 경우 지자체 간에 과도한 경쟁이 발생할 수 있어서죠. 건전한 경쟁을 유도하면서도 국민에게 받은 기부금에 대해서는 투명하게 공개하도록 했습니다.
[답례품 A부터 Z까지]
이영애_ 답례품은 기부액의 30% 이내에서 줄 수 있는데, 반드시 줘야 하나요?
이형석_ 법률에 지방자치단체는 기부자에게 답례품을 제공할 수 있다고 돼 있지만, 기부하고 기부액의
30%에 해당하는 답례품을 선택할 수도 있고, 반대로 기부만 하고 답례품을 선택하지 않을 수도 있고요.
기부자가 선택할 수 있습니다.
이영애_ 만약 기부자가 답례품을 안 받는 대신, 타인에게 기증할 수 있나요?
이형석_ 기증은 할 수 없지만, 답례품을 선물할 수는 있어요. 예를 들어 100만 원을 기부하면 30만 원 선에서 답례품을 받잖아요? 1상자에 3만 원 하는 사과라면 10상자를 선택할 수 있어요. 그 10상자 중에서 몇 상자를 부모님이나 지인에게 주는 건 기부자의 자유입니다.
이영애_ 답례품은 어디에서 볼 수 있나요?
신승근_ 행정안전부에서 시스템을 만들고 있습니다. 온라인 포털 사이트를 통해 기부자가 기부할 지역을 선택하고 답례품을 고르는 방식이죠.
이형석_ 오프라인은 접근성이 떨어져 온라인으로 운영하려고 합니다. 포털을 통해 기부하고 전국 지자체 답례품을 다 볼 수 있도록 할 거고요. 답례품 평가 기능도 탑재할 겁니다. 그렇게 행정안전부와 지자체가 협업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습니다.
이영애_ 저도 투자하고 싶네요.(웃음) 답례품이 정말 다양한데, 제한이 있나요?
황인홍_ 답례품은 지역의 특산품으로 하는 게 맞아요. 기부자 입장에서도 지역 특산품이 좋지, 상품권은 크게 원하지 않을 것 같아요.
홍근석_ 이형석 과장님이 무척 고민하셨죠. 특히 광역시의 자치구처럼 특산품이 없는 곳이 문제였거든요.
이형석_ 고향사랑기부제 취지에 맞게 답례품은 기본적으로 지역 특산품이나 지자체에서 생산·제조된 물품이에요. 홍 실장님 말씀처럼 대도시 자치구에 농·특산물이 없을 수 있어 그 지역에서만 통용될 수 있는 지역 상품권을 답례품으로 제공할 수 있도록 했고요. 그밖에 현금, 고가의 귀금속이나 보석류, 사행성 오락 등은 답례품으로 제공할 수 없습니다. 물품뿐만 아니라 서비스, 가령 관광지에서 사용할 수 있는 이용권이나 벌초 대행 서비스 등을 답례품으로 제공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습니다.
[고향사랑기부제 성공 전망]
이영애_ 고향사랑기부제의 성과와 성공을 전망해야 하는데, 어떻게 보세요?
신승근_ 저는 반드시 성공한다고 생각해요. 고생한 만큼 성과도 있을 거고요. 내년에 1조 달성 가능하다고 봅니다.
이형석_ 지금 시행령 공포를 앞두고 있는데요, 고향사랑기부제 발전 가능성이 어마어마하다고 생각합니다.
홍근석_ 단기적으로는 잘될 거라고 봅니다. 다만 지속 가능성에 대해서는 물음표를 찍고 싶네요. 저희가 한 설문조사 결과 고향사랑기부제에 대한 인식에서 세대 간 차이가 나타났어요.
연세가 있는 분들은 고향에 대한 그리움과 애틋함이 있으셔서인지 기부 의사가 높은 편이지만, 젊은 세대는 자신에게 도움이 되느냐 아니냐가 판단의 중요한 기준이거든요. 제도가 성공하려면 운영 과정에서 다양한 세대가 참여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 그런 측면에서 노력이 좀 더 필요하다고 봅니다.
황인홍_ 성공할 수 있다고 봅니다. 저희도 애착심을 가져야겠습니다. 우리 농산물 홍보도 되고, 기부자 입장에서는 좋은 농산물을 선물로 받을 수 있고요. 상생하는 거라고 봅니다.
[앞선 일본 사례로부터 배운다]
이영애_ 일본 사례에 대해 말씀 나누고 싶어요. 지속 가능성에 대해서도 말씀해주셨는데, 고향사랑기부제는 일본에서만 하나요? 우리가 일본을 통해 무엇을 배울 수 있을까요?
신승근_ 일본에서는 빵과 냉동 과자류를 만들어 판매하는 작은 도시의 가정주부가 답례품 사업자로 지정돼 전국적으로 제품이 팔려 대박 터트린 사례가 있습니다.
고향사랑기부제는 기부금의 반대급부로 답례품을 주는 데 그치지 않고, 지역 소상공인들과 생산자들이 중견기업, 대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이 될 수 있다는 겁니다. 일본과 우리나라를 비교해보면 우리가 더 성공할 것으로 전망합니다. 고향납세 성공 모델 일본 미야코노조시의 시장은 무투표 당선됐어요. 그만큼 영향력이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고향사랑기부제를 성공적으로 운영하는 상위 5% 이내의 지자체장은 무투표 당선될 수 있습니다.
홍근석_ 답례품을 기부금의 30%로 정한 이유가 일본에서 고향납세제도 초기에 지자체 간 답례품 제공 과열 경쟁이 발생했기 때문이지요. 일본에서 100만 원 기부하고 답례품으로 노트북을 받는 사례가 있었거든요. 앞서 시행한 일본의 실패 사례가 오히려 우리에게 도움이 됐고, 이를 행정안전부에서 시행령과 표준 조례안에 담았다고 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이형석_ 선의의 경쟁이 중요하고요. 기부 자체가 좋은 의미가 있는 만큼, 지자체는 기부금을 주민 복리 증진을 위해 사용한다는 신뢰를 만들어야 합니다. 이런 믿음을 토대로 기부 문화가 활성화돼 선순환하면, 우리 사회에 선진적인 기부 문화가 정착되리라고 생각해요. 고향사랑기부제가 지정기부제도는 아니거든요. 기부금이 주민 복리 증진에 사용하도록 돼 있지만, 사용처가 정해져 있지 않아요. 지자체의 재량이죠.
지자체에서 좋은 사업 아이템을 가지고 기부받아 사업을 1년 이내에 완성하고 기부자에게는 답례품 혜택이 주어지면 그게 선의의 경쟁이 되지 않을까 싶어요.
황인홍_ 저희도 고향사랑기부제 전담 팀을 신설했습니다. 고향사랑기부제를 어떻게 운용할지 그림을 잘 그려야 할 것 같습니다. 지역에 큰 도움이 될 고향사랑기부제에 많은 분이 참여할 수 있도록 군수가 직접 365일 열심히 뛰겠습니다.
[홍보 계획과 제안은?]
이영애_ 고향사랑기부제를 아직 잘 모르는 분이 많은데요, 홍보와 함께 제안도 해주시죠.
이형석_ 기부자의 마음을 사로잡는 매력적인 답례품 개발이나 기부 시스템 구축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내년 시행을 앞두고 지자체와 함께 워크숍을 진행해 우수 사례를 공유하고 있어요.
홍근석_ 차별화가 관건입니다. 이미 준비하고 있으시지만, 차별화가 안 되는 지역도 생길 것 같아요. 또 고민했던 사항의 하나가 광역과 기초 간의 역할 문제도 있을 것 같고요. 광역과 기초 간은 물론 기초 간의 협력도 중요하다고 봅니다.
황인홍_ 어차피 광역 내에 기초가 있는데, 광역까지 고향사랑기부제를 시행할 필요가 있나 싶어요.
신승근_ 고향사랑기부제 적용 대상을 광역까지 하게 된 이유가 있어요. 기부금 10만 원을 내면 9만 1,000원은 국고에서, 나머지 9,000원은 지방소득세(광역)에서 옵니다. 세금의 일부를 광역이 보전해주기 때문에 배제할 수 없는 거고요. 일본 사례를 보면 초기에 광역과 기초 간에 경쟁하지만, 나중에는 광역이 기초를 밀어줍니다. 크게 걱정하지 않으셔도 될 것 같아요. 군수님 말씀처럼 기초지자체의 오해를 사지 않도록 연구회에서 좀 더 소통하면 좋겠습니다.
황인홍_ 교수님 말씀처럼 잘되면 다행인데, 좀 더 잘 다듬어서 매끄럽게 가도록 해주면 좋겠습니다.
저희는 무주에 관심 두고 사랑하는 사람이 많이 나타나도록 노력할 거고요. 고향사랑기부제를 통해 관광지 무주를 한번은 다녀가야 합니다. 기부자가 무주에 방문함으로써 숙박도 하고 지역에서 소비함으로써 지역 경제에도 도움이 될 거 아닙니까. 일거양득이죠. 우리 같은 시골 지역에는 좋은 기회라고 봅니다.
이영애_ 마지막으로 참석자들의 한 줄 어록을 들으며 마무리하겠습니다.
신승근_ 지역 경영의 시대를 열자!
황인홍_ 고향사랑기부제가 무주군에 큰 도움이 되도록 역할 해 무주가 다시 태어나는 모습을 보여드리겠습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홍근석_ ‘우문현답(우리의 문제는 현장에 답이 있다)’이라고 생각합니다. 현장에 있는 분들의 많은 수고와 노력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이형석_ 지방 매력의 재발견.
이영애_ 여러분, 어떻게 보셨습니까? 우리 청년들의 가슴에 고향을 만들어주는 고향사랑기부제가 되고,
1년 후 “정말 큰일했노라” 그런 말씀을 나눌 수 있기를 기대하며 마무리하겠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