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의민주주의 (熟議民主主義·deliberative democracy)란, 평등한 시민의 자유로운 공적 숙의가 정당한 정치〮정책적 의사결정과 정치〮사회 제도화의 중심이 되는 민주주의 체계이다. 이 이론은 1980년에 처음 제시되었고, 1990년대 중후반부터 학계에서 본격적인 논의가 이루어졌다. 이해관계나 찬반이 첨예하게 대립되는 정책, 시민경제에 영향을 미치거나 시민생활을 제약할 수 있는 정책, 대규모 예산이 수반되는 사업에 대해 결정주체 (정부, 의회)가 결정을 내리기 곤란한 상황에서 시민들에게 길을 묻는 대안적〮보완적 민주주의 방식이라고 할 수 있다.
그동안 정부나 다른 지방자치단체들이 숙의민주주의 도입시도는 여러 차례 있었다. 정부 차원에서 ‘신고리 5〮6기 공사 중단〮재개 여부 공론화’와 ‘대입제도 개편 공론화’ 사례가 있었고, 지방자치단체 차원에서 ‘성북구 아파트 경비원 고용안정 시민회의’, ‘관악구 협치 의제 발굴을 위한 생방송 공론장,’ 서울시의 ‘시민의 집단지성으로 만드는 코로나 이후의 시민회의’ 사례 등이다.
인천광역시 ‘숙의시민단’ 30명이 금년 3월 30일 ‘인천형수소생태계 구축’에 대해 3일간 숙의와 토론을 거쳐 합의한 정책권고안을 인천시에 제출했다.
앞에서 언급한 안건들을 심의한 시민조직은 해당 사안만 다루고 해산하는 데 비해, 인천시 숙의시민단은 상설 조직이라는 점이 특징이다. 인천시는 지난해 7월에 521명을 숙의시민단 위원으로 위촉한 바 있으며 임기는 2년이다.
「인천광역시 공론화 및 갈등관리에 관한 조례」에 숙의시민단을 규정을 추가하여 제도화했다 (16조). 수소생태계 구축사업의 중점 추진과제는 △수소생산클러스터 구축, △청정수소 모빌리티 확대, △분산형 블루수소전원체계 구축, △수소충전 인프라 구축, △수소 마을기업조성, △생활 속 연료전지 보급확대 등이며 2030년까지 10조 원가량의 사업비가 투입되고 1만여 명의 일자리 창출이 기대되는 대규모 프로젝트다.
30명의 시민단은 3회에 걸친 오프라인 모임을 통해 수소전문가, 갈등관리 전문가 등으로부터 객관적이고 균형있는 설명을 듣고 심층적인 토론을 진행했다.
인천시는 오프라인 토론에 앞서 지난해 11월과 12월, 전체 숙의시민단 위원을 대상으로 두 차례 수소 관련 인식 조사를 실시한 바 있다. 신에너지 사업의 특성상 지역경제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고 안전문제에 대한 시민의 우려가 큰 핵심 사업추진을 앞두고 시민의 이해와 수용성 제고를 위해 서두르지 않고 단계적으로 터를 다져가는 모습이 돋보인다. 숙의의 숙(熟)은 익을 숙자다. 이렇듯 숙의민주주의는 정책대상자와 전문가들이 모여 정보를 공유하고 숙의(熟議)의 과정을 거쳐 합의안을 숙성(熟成)시키는 형식이다.
《기자의 생각》 1)「인천광역시 공론화 및 갈등관리에 관한 조례」에 의하면 숙의시민단은숙의결과를‘갈등관리추진위원회’를거쳐 ‘공론화·갈등관리위원회’에 제출하며, 이 위원회는 30일 이내 에이를 심의의결하여 시장에게 권고 하도록 함으로써, 시민의 의사가 시장에게 전달되는 과정이 복잡하고 시간이 낭비되는 측면이 있다. 또한, 중간채널인 2개위원회의 개입이 시민의 자유토론을 제약하고 시민-시장간 의사소통을 왜곡할 가능성이 있다.
2) 숙의시민단의 임기가 2년이라면 최소한 2년동안 다룰 숙의어젠다목록을 포함한 로드맵이 있어야 하는데, 인천광역시는 이를 갖추고 있지 않았다. 다시 말해, 수소생태계 의제 다음 상정할 안건이 정해져 있지 않은 상태다. 숙의시민단운영이 지속가능할지 우려스럽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