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수
우리글진흥원 전임교수
유튜브 경수생각tv 운영
사막·오지 마라토너
작가 겸 칼럼니스트
전. 강북구 마을협지과장
공무원은 의외로 남의 일에 별 관심이 없다. 자신이 특별히 사고를 치지 않으면, 남한테 별로 아쉬운 소리 할 일도 없다. 그런데 역설적이게도 공직사회는 소문이 무척 빠르다. 모 직원이 선배에게 대들거나 술에 취해 주사를 부리거나 혹은 이성 간의 부적절한 교제 장면이 눈에 띄었다가는 순식간에 소문이 퍼지고 만다. 가십이 난무하는 집단이다. 그렇다면 이런 독특한 조직문화에서 어떻게 적응하고 처신해야 할까?
하지 말아야 행동
첫째, 절대 적을 만들지 말아야 한다. 조직에서 너무 똑똑한 체하거나 감정 기복이 심하면 싸움이 벌어지기 십상이다. 주먹다짐하는 싸움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자신이 아무리 떳떳해도 너무 당당하게 맞서지 말고, 자신이 아무리 많이 알아도 보따리를 조금씩 푸는 지혜가 필요하다. 직장에서 동료, 선후배 모두가 잠재적 경쟁자라는 것을 잊으면 안 된다.
둘째, 자신의 약점은 굳이 말하지 않는 것이 좋다. 자신의 깊은 과거나 가정사, 치명적인 단점 같은 것 말이다. 지극히 개인적인 일은 남이 알아서 결코 득이 되지 않는다. 약점은 아니지만 자기 계발이나 취미활동에 관한 것도 가급적 삼가하는 것이 좋다. 직장은 일터이지 자기 계발의 공론장이 아니다. 듣는 동료가 겉으로는 격려를 보낼지 몰라도 속으로 ‘그 열정으로 일이나 똑바로 하지.~’ 비아냥거릴 수 있다.
셋째, 남을 뒷담화 하는 것은 금물이다. 뒷담화가 안 좋은 것은 거기에 등장하는 주인공에게 치명적인 상처를 주는 짓이기 때문이다. 곁에서 그 험담을 듣는 동료는 겉으로 재미있어할지 몰라도 속으로는 ‘내가 없는 데서 나한테도 뒷담화 칠 수 있겠는데!’라는 생각을 먹을 수 있다. 남을 씹어 대는 인간으로 인식되는 순간, 직원들이 경계하고 등을 돌리게 되는 것은 확실하다.
이 세 가지만 자제해도 조직에서 기본은 하고, 중간은 간다. 그렇다면 어떻게 처신해야 공직에서 인정받고 빨리 성장할 수 있을까? 방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이미 모두 알고 있는 사실이다.
지켜야 할 행동
첫째, 힘들어도 가능하면 많이 웃는 거다. 너무 실없이 아무 때나 웃으라는 것이 아니다. 웃어야 할 때 웃으라는 것이다. 어느 관공서 민원실에서... 심통 난 표정으로 주민을 대하는 직원의 모습을 봤을 때 어떤 생각이 드는가? 퉁퉁 부은 동료 직원과는 가벼운 말 한마디 건네기도 부담스럽다. 동료들을 불편하게 하는 찌푸린 표정은 직장생활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팔다리로 애써 쌓은 것을 얼굴 표정으로 까먹는 꼴이 된다.
둘째, 인사를 많이 하는 거다. 신입 때나 부서를 갓 옮기면 열심히 인사를 한다. 그런데 직원들을 좀 알만하면, 선배건 동료건 복도에서 서로 마주쳐도 그냥 무시하고 지나치는 직원이 간혹 있다. 인사를 잘한다고 당장 큰 칭찬을 받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인사를 안 하는 직원으로 찍히면 여러 면에서 보이지 않는 불이익을 받는 것은 분명하다. 공직생활에서 인사는... 하면 ‘기본’, 안 하면 ‘손해’다.
셋째, 궂은일은 먼저 나서서 하는 거다. 사무실에서 매일 10시간 넘게 함께 지내는 동료는 제2의 가족이나 다름없다. 갑자기 짐을 나르거나 누군가 외부행사에 가야 하는 경우 혹은 사무실 청소를 할 때 다른 직원의 눈치 보지 말고 먼저 나서서 하는 거다. 똑같은 시간 동안 당신은 궂은일을 하고, 누구는 고개를 숙인 채 자기 일만 한다고 치자. 당장은 몰라도 당신에 대한 평가는 나중에 빛을 보게 될 것이다. 그렇다고 남의 업무까지 덤벙덤벙 받아서 하라는 건 아니다.
그런데 해야 할 것과 하지 말아야 할 것을 합친 것만큼 중요한 것이 하나 있다. 일 처리를 제대로 하는 것이다. ‘맡은 업무는 똑소리 나게 한다.’는 인정을 받는 것이다. 자꾸 업무를 펑크 내고, 일 때문에 문제가 터지면... 동료나 부서장은 물론 근무하는 기관 얼굴에 먹칠이 된다. 근평도 좋게 받을 리 없다. 직장생활의 큰 두 축은 일과 인간관계이다. 업무처리 하나 제대로 못 하면서 이 6가지를 잘 지킨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그런데 처음부터 한꺼번에 잘하려고 들면 빨리 지친다. 2022년 임인년壬寅年 새해가 밝았다. 심기일전해서 하나씩 차근차근 바꿔보자. 좋은 습관이 좋은 기회를 만드는 것은 분명하다.
김경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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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강북구청(마을협치과장)에서 30년 공직생활을 마감했다. 19년째 지구상 곳곳의 사막과 오지를 달리고 있다. ‘청백봉사상’, ‘근정포장’과 ‘2013 올해의 닮고 싶은 인물상’을 수상했다. 강연(명강사 제128호, 한국강사협회)과 집필 <나는 아직 멈추고 싶지 않다>, 블랙야크 셰르파와 방송 활동도 활발하다. 지금은 우리글진흥원 전임교수로 공직 후배들을 위한 직무교육에 전념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