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라도 지역에서 '홍어'가 빠지면 섭섭하다. 그도 그럴 것이 전라도 특히 전라남도에선 잔치 때 홍어가 어김없이 등장하기 때문이다.
특유의 냄새로 인해 홍어를 왜 먹는지 이해할 수 없다는 이들도 있지만, 잘 삭힌 홍어는 꼬들꼬들한 식감에 씹을수록 고소함이 더해져 한 번도 안 먹어본 사람은 있지만, 한 번만 먹어본 사람은 없을 정도로 마니아층이 두껍다.

홍어는 언제부터 먹기 시작했을까? 홍어를 기록한 역사는 조선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조선왕조실록 세종실록지리지에 따르면 홍어는 임금에게 진상된 아주 귀한 식재료로 나와 있다. 그 중 흑산도 홍어는 정약전의 《자산어보》와 19세기 홍어 장수 문순득의 《표해시말》에 기록될 정도로 역사가 있는 식재료로 전해지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잡히는 참홍어 중 흑산도 인근에서 난 홍어가 차지하는 비중이 전체 어획량의 80~90%를 차지한다고 하니 홍어의 본고장 하면 흑산도라고 할 수 있겠다.
흑산도 일대 연근해 어장에서 행해지는 전통 어법 ‘신안 흑산 홍어잡이 어업’이 이번에 제11호 국가중요어업유산으로 지정됐다.
흑산 홍어잡이 어업은 긴 낚싯줄에 여러 개의 낚싯바늘을 달아 미끼를 끼우지 않고 미늘(낚시 끝의 안쪽에 있는 작은 갈고리)이 없는 낚싯바늘을 사용해 홍어를 잡는 방식이 특징이다. 홍어잡이 시 그물을 해저에서 끌어 올려 고기를 잡아 홍어 외의 다른 품종까지 잡는 혼획이 이루어지는 외국의 조업 방식과 다르게 흑산도 홍어잡이 방식은 혼획이 없고, 미끼를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바다 오염을 최소화하는 점이 인정받았다. 이 전통 방식의 흑산 홍어잡이가 문헌에 처음 등장한 것은 1770년 김약행의 《유대흑기》에서다. 최소 250년 이상 흑산도 홍어잡이가 이루어졌다는 방증이다.

신안 흑산 홍어잡이 어업이 국가중요어업유산이 된 만큼 정부와 전라남도는 앞으로 3년 간 어업유산의 복원과 계승에 필요한 예산을 지원한다. 지원으로 홍어 위판장 현대화사업, 상징조형물 설치, 전통자료 복원, 연계 상품개발 등이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한때 신안 흑산도에서 어족 자원 감소로 자칫 홍어잡이 배가 사라질 위기에 처해졌지만, 총허용 어획량제를 통해 꾸준히 관리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그 결과 6척, 248톤에 불과하던 2016년 어획량이 2021년 16척, 583톤 규모로 5년 만에 2배 이상 늘어나 어민들은 한시름 놓게 됐다.
전라남도는 이번에 지정된 신안 흑산 홍어잡이 어업을 포함해 보성 뻘배 어업, 신안 갯벌 천일염업, 완도 지주식 김 양식 어업, 무안신안 갯벌 낙지 맨손어업, 광양하동 재첩잡이 손틀어업 등 전국 국가중요어업유산 11개 중 6개를 지정 받은 것으로 전했다.
수백 년 이어져 내려온 전통 방식의 어업 유산은 전통문화의 보전과 함께 어업인 소득 증대, 어촌 관광 활성화, 지역브랜드 가치 증대 등 자치분권 시대를 열어가는 지역의 경제와 문화를 활성화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지자체와 정부의 기대를 모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