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들이 수십 년 간 쌓아온 재난기금이 이번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거의 바닥이 드러난 것으로 조사됐다. 17개 광역 시도 올해 평균 재난관리, 재해구호기금 집행률이 각각 72%, 78%에 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서범수 의원실(국민의힘, 행정안전위원회)에 따르면 전국 243개 지자체가 제1차 코로나 재난지원금으로 지급한 금액이 약 6조 원에 달하는 것으로 확인했다고 밝혔다.
행정안전부로부터 받은 '지자체별 재난지원금 지급 및 환수현황'에 따르면, 2020년도 8월말까지 지자체별로 주민 대상으로 지급한 제1차 재난지원금이 6조 71억 원가량으로 드러났다.
지역별로 경기도가 2조 6,346억 원(약 44%)가량을 코로나 재난지원금으로 집행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서울시는 약 1조 2,069억 원을 집행해 2위를 기록했고, 부산광역시 3,749억 원, 강원도 3,011억 원, 대구광역시 2,821억 원, 경상북도 2,527억 원, 전라남도 2,351억 원, 경상남도 1,900억 원 순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 사태가 앞으로도 지속되거나 대규모 유행이 되는 경우, 태풍이나 지진과 같은 큰 자연재해가 발생하는 경우 지자체가 가용할 재원이 거의 바닥이 드러나 지방채를 발행하거나 세금을 더 걷어야 하는 실정인 것으로 보고 있다.
서범수 의원은 "코로나19로 모두가 어려운데 지자체에 따라 어디는 돈 많이 주고, 또 어디는 적게주면 국민 간 차별로 인해 위화감이 조성될 수밖에 없다"라며 "그렇게 되면 지자체장은 주민들로부터 '저기는 많이 주는데, 왜 우리는 안 주냐?' 같은 압력을 받게 되고, 이는 재정이 열악한 상황에서도 돈을 풀 수 밖에 없을 게 뻔하다"고 지적했다.
또 의원실이 행정안전부로부터 받은 '최근 5년간 재난기금 사용 현황'에 따르면, 올해 7울말 기준 재난관리기금은 72%, 재해구호기금은 78%가 이미 사용된 것으로 확인됐다.
재난관리기금과 재해구호기금은 일종의 비상금으로, 각종 재난 예방과 복구에 따른 비용 부담을 위해 지자체가 해마다 법정적립액에 따라 적립하는 금액이다.
재난 관련 기금을 80% 이상 사용한 지자체는 17개 시도 중 7개로 서울, 인천, 대전, 경기도, 전라북도, 전라남도, 경상북도이다. 이 중 대전은 전년 대비 396억 원에서 62억 원으로 전라북도는 318억 원에서 58억 원으로 전라남도는 261억 원에서 7억 원으로 재해구호기금 잔액이 대폭 감소한 것으로 밝혀졌다.
재난관리기금은 최근 3년 보통세 수입결산 연평균액 1%를, 재해구호기금은 0.5% 이상을 법정적립액으로 규정하지만, 지자체 재정 상태에 따라 법정적립액 비달이 발생해 재난기금 확보가 쉽지 않다는 지적이 있어왔다.
서범수 의원은 "총선 전 중앙정부가 4인가구 기준 100만 원을 지급했음에도 거기에 5~10만 원을 더 주려고 수십 년 간 쌓아온 지자체 재난기금을 거의 다 사용하는 것이 적절한지 의문"이라며 "재난 관련 기금 사용 요건을 방역 물품 구입과 선별진료소 검사비 지원 등 코로나19 대응에 필수적인 항목으로 제한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