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0.2%, 1400여만명에 불과한 유대인. 그러나 역대 노벨상 수상자 중 22%가 유대인이 고, 정치·경제·금융·언론·예술 등 다양한 분야에서 그들이 이룬 성과는 놀라울 정도다. 유대 인들의 뛰어난 성과는 그들의 교육방식에서 찾아볼 수 있다. 짝지어 대화하고 토론하고 논쟁하는 유대인의 교육방식인 ‘하브루타(Havruta)’는 수동적이고 획일화된 우리나라의 교육방식이 본받아야 할 모델이다.
유대인들은 소리 내어 탈무드를 읽는 것에서부터 공부를 시작한다. 어렸을 때부터 책을 읽고 서로 짝을 지어 토론하는 것을 즐기는 유대인 학교는 수업시간이 흡사 시장통처럼 시끄럽다. 유대인의 교육방식인 하브루타는 보통 2명에서 4명 정도 짝을 지어 서로 대화하고 논쟁하는 과정을 통해 서로의 생각을 일깨우는데, 이때 교사나 부모는 수업을 준비하는 단계에서만 아이들 앞에 나설 뿐 아이들의 논쟁에는 거의 관여하지 않는다. 학생들은 서로 질문하고 대답하는 과정을 통해 생각을 하게 되고, 상대의 말을 듣고 반박하는 과정에서 다양한 견해와 관점, 시각을 갖는다.
난해하고 함축적인 문구들을 해석한 탈무드를 이해하기 위해 서로 토론하는데서 시작했던 하브루타. 간혹 하브루타를 토론방식의 수업과 비슷한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주제가 이미 정해져 상대방을 설득하거나 해결 방법을 찾아가는 토론에 비해 하브루타는 특정한 주제 없이 질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나가는 방식이다. 정답을 찾는 것이 아니라 생각을 이어나가는 과정인 것이다.
하브루타 수업 방식에는 놀라운 결과가 따른다. 공부할 때 일방적으로 듣기만 하는 강의는 기억에 5%만 남지만 서로 설명하는 공부는 90% 이상 남는다는 연구결과가 있을 정도인데, 이는 ‘메타인지’ 때문이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하는 생각을 ‘인지’라고 하고, 인지를 바라보는 또 다른 눈을 ‘메타인지’라고 한다. 즉, 내가 하는 생각을 객관적으로 판단하는 것이 메타인지인 셈이다. 메타인지는 내가 아는 것과 안다고 착각하는 것을 구분하는 역할을 하는데, 상대방에게 내 생각을 말로 설명하는 과정에서 내가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이 명확해지고 인과관계를 정리할 수있게 되는 것이다.
하브루타 교육에서 나온 것이 탈무드 논쟁법(Talmudic Debate)이라는 것인데, 탈무드의 내용 중 한 구절을 해석하면 다른 쪽에서는 왜 그렇게 해석했는지를 조목 조목 따져 묻는다. 여기서 조금이라도 허점이 보이면 바로 상대의 논리에 말려들기 때문에 나의 생각과 논리를 철저하게 준비해야 한다.
이런 교육방식 때문에 하브루타 교육을 처음 접하는 사람들은 말싸움을 하는 것은 아닌가 하고 당황하지만 정작 논쟁을 한 당사자들은 상대의 학습 방법과 생각을 존중하고 토론이 끝난 후에는 잊어버린다. 유대 인들은 이런 교육방식을 통해 스스로 감정을 조절하고 절제하는 방법도 배우고 있다.
하브루타 교육의 핵심은 ‘질문’이다. 상대방의 핵심을 찌를 수 있는 질문을 생각하면서 내가 아는 것을 의심 하고 수많은 상상력과 사고력을 동원해야하기 때문이다. 하브루타교육협회는 한 문장으로 여러 개의 질문을 만들어보는 것부터 시작하라고 조언한다. 예를 들어 “옛날에는 가난뱅이었던 벼락부자가 있었다”라는 문장으로 질문해보면, 단순하게는 단어의 의미를 묻는 것부터 삶과 철학적인 고차원적 질문까지 다양하게 던질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하브루타 교육방식에는 명심해야 할 것이 있다. 토론을 하는 이유는 상대방을 설득하거나 곤란하게 하려는 목적이 아니라는 것이다. 내 생각만 강요하거나 네 생각은 틀렸다는 생각으로는 아무리 좋은 교육방법이라도 효과가 없을뿐더러 토론 자체가 건전한 방향으로 이루어지지 못한다. 학교에서, 가정에서 아이들에게 하브루타 교육방법을 적용하고 싶다면 항상 열린 마음을 가져야 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