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영 천안시장은 천안의 전통시장을 활성화하고 벤치마킹하기 위해 일본의 노인전문 재래시장을 방문했다. 일본 도쿄 도시마구에 위치한 스가모 시장은 할머니 할아버지의 ‘하라주쿠’ 라고 불릴 정도로 노인에게 특화된 시장이다. 노인인구가 전체의 20%를 차지하는 고령국가 일본에서 우리가 나아가야 할 길은 무엇인지 모색을 위해 내용을 정리했다.
에도시대부터 현재까지 상업과 신앙의 장소인 스가 모거리는 옛 일본의 풍경과 문화를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매년 800만명이 넘게 찾아온다는 이 시장의 키워드는 ‘노인’이다. 시장 인근에 지하철역이 4개나 있어 접근성이 좋고 시장 중간에 사찰이 있어 그곳을 방문하는 노인들이 자연스럽게 시장에서 쇼핑을 즐기기도 한다.
사찰과 노점, 작은 가게가 늘어선 스가모시장은 옛 일본의 풍경과 문화를 간직하고 있다. 800미터 남짓한 거리에 들어선 200여 개의 점포에서는 전통설화를 바탕으로 한 캐릭터 상품과 그림, 사탕 등을 팔며 향수를 자극하고 중간중간 쉬어갈 수 있도록 점포나 거리 곳곳에 의자와 쉼터가 마련되어 있다. 상점에 쉽게 드나들 수 있도록 문턱을 없애고 가격표도 눈에 잘 띄도록 큼직하게 붙여놓는다. 위기상황을 대비한 제세 동기 등 고급 의료장비도 갖추고 있다. 그야말로 노인 맞춤형 시장이다.
이곳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실버점원이다. 대부분의 상점이 50대 이상의 점원을 고용하고 있다. 노인 들의 마음을 가장 잘 아는 실버점원이 고객을 상대하니 상점을 찾는 노인들도 친숙하고 편안하게 물으며 쇼핑을 즐길 수 있다. 이처럼 스가모시장은 단순히 노인을 고객으로만 생각하지 않고 노인을 위한 일자리도 창출하고 있다.
스가모시장의 대표적인 명물은 ‘빨간 속옷’이다. 일본 인들은 빨간색이 몸에 좋다고 믿고 있는데, 빨간 속옷을 입으면 혈액순환이 좋아져 건강해진다는 속설이 있다. 이를 이용해 빨간 속옷만 파는 상점에는 많은 사람들이 찾아와 건강을 기원하며 속옷을 구매한다. 건강에 관심이 많은 노인들에게도 딱 맞아떨어진 판매전략인 셈이다.

이처럼 노인전문 시장이라고는 하지만 판매전략이나 홍보 등은 대형마트 못지않다. 캐릭터 천국인 일본답게 스가모시장을 상징할 수 있는 귀여운 마스코트가 각종 행사나 축제가 열릴 때마다 홍보역할을 담당하 고, 이를 활용한 상품판매도 활발하다.
시장 홈페이지와 페이스북, 트위터를 통해 꾸준히 시장 구석구석을 소개하고 고객들과 소통하고 있다. 이는 노인전문 재래시장이지만 노인만이 아닌 다양한 연령의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이유다.
스가모시장에서 활기차게 쇼핑하는 일본의 노인들은, 탑골공원에 모여 앉아 무료하게 시간을 때우는 우리의 노인들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현대화와 편리성을 따지는 요즘에도 재래시장이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은 있다. 스가모시장을 방문한 구본영 천안시장은 이번 견학결과를 바탕으로 2015년부터 노인전문시장 육성을 위해 협의체를 구성하고 기반시설 설치 등을 통해 본격적으로 전통시장을 활성화한다는 계획이다.
우리나라에도 스가모시장을 뛰어넘을 만한 명소가 탄생하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