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의 외교·국방·무역 상원위원장과 퀸즐랜드 상원의원, 호주 유엔협의회장 등을 거친 러셀 트러드 교수는 자타가 공인하는 동북아전문가다. 그리피스 대학교에 설립된 아시아연구원장으로 재직 중인 그에게 북핵과 안보, 우리나라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들었다.
이영애(《월간 지방자치》 편집인)_ 현재 미국을 포함한 선진국들은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고 있습니다. 미국의 전문가들은 북한이 핵탄두를 20여개 가지고 있다고 판단하는데, 교수님께서도 북한이 핵을 보유하고 있다고 보시나요?
러셀 트러드(Russell Trood, 그리피스대학교 국제관계학과교수)_ 저는 북한이 일정 수준의 핵무기 보유 능력을 확보하고 있고, 그러한 능력으로 미사일이나 로켓으로 개발해 가고 있다는 것은 분명하다고 보고 있습니다. 또 북한 김정은 정권은 핵무기 개발을 쉽게 포기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들은 계속해서 핵무기를 개발해 나갈 것이고, 결과적으로 아시아 태평양 지역은 물론, 특히 동북아시아의 안전이 심각하게 불안정하고 우려되는 상황이 지속될 것이라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이영애_ 북한이 핵을 보유하고 있다면 얼마나 가지고 있을 거라고 생각하세요?
러셀 트러드_ 북한이 현재 핵탄두를 얼마나 보유하고 있는지 저로서는 구체적이고 공식적인 자료를 확인하지 못했기 때문에 단정적으로 말씀드릴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그러나 제가 말씀드릴 수 있는 것은 북한이 보유한 핵탄두가 10여기든 20여기 이상이든 북한이 핵탄두를 포기하는 대가가 주어지지 않는 한 그들은 쉽게 핵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는 겁니다.
이영애_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수소폭탄을 보유하고 있다는 것에 대해 어떻게 보시는지요?
러셀 트러드_ 북한이 초기 수준의 ICBM 발사 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로켓 발사를 통해서 분명하게 보여 줬고, ICBM이 아니라 로켓이라고 주장하며 앞으로도 계속 발사를 시도할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현재는 국제 사회가 북한의 이러한 시도를 제제할 수단이 없고, 관련 문제에 대한 협상을 끌어내기도 쉽지가 않은 상황입니다. 북한 정권도 이 사실을 잘 알고 있다고 보고 있고요. 이런 측면에서 북한이 ICBM이 아닌 로켓을 발사했다고 주장하는 것에 대하여 저는 회의적으로 생각합니다. 또한, 초기 수준의 수소폭탄을 개발하고 있다는 가능성은 있으나, 북한이 수소폭탄을 개발했다고 주장하는 것은 선전적 의미라 보여집니다. 여러 자료를 살펴본 바로, 우라늄 핵 미사일을 보유했다 판단하고 있을 것같습니다.
이영애_ 한국, 특히 청년과 공직자에게 전하고 싶은 조언의 말씀은 없으신가요?
러셀 트러드_ 제 경험상 한국 사람들은 실용적인 국민이므로 직관적으로 무엇이 옳은지는 알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북한의 김정은 정권이 집권 이후 보여준 행태는 불안정하고 비정상적입니다. 예측이 불가능한 정권을 상대하는 데 있어서 동북아시아 안보상 아주 특별한 주의와 대처가 필요합니다. 이런 측면에서 저는 한국 정부가 지금까지 취해 온 대처는 바람직하다고 보고 있습니다. 남북한 이산가족 상봉 등의 중요한 인도적 해결책은 계속 모색되어야 하겠지만, 6자회담을 통한 어떤 협상이나 결과를 도출하는 것은 어려울 것이라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과거 정권들이 맺어 왔던 남북한 간의 협상들이 실패하였었다는 점에서 교훈을 얻어야 합니다. 그런 과거의 경험에서 볼 때, 단기간에 어떤 긍정적인 결실을 얻어내려는 것보다는 김정은 정권이 관심을 가질 만한 분야를 찾아내 그 분야부터 대화의 실마리를 찾아가는 것이 좋겠다는 것이 제 개인적인 의견입니다. 또 남북한 경계에서 이루어지던 공동사업장과 같은 경제협력 교류를 모색하는 것이 가치 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남북경제협력교류를 통한 접근은 위험을 덜어줄 것으로 보여집니다. 중앙통제 경제체제인 북한에 한국의 자유시장 경제체제를 스며들게 하여 북한 경제체제에 변화를 주는 것을 인센티브의 계기로 삼아, 남한의 경제적 강점을 활용하여 상호 건설적이고 바람직한 남북 경제무역교류를 모색하는 것이 나아가야 할 방향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영애_ 3월 31일부터 미국 워싱턴에서 제4차 4개국 핵안보정상회의가 열리기도 하는데요. 선진국들이 북한을 압박하면 북한이 핵을 포기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보시나요?
러셀 트러드_ 건설적인 정상회담을 갖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저는 정상회담뿐만 아니라 어떠한 형식의 대화나 회담을 하는 것은 중요하다고 보고 있습니만 제 생각에는 이번 정상회담의 결과가 북한으로 하여금 어떠한 긍정적인 영향이나 행동을 유도해 낼 수 있다고는 보지 않습니다. 당연히 건설적인 결과가 나오길 바라지만, 일단 그 귀추는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이영애_ 교수님 개인적으로 판단하시기에 호주도 핵을 가져야 된다고 생각하시나요?
러셀 트러드_ 저는 호주가 핵을 보유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이영애_ 아시아 태평양 지역의 정치, 경제에 관해 연구를 많이 하셨는데 한국과 호주의 관계를 어떻게 바라보시나요?
러셀 트러드_ 한국과 호주의 관계를 되돌아볼 때, 호주와 한국은 백년 이상의 교류 속에서, 특히 6·25참전, 유엔평화유지 활동 참여 등 아주 중요한 관계를 맺어왔고 앞으로도 관계를 계속해서 발전시켜 나가야 합니다. 한국과 호주는 아시아, 태평양 지역에서 자연스럽고 전략적인 파트너입니다. 즉, 역내의 안보 파트너이자 경제무역 파트너죠. 한국은 호주의 3대 교역국으로 가장 중요한 경제 상대국이며, 양국 간의 교류는 무한한 가능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물론 교류를 하다 보면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지만, 두 나라의 교류는 서로 쉽게 어울릴 수 있는 자연스러운 관계라는 점에서 교육·관광·문화 분야에서 보다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이러한 관심이 활성화되어 인적 교류도 더욱 발전되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호주에 거주하고 있는 한국인 숫자는 계속 증가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인적교류를 통해서도 한국과 호주의 교류가 확대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는데요. 저의 친구인 주한 호주대사도 제 생각에 공감하고 있습니다. 또, 저 개인적으로도 그리피스대학교의 아시아연구원의 원장으로서 이러한 양국 간의 관계를 발전시키는 데 최선을 다하려고 합니다.
이영애_ 개인적으로 한 가지 더 질문을 드리면, 한국은 총선을 목전에 두고 있습니다. 호주에서는 투표가 의무사항이고 참여하지 않으면 벌금을 낸다고 들었는데요. 저는 민주주의국가에서는 투표는 개인의 자유라고 생각하는데, 호주에서는 왜 투표 참여가 의무인가요?
러셀 트러드_ 호주는 역사적으로 70년 넘게 투표를 의무사항으로 규정해 투표를 하지 않는 사람에게는 소정의 벌금을 부과하는 강제적 선거제도를 가지고 있습니다. 저도 투표가 개인의 선택이라는 점에 동의하고 민주주의 측면에서 보면 이런 제도는 이상하지만, 호주로서는 그런 제도가 나름 국가이익에 부합된다고 보는 겁니다. 나라마다 민주주의제도는 다르겠지만 호주의 국가체제를 유지하는데 의무투표가 국민들의 의견을 최대한 반영하기 위한 민주주의의 한 방식이라는 점에서 저 개인적으로도 의무투표 제도에 이의가 없으며, 호주 국민들도 이러한 제도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주: 2016년 현재, 호주는 연방정부 투표에 참가하지 않을 경우, 미투표자에게 20호주달러의 벌금을 부과한다. 주정부나 지방정부 투표 미참여자 벌금은 주마다 약간씩 다르나, NSW주의 경우 55호주달러의 벌금을 부과하고 있다)
이영애_ 한국의 젊은이들이 투표와 정치에 관심을 가지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러셀 트러드_ 젊은이들을 선거에 참여시키는 것은 결국 정당의 책임입니다. 정당은 어떤 주제를 가지고 사람들이 토론하고 결과를 도출하면서 자신과 관련된 여러 가지 문제를 다룰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젊은이들은 취업과 교육에 관심이 많은데, 그런 것들을 정당의 정책에 반영함으로써 젊은이들을 끌어들일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죠.
이영애_ 선거에서 국민들은 어떤 사람을 뽑아야 할까요?
러셀 트러드_ 기본적으로는 민주주의를 할 수 있는 사람을 뽑아야 합니다. 자신이 속해 있는 그룹이나 특정한 집단의 이익을 대변하는 사람이어서는 안 됩니다. 또 인종이나 나이, 직업 등 사회의 각 분야에서 다양한 계층, 다양한 사회를 반영하는 사람들이 선출되어야 합니다. 제가 2004년 상원의원으로 선출됐을 때 저는 학자였고, 동료 의원들은 농부, 회계사, 변호사 등 다양한 사람들로 구성되어 있어 다양한 분야에서 자신들의 생각을 나눌 수 있었는데요. 이처럼 다양한 사람들이 선출되었을 때 의회가 더 활성화될 수 있습니다.
이영애_ 수고하셨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