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들이 직접 소비자와 만나는 직거래 트렌드가 우리 농촌에 확산되고 있다. 다큐멘터리 ‘도농 직거래, 신유통바람이 분다’를 따라 우리 공무원들이 왜 이 변화에 주목해야 하는지 살펴봤다.
기획 정우진 기자
전라남도 무안군의 농민 최성태 씨가 수확한 양파를 밭에서 판매점으로 직접 실어 나른다. 단순히 배송만 하는 게 아니라 직접 품질을 감별해 봉지에 담고 가격표를 붙인후 매장에 진열까지 하는 최 씨. 인근에서 감자와 토마토를 기르는 농부들도 최 씨와 함께 갓 재배한 햇농산물을 진열하고 있다. 다큐멘터리 ‘도농 직거래, 신 유통바람이 분다’가 전하는 우리 농촌의 최근 변화상이다.
보다 값싸게, 보다 신선한 농산물을 ‘로컬 푸드 직매장’에서
지자체나 농민 협동조합이 설립한 로컬 푸드 직매장이 갈수록 확산되고 있다. 농민들은 20~50% 정도 수익이 상승할 수 있어서 좋고, 소비자들은 마트보다 싼 가격에 갓재배된 농산물을 구매할 수 있어 지역은 물론 인근 주민들까지 직매장을 자주 방문한다고 한다. 전라남도 목포시 주민 최경화 씨는 “목포에 대형마트가 있는데 여기(무안)가 더 신선하고 싸다”며 방문 이유를 말하기도 했다.
산지 주변에 위치한 직매장의 지리적 한계도 극복되고 있다. 요즘에는 이동식 직매장이 더 대세! 보다 넓은 범위에서 소비자와 농민을 직접 연결하는 이동식 직매장은 아파트와 주택, 직장을 가리지 않고 신선한 농산물을 소비자 문턱까지 직접 배달하기에 대형 마트보다도 인기가 높다.
직장인 강지영 씨는 “근무하다 보니까 시간 여유가 없어서 장보기가 힘들다”며 “따로 시간 내서 마트를 안 가도 좋은 물건을 살 수 있다는 게 좋은 것 같다”고 이동식 직매장의 강점을 설명하기도 했다. 그렇게 소비자들의 열렬한 환영을 받으며, 다큐에 나온 이동식 직매장은 1시간 만에 220만원 가량의 매출을 올리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로컬푸드 직매장은 2012년 2개소에서 2015년 112개소로, 매출은 2012년 62억 원에서 2015년 1659억원으로 그 성장세가 기하급수적이다.
정부가 만든 공영 홈쇼핑 ‘대박’ 산지직송 농산물 판매하며 직거래 활성화에 기여
그런가 하면 홈쇼핑업계에서도 농산물직거래가 트렌드로 떠오르고 있다. 미래창조과학부가 입안하고 중소기 업유통센터, 농협, 수협 등이 출자한 공영홈쇼핑 채널이 2015년 7월 개국한 것. ‘우수한 국내 농축수산물을 제공하는 건강한 홈쇼핑’이라는 모토로 설립된 아임쇼핑은 방송의 50% 이상을 국내 농민이 생산한 농수산물로 편성해야 한다.
그래서 홈쇼핑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물품들이 ‘갓김치’, ‘흑돼지’, ‘먹갈치’ 등 농민이 직접 생산한 우리 농수산물이다. 이 홈쇼핑은 군침이 도는 싱싱한 우리 먹거리들로 안방 시청자들의 ‘군침’을 공략하며 개국 당시 28억원에 불과했던 매출을 6개월 만에 514억원까지 끌어올렸다.
농산물 직거래는 세계 각국의 유통 새바람
생산자와 소비자를 연결해 양쪽 모두에게 이익을 얻게 하려는 것은 세계 각국에서 불고 있는 유통의 새바람이다. 미주나 서유럽은 직거래가 정착된 지 오래고, 태국 방콕 등에서도 도시 한 켠에 속속들이 로컬 푸드 직매장이 생겨나고 있다. 태국 정부는 도시의 대형 쇼핑몰과 백화점 등에서 공간을 할애해 ‘파머스 마켓(Farmers Market)’이란 직거래 장터를 제공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방콕 농민들은 우리나라 서울과 맞먹는 인구를 보유한 방콕의 최대 번화가와 백화점에서 물품을 판매할 기회를 얻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한다고 한다.
농수산물 직거래의 선두주자는 단연 일본이다. 한 직매장에서 농민들은 평균 5천만원의 매출을 올리고, 상위 10%의 매출은 1억원이 넘는다. 소비자들은 온라인을 통해 특정 날짜에 특정 농민이 생산한 작물을 입찰 하고, 농민은 낙찰된 농산물을 마을 조합을 통해 전국 배송한다. 고령화사회 일본에서 컴퓨터로 제품을 주문받고 물품의 바코드를 인쇄하는 것은 팔순의 할머니에게도 예외가 없다. 한 마을 조합 농부들의 평균 나이는 70세. 하지만 연 1억원이 넘는 고소득자도 많다고 한다.
청년 농사꾼이 주목하는 농산물 직거래, 공무원들도 알아야 할 우리 농업의 미래
새로운 유통은 새로운 시대의 요구를 반영한다. 최근에는 대기업만 바라보는 취직 시장에서 눈을 돌려 영농현장에서 새로운 길을 모색하고 있는 청년들도 늘어나고 있다. 도농 간 직거래 트렌드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농사꾼들도 많은 수가 청년들이다.
인터넷 블로그와 SNS 등을 직거래 트렌드의 새로운 유통채널로 확보하고 있는 충북 진천의 ‘삼채총각’ 김선영(27) 씨는 중국에서 약용으로 사용됐던 미얀마의 ‘삼채’를 국내로 들여와 2년 만에 연매출 3억원을 달성한 농부가 됐다.
올해 35세의 유하성 씨는 경북 안동에서 마와 우엉 농사를 지으며 12년 만에 연매출 130억원을 달성하는 쾌거를 올렸다고 한다. 다큐는 바로 이들이 도농 간 직거래를 가장 활발히 이용한다고 밝혔다. 직거래 트렌드에 대처해야 하는, 특히 지자체 공무원들이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