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살의 재미교포 2세 황태일이 창업한 피스컬노트가 미국 법률시장의 판도를 바꾸고 있다. 그는 피스컬노트라는 법령 빅데이터 분석 서비스로 변호사들의 일거리를 줄였고, 200억 원 이상의 투자를 유치했다. ‘KBS 다큐 공감’을 따라 황태일을 소개한다.
기획 정우진 기자
법치국가에서 법이란 삶을 영위하는 데 필수적인 요소다. 법은 우리가 태어나서 먹고 마시고 살아가는 데 필요한 모든 것을 규정하고 규제·허가한다. 그러나 법조문은 무척 까다롭다. 또한 수시로 개정되며, 전국 지자체와 공공 행정기관, 국회 등에서 지나치게 많을 만큼 생산한다. 요즘 ‘빅데이터’ 라는 용어가 유행인데, 매일같이 업데이트 되는 수많은 법령과 조례·규칙 개정안도 사실상 빅데이터에 가깝다. 빅데이터는 그 자체로는 아무 의미가 없다. 모아주고, 분석해 주고, 적재적소에 필요한 정보를 제공해 주는 큐레이팅 서비스(Curating Service)의 존재가 절대적이다. 법조계에서는 이 서비스를 전통적으로 변호사들이 해 왔었다.
그러나 미국에서는 이제 변호사들의 설자리가 없어질지도 모르겠다. 올해 24살에 불과한 재미교포 2세 청년 황태일 (Timothy Hwang)이 설립한 피스컬노트(PiscalNote) 때문이다. 황태일은 피스컬노트 설립 3년 만에 우리 돈 200억 원이상의 투자를 유치하며 미국 법률시장의 핫 아이콘이 됐다.
스마트폰으로 법률 정보 추적은 물론 상임위에서의 개정안 통과 여부까지 예측
피스컬노트는 미국 연방정부와 각 주정부의 모든 법률을 추적, 분석, 검색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이를 통해 사용자들은 변호사 없이도 수만 가지가 넘는 법률 정보를 쉽게 검색할수 있고, 관심을 가지고 있는 법률이 개정될 시 스마트폰 알람을 통해 바로 법률 개정 여부와 관련 정보를, 깔끔하게 정리된 전용 어플 안에서 확인할 수 있다. 또한 피스컬노트를 통해 상임위에 올라온 법안의 통과 여부도 예측할 수 있는데, 예측의 정확성은 무려 90% 이상이라고 한다.
미국인들은 피스컬노트를 통해 아주 빠른 시간 안에, 간편하게, 원하는 법률 정보를 얻을수 있다는 점에 많은 박수를 보냈다. 2013년 21세의 나이로 친구 2명과 함께 창업한 황태 일은 3년 만에 피스컬노트를 워싱턴D.C.의 본사와 뉴욕과 샌프란시스코 2곳의 지사, 100 여 명의 직원이 소속된 기업으로 성장시켰다.
황태일의 멘토이자 투자자인 글렌 허바드 전 미대통령 경제수석(현 컬럼비아대 경영대학원 학장)은 “지금까지 기존 회사들은 비싸고 느린 방법으로 정보를 얻었다”며 “피스컬노트는 이런 힘든 과정을 도와주는 새로운 기술을 개발했고, 황태일은 좋은 아이디어에 대한 실행력도 입증해 보였다”고 말했다. 허바드는 “때문에 정말 놀랍게도 미국 경제계의 거물들이 일찍부터 찾아와 함께하고 싶다며 투자를 시작했다”며 “이런 현상은 미국에서 흔히 볼 수있는 일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3년 만에 1820만 달러 투자 유치 CNN·포브스(Forbes) 등 유력 언론 주목
프린스턴대를 3년만에 졸업한 황태일은 고등학교 친구 두 명과 실리콘 벨리의 한 모텔에서 3달 동안 ‘미친 듯이’ 프로그램 코딩을 한 끝에 피스컬노트를 탄생시켰다. 사업 초기 자금난에 봉착하기도 했지만 그는 미국 프로농구팀인 댈러스 매버릭스(Dallas Mavericks)의 구단주이자 억만장자 벤처투자자인 마큐 큐반(Mark Cuban)에게 120만 달러를, 야후(Yahoo)의 공동창업자이자 벤처 투자사업자인 제리 양(Jerry Yang)에게 820만 달러를 투자받는 등 2015년 11월까지 1820만 달러의 투자를 성사시켰다.
현재 피스컬노트는 우버, 리프트, 사우스웨스트항공, 각종 로펌회사 등 120여 개 기업 고객사가 500~2000달러의 비용을 지불하며 많은 매출을 올리고 있다. 피스컬노트는 2014년 CNN-TV가 선정한 미국의 TOP10 창업회사로 선정됐고, 황태일은 2016년 미국 포브스(Forbes) 지에 의해 30세 이하 법률정책 부문 지도자로 선정되기도 했다. 이제 황태일은 언론에 의해 차세대 마크 주커버크나 빌 게이츠에 비견된다고 언급되고 있다. 황태일은 미국에서의 사업이 성공 가도에 올랐다고 판단하고 아시아권 진출을 추진하고 있다. 그 첫 번째는 대한민국이 될 전망이다. 피스컬노트는 국내 법인을 설립하고, 법무법인 세종 등과 함께 미국 법령 세미나를 개최했으며, 선거후보자 검색 서비스인 ‘우리 동네 후보’를 인수해 이번 총선에서 선관위의 후보자 빅데이터를 스마트폰 어플을 통해 서비스하기도 했다.
날이 갈수록 성공적인 빅데이터 큐레이션이 무엇보다 중요해지고 있다. 이제 입법과 행정에서도 이 같은 시대적 대세를 거스를 수 없음을 황태일과 피스컬노트는 잘 보여주고 있다. 이 젊은 사업가에게, 특히 우리 공무원들이 주목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