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EU는 프랑스 파리의 창업지원 정책을 개방적 혁신, 연결성, 독창성 등에 입각한 혁신적 사례로 꼽았다. 프랑스 파리 창업지원의 혁신을 이끌고 있는 누마와 에콜42를 소개한다.
프랑스 파리 2구의 성티에 지구는 프랑스 청년들의 스타트업(Start-up) 아지트다. 프랑스 정부의 ‘프랑스판 실리콘밸리’ 조성이라는 기조 아래 과거 기차 창고 등으로 사용됐던 3만여㎡ 면적의 건물 ‘알프레시네’에 1000 개가 넘는 스타트업이 입주해 있다. 이곳에는 협업을 위한 공간인 ‘라 캉틴’, 기술 연구 기관 ‘실리콘 엑스페리 엉스’, 스타트업 인큐베이싱 센터 ‘르 캠핑’ 등이 위치하고 있다.
프랑스는 영국, 독일과 함께 유럽의 3대 스타트업 강국이다. EU의 통계청 격인 유로스타트에 따르면 2014년 프랑스에서는 스타트업 42만개가 탄생했다. 이는 유럽에서 가장 많은 규모로 프랑스는 정부 차원에서 적극적인 스타트업 육성 정책을 펴고 있다. 그 중심은 단연 프랑스의 수도 파리시다. 파리지역에서만 4000개 이상의 스타트업이 활동하고 있는 것이다.
프랑스 정부의 적극적인 창업 지원 정책이 파리 창업 혁신 사례의 밑바탕
창업 지원정책은 우리나라 지자체와 정부도 펴고 있다. 그런데 프랑스는 좀 다르다. 프랑스는 정부 차원에서 대규모 일자리 창출 지원정책의 초점을 ‘스타트업 창업 지원’에 맞추고 있다. 그를 위해 프랑스 정부는 장관급 ‘디지털부’를 두고 디지털 창업 보육정책인 ‘라 프렌치테크 (La French Tech)’를 적극 운용하고 있다. 이를 통해 지방의 9개 중소도시는 물론 프랑스 디지털 산업의 60%를 담당하고 있는 파리시를 중심으로 다양한 창업 지원정책을 펼치고 있다. 정부 주도로 2억유로 규모의 스타트업 지원 펀드를 조성하는 한편, 민간자금을 끌어모아 2013년 기준 유럽 내 두 번째 규모인 12억 달러 규모의 벤처캐피털 풀을 조성했다.
창업도 쉽다. 우리나라 스타트업은 설립은 물론 소규모의 정부 지원금을 쓰려고 해도 세목별로 정해진 지출요건을 맞추느라 돈 쓰기가 쉽지 않은데, 프랑스정부는 그런 허례허식 규제는 최소화하고 창업 절차도 대폭 간소화시켰다. 4.5일 만에 중소기업이 법적·제도적 요건을 완비하고 창업이 가능할 정도다. 독일은 14.5일, 영국은 6일이 걸린다고 하니 비교불가능한 속도다. 창업 혁신 도시로서 프랑스 파리의 성공은 이런 토대 위에서 만들어진 것이다.
프랑스 파리의 대표적인 스타트업 지원 인프라는 ‘누마 (NUMA)’와 ‘에콜42(Echol42)’다. 이를 통해 프랑스 파리는 적극적인 창업 지원정책을 펼치고 있다.
네트워킹 기회를 극대화하는 파리의 창업지원 협회 누마(NUMA)
2011년 파리시 상티에 지구에서 탄생한 프랑스 파리의 대표적인 창업지원협회 누마는 현재 상티에와 성마틴 지구 두 곳에서 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누마의 운영 철학은 높은 퍼포먼스(High Perfomance)와 개방성(Openness)이다. 이를 바탕으로 누마는 입주한 스타트업들이 지역 사회, 공공기관, 일반 기업들 과 함께 성장하고 상호 이익이 될 수 있도록 적극 돕는다.
누마는 센터 건물의 층계를 활용해 창업 단계별로 이용자를 나눠 관리한다. 1층은 누구나 이용할 수 있으며, 팀을 꾸리고 사업을 구체화하고 기업을 설립하고 투자금을 유치하는 창업의 각 단계별로 사용할 수 있는 층이 달라진다. 365일 24시간 내내 이용할 수 있는 누마에서 스타트업 기업가들은 양질의 오피스인프라를 제공받을 수 있으며, 함께 타 스타트업과 뒹굴며 자유로운 네트워킹의 기회를 갖는다.
누마는 또한 파리시내에 산재한 다양한 스타트업 지원 네트워크의 중심 핵으로서, 적극적으로 네트워킹 파티를 주최해 창업가들이 보다 많은 사람들을 만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파리의 스타트업 사업가 프레드릭 씨는 누마를 “굉장히 독특하고 근사한 장소라고 생각한다”며 “에너지가 넘치는 이 공간은 파리의 스타트업은 물론 성공한 기업가들도 자주 방문해 네트워킹이 자주 이뤄져서 만족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최근 누마는 이 같은 성공적인 네트워킹 프로그램을 프랑스를 넘어 해외로 확대하는 데도 주력하며 모로코의 카사블랑카와 인도의 벵갈루루, 러시아의 모스크바, 대한민국의 서울에도 누마가 관장하는 창업지원센터를 설립하고 있다. 이에 따라 세계 각국의 젊은이들이 프랑스 파리에 있는 누마 센터에서 창업의 기회를 가질 수도 있고, 프랑스의 스타트업들이 해외로 진출하는 데 도움이 되게끔 운영되고 있다.
힘들지만 해보자! 자율성 위에 학생들의 치열함 이끄는 에콜42의 창업교육
누마와 더불어 파리의 대표적인 창업지원 인프라로 꼽히는 에콜42는 창업 전문 학교다. 에콜42는 2014 년 프랑스의 모바일통신사 ‘프리(Free)’의 자비에르 니엘 회장이 니콜 사디락 교장과 함께 설립했다. 니엘 회장은 프랑스 내에서 휴대전화와 인터넷, 집전화 등을 묶는 패키지형 요금제를 최초로 출시하며 성공한 프랑스를 대표하는 벤처기업가로 매년 600만유로(한화 80억원가량)의 학교 운영 비용을 전액 사재로 출연하고 있다.
에콜42는 18~30세의 청년을 대상으로 전액 무상 운영되며, IT테스트를 통해 입학 후보자를 선발한 후 한 달간의 합숙 입학시험을 치러 학생을 선발한다. 입학시험 과정은 ‘피신(Piscine)’이라고 불리는데 이는 프랑스 어로 수영장이라는 뜻이다. 물에 빠진 사람은 살기 위해 발버둥치며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려 든다. 후보자들에게는 매일 어렵고 난감한 프로젝트가 주어지며, 각 프로젝트마다 12~15시간씩은 매달려야 문제가 해결 된다. 상당히 빠듯한 셈인데, 그럼에도 인기가 높아서 2014년에는 800명을 선발하는데 7만명의 지원자가 몰렸다.
에콜42의 교육과정은 3~5년간 진행된다. 등·하교 시간도, 시험도 없다. 대신 학생들은 졸업할 때까지 약 150개의 프로젝트를 성공시키기 위해 치열하게 노력해야 하고, 에어프랑스, 다살 등 프랑스의 유수 기업에서 인턴으로도 일해야 한다. 미국 메사추세츠공과대학 (MIT), 스탠퍼드대학과도 협력 체계가 구축돼 합동 학습을 해야할 일도 종종 생긴다.
이런 치열함 탓에 교육과정은 성공적이다. 학생들이 개발한 프로그램이 로레알 등 프랑스의 대기업에서도 종종 사용되고, 창업에 성공한 스타트업도 꾸준히 늘고 있다. 앞서 언급한 누마가 ‘실전’이라면 이곳은 실전으로 가기 위한 ‘풀뿌리 징검다리’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