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 복지비 누가 책임지나? 답은 국민이다!] 북유럽 국가들의 지방정부와 복지분권화

  • 등록 2015.12.22 10:57:09

김인춘 연세대학교 동서문제연구원 연구교수

 

 

복지국가 발전과 지방정부의 역할 증대

 

우리나라는 2010년 지방선거를 계기로 보편적 복지정책이 정치적 핵심 의제로 등장하였고, 2012년 대선에서는 많은 복지제도가 공약으로 제시되었다. 그러나 재원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이 미흡했고 그 결과 국가의 복지재정 문제뿐 아니라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간 복지재정의 책임을 둘러싼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대부분 중앙정부(국가)와 국회에서 결정되는 복지정책의 지출 증가가 지방정부(광역지자체 및 기초지자체)에 매우 큰 재정적 부담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과 같은 복지수요의 증가와 복지정책의 확대 추세는 지방정부와 지방교육청(교육자치단체)에 대한 법정 의무지출을 증가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지방정부는 복지재정 부담 여부를 조정할 수 있는 권한을 갖고 있지 않고 주요 국고보조사업은 매칭으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이다. 최근 무상급식, 무상보육, 기초연금 등으로 중앙-지방정부 간 복지재정 갈등이 커지면서 복지분권화 문제가 중요해지고 있다.

 

이에 복지정책 확대로 인한 지방정부의 재정 문제를 어떻게 봐야 하고 어떻게 접근해야 하는지를 북유럽 국가들의 복지분권화와 지방복지재정 사례를 통해 간략히 살펴보고자 한다. 특히, 한국의 복지정책이 사회서비스를 중시하는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고 사회서비스제도가 확대될수록 지방정부의 역할이 중요해진다는 점에서 보편적 사회서비스 복지가 뛰어난 북유럽의 사례는 중요하다. 북유럽 국가들은 고세금과 고복지에도 경제의 생산성과 공공부문의 효율성이 높으며 여성과 남성 모두 고용율이 높다는 특징이 있다. 복지에 대한 정책적 우선순위가 높고 재정에서 복지지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크기 때문에 복지재정 문제는 모든 정책의 중심이 되고 있다.

 

복지분권화란 복지 영역의 지방분권화다. 복지분권화는 복지서비스 공급책임 및 복지행정과 관련한 역할분권, 재정책임과 관련한 재정분권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역할분권은 중앙정부, 광역지자체, 기초지자체에 각각 복지공급 책임을 어떻게 분담할 것인가의 문제이다. 유럽의 복지선진국들을 보면 기본적으로 사회보험은 중앙정부가, 사회서비스는 지방정부가 담당하는 형태가 일반적이다. 지방정부에서도 기초지자체의 역할과 권한이 커져가는 추세이다. 재정분권은 지방정부의 조세권, 독립적 조세 보장, 재정자율성 등을 말한다. 또한 교부금 형태의 중앙정부 이전재원 의존도를 통해 재정분권의 성격을 검토하기도 한다. 복지분권화는 조세구조, 복지국가 발전 수준, 중앙정부-지방정부 간 관계, 중앙정부의 관리·감독체제, 지방자치와 지방정부의 역량, 시민사회의 발전과 사회자본 등과 밀접한 관련을 갖는다. 따라서 지방정부의 권한과 역할 확대만을 강조하기보다 전체적인 맥락에서 우리의 상황과 조건에 맞는 복지분권화를 발전시키는 것이 필요하다.

 

복지선진국들에서 보면 분권화와 지방자치는 복지국가 발전에 중요한 요소이다. 수혜자 중심의 효율적이고 평등한 복지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있어 지방정부의 역할이 매우 크기 때문이다. 분권화와 관련해 일반적으로 발생하는 문제는 지방정부의 권한 및 역할 확대가 중앙정부의 권한이나 역할 축소를 가져온다는 일차원적 인식이다. 북유럽의 복지분권화 사례는 이러한 인식이 얼마나 잘못된 것인지를 잘 보여준다. 북유럽 국가들은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동시에 각각 권한과 역량을 강화해 왔고 이를 통해 높은 삶의 질과 평등이라는 보편적 복지국가 및 복지분권화의 목표를 실현해 왔다. 중앙 및 지방정부의 역량강화를 서로 배타적이거나 제로섬 관계로 인식하지 않기 때문이다. 중앙의 감독은 감독대로, 지방정부의 권한은 권한대로 분리될 수 있는 영역으로 보는 것이다. 중앙정부의 감독 및 통제가 곧 지방정부의 행정 및 재정권한의 약화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림>에서 보듯이 보편적이고 높은 수준의 북유럽 복지국가들에서 지방정부의 역량과 권한이 강력하면서 동시에 중앙의 감독도 비교적 높은 것으로 나타난다.

 

 

 

북유럽 국가들의 복지분권화–효과적인 정책추진과 책임성

 

북유럽형 복지국가의 특징은 보편적인 사회보험 외에 포괄적인 공공사회서비스의 제공에 있다. 중앙정부와 지자체 간 책임과 역할 분담이 잘 이루어져 있으며 지방정부는 주로 지방세와 중앙정부 교부금으로 이루어진 지방복지재정으로 이러한 공공사회서비스를 담당하고 있다. 역사적으로 지방자치 전통이 강하여 기초지자체가 기본적인 복지서비스를 담당해 왔으며 중앙정부의 엄격한 법적 규제에도 지방정부의 자율성이 높은 편이다. 효율적이고 효과적인 사회보장제도의 운영을 위해 지방정부의 조세권 또는 독립적 조세를 통해 복지서비스 제공 주체를 지방정부에 일임하는 법적, 제도적 장치를 만들어 왔다. 이러한 복지분권화의 수준과 성격은 북유럽 국가들간에도 차이가 있지만 기본적으로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관계는 대등하고 수평적이며, 지방정부의 책임 하에 독립적이고 자주적으로 복지 역할을 담당해 왔다. 그럼에도 북유럽 국가들은 법적 규제에 따라 국가가 지방정부를 관리·감독하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

 

복지분권화는 복지행정분권화와 복지재정분권화, 감독의 측면에서 볼 수 있으며 북유럽 4국의 복지분권화 정도는 동일하지 않다. 스웨덴이 행정과 재정 모두에서 가장 높은 수준의 복지분권화를, 노르웨이는 상대적으로 가장 낮은 수준의 분권화의 형태를 보이고 있다. 덴마크와 핀란드는 중간 수준의 분권화를 보이고 있다. 중앙정부의 감독수준 또한 전반적으로 모두 높으나 노르웨이가 가장 높다. 이에 복지분권화를 절대적 목표로 하기보다 얼마나 효율적이고 공평한 서비스를 제공하여 삶의 질을 높이는가에 따라 그 수준을 설정해야 할 것이다. 이제부터 스웨덴과 노르웨이 사례를 중심으로 복지분권화를 살펴보고자 한다.

 

스웨덴 사례: 고행정분권-고재정분권 모델

 

스웨덴의 조세는 대부분 소득세(국세 및 지방세), 소비세, 사회보장세로 구성되어 있다. 지방(소득)세는 모든 임금소득자가 대상이 되며 지자체가 직접 관리하고 있다. 지방정부의 조세권과 독립조세로 재정분권이 실현되고 있는 것이다. 2012년 현재 지자체의 지방세 세율은 최저 28.89%, 최고 34.32%이며 평균 약 31%이다. 지방세의 광역-기초지자체 배분은 지역에 따라 다소 상이하며 지방세 31% 중 20~40%는 광역자치단체(Landsting)로, 60~80%는 기초자치단체(Kommun)로 할당된다. 지방세는 1960년대와 1970년대에 급격하게 증가했는데 이 시기에 지자체가 운영하는 복지서비스 기관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광역지자체에서는 보건, 의료시설이 확대되었고, 기초지자체의 경우 아동 및 노인복지 시설이 확충되었다. 1950년 10%에서 1960년 15%, 1970년 20%, 1980년 30% 수준으로 지방세가 급속히 증가하였다. 기초지자체의 지방세는 다양한 공공사회서비스 비용으로 충당되고 빈곤층 및 장기실업자의 기초생활 지원비 등으로 지출된다. 가난한 기초지자체의 경우 복지지출이 많아 지방세의 과세지표가 높게 책정되지만 지방세율이 높은 기초지자체일수록 중앙정부 교부금이 많아 더 많은 복지혜택을 받는다. 광역지방세는 치과를 포함한 모든 의료서비스로 지출된다.

 

스웨덴 복지국가는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간 명확한 역할 분담이 이루어져 있다. 중앙정부 차원에서는 각종 사회보험 업무와 대학교육을 담당하며, 광역지자체 차원에서는 의료 및 교통 업무를, 기초지자체 차원에서는 초중등교육 및 사회복지 서비스 업무를 담당한다. 20개 광역지자체정부(Landstings˙f˙orvalt-niningskontor: County Administrative Office)는 보건의료법에 따라 주로 의료복지정책을 집행한다. 복지차원에서는 광역지자체의 역할이 중앙정부나 기초지자체에 비해 약하다. 290개 기초지자체 정부(Kommun: Office of Municipality)는 사회서비스법에 따라 모든 사회서비스 제공과 공공부조를 책임지고 있다.

 

중앙정부의 지자체 관리·감독은 기본적으로 복지에 관한 법률 및 감독관청을 통해 이루어진다. 중앙정부 산하 여러 감독기관이 광역 및 기초지자체에서 담당하는 복지서비스에 대한 감독을 실시한다. 보건복지청, 의료·복지감독청은 사회복지서비스와 의료 및 보건 분야에 대한 스웨덴 정부의 중요한 감독관청이며 지자체는 보건복지청, 의료·복지감독청, 사회보험청, 고용서비스청 등의 지역사무소와 긴밀한 협력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또 다른 중요한 국가 기관은 광역행정청(L˙˙a nsstyrelsen, County Administrative Board)이다. 광역행정청도 스웨덴 중앙 정부의 지자체 운영에 대한 감시, 감독을 위해 중요한 역할을 한다. 광역지자체 의회 및 사무소와 별개인 광역행정청은 각 광역지자체에 설치되어 있는 중앙정부의 대표부이며 중앙정부를 대표하여 광역행정을 조율하는 기관이다. 광역행정청의 사무 및 감독 영역은 매우 광범위하여 광역지자체의 발전을 추진하고 광역지자체에서 발생한 상황이 정부의 정책에 특히 중요하다고 간주되는 사항을 정부에 보고하도록 되어 있다. 광역행정청의 주요 목적은 각 광역지자체의 실정에 맞추어 국회 및 중앙정부가 결정한 사항이 잘 실행되는가를 감독하는 기관이다. 광역행정청의 최고책임자는 주지사(Landsh˙˙o vding, County Governor)이며 6년 임기로 중앙정부가 임명한다. 주지사를 보좌하는 광역행정청 부지사도 중앙정부가 임명한다.

 

지자체 재정균등화 제도는 지자체 간 복지격차를 줄이기 위한 중앙정부의 중요한 기능이다. 스웨덴 복지제도에 있어 중요한 정책 목표는 거주지에 상관없이 모두에게 평등한 복지서비스를 제공하는데 있다. 지자체 재정균등화 제도는 평등한 복지서비스를 위해 전국적으로 공정한 재정적 조건을 만들려는 것이다. 기초지자체의 조세권과 재정권이 보장된 스웨덴에서는 기초지자체의 세금이 낮다는 것은 그만큼 세원이 견고하다는 것이며, 그 반대로 기초지자체의 세금이 높다는 것은 그만큼 세원이 취약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세입균등화 및 지출균등화 교부금은 중앙정부의 별도 지출과 상관없이 실행되는데 이는 모든 비용이 광역 및 기초지자체에서 중앙정부에게 지불하는 기여금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상대적으로 가난한 지자체의 세율이 높은 경우가 많은데 이는 교부금을 통해 부담보다 더 많은 혜택을 받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지역 간 형평성을 높이고 있다.

 

노르웨이 사례: 고행정분권-중재정분권 모델

 

노르웨이는 재정건전성이 매우 뛰어나다. 엄격한 재정준칙과 함께 석유수출 등으로 경제가 좋았기 때문이다. 전통적으로 지역공동체의 자율성과 자치가 오랜 문화로 자리 잡아 왔지만 제2차 세계대전의 국가적 위기 이후 중앙정부의 권한과 역할이 강화되었다. 노르웨이는 19개의 광역지자체(fylker)와 430개의 기초지자체(kommuner)로 구성되어 있으며 광역지자체와 기초지자체는 동일한 행정 지위를 갖는다. 광역지자체는 중등교육과 지역개발을 담당하고, 기초지자체는 보건서비스, 복지서비스, 기초교육, 교통 및 인프라 등 핵심적 공공서비스를 제공한다. 중앙정부는 사회보험과 병원운영, 고등학교 이상의 교육을 책임지고 있다. 노르웨이는 중앙정부의 권한과 역할이 크기 때문에 교부금의 비중도 높다. 지방정부의 복지지출이 많은 만큼 중앙정부의 재정적 책임도 크다고 볼 수 있다. 실제로 기초지자체에 대한 중앙정부의 교부금 비중은 복지지출이 크게 증가하던 1970년대와 1980년대 내내 지속적으로 커졌다.

 

노르웨이는 스웨덴뿐 아니라 핀란드, 덴마크에 비해서도 국가의 권한과 감독역할이 강하며 중앙정부는 광역 및 기초지자체에 대해 총괄적 권한을 갖는다. 모든 기초지자체의 예산은 중앙정부의 승인을 받아야 하며, 지자체는 적자예산을 편성할 수 없도록 되어 있다. 1992년의 지방정부법에 따라 지방정부에 대한 중앙정부의 감독수준이 매우 높으며, 지방정부부(部)(The Ministry of Local Government)는 재정적 위기에 처한 지방정부에 개입하여 해결하도록 되어 있다. 노르웨이 중앙정부의 감독과 지방정부의 재정건전성은 유럽에서 가장 뛰어난 사례로 인정되고 있다. 노르웨이 지방세율은 15.45%로 스웨덴의 31.6%에 비해 매우 낮으며 그 결과 중앙정부 교부금 비중이 지방정부 예산의 40%를 넘고 있다. 스웨덴은 복지서비스 행정분권화와 복지재정 분권화 수준이 높은데 비해 노르웨이는 복지서비스의 분권화와 복지재정의 중앙화(집중화) 성격을 보이고 있다. 2012년 기준 GDP 대비 사회지출은 스웨덴 28.2%, 노르웨이 22.1%로 노르웨이가 낮으나 2010년 기준 노르웨이의 조세부담율은 33.3%로 스웨덴(34.1%)과 유사하다. 노르웨이의 재정집중, 재정적 보수성과 건전성, 다소 강한 복지규율을 갖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지방정부를 감독하는 중앙정부 대표는 광역지자체의 장이다. 지방정부의 복지역할이 크지만 중앙정부 및 국가행정기관이 지방정부에 설치되어 있다. 가장 중요한 국가행정기관은 광역지자체 장인 광역지사(County Governors)로 광역지사는 광역 차원에서 중앙정부 기구들의 활동을 조정하는 역할을 한다. 광역지사 사무소는 지방정부의 정치적 결정을 존중하면서 지방정부의 활동을 감독하고 조언한다. 지방정부법에 따라 광역지사는 기초지자체 의회가 결정한 사항의 적법성을 검토하며, 기초지자체 의회의 주요 경제적 결정을 승인하고 기초지자체가 결정한 사항에 대한 시민의 청원을 처리한다. 이로써 노르웨이의 중앙정부와 지방정부는 긴밀한 감독 및 협력 관계를 구축하고 있는 것이다. 중앙정부는 지방정부에 일반교부금 제도를 통해 재정을 지원하고 있다. 광역지자체 간, 기초지자체 간의 세입과 세출 수준에 큰 차이가 있는데, 중앙정부는 모든 국민에게 높은 수준의 공공서비스를 평등하게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일반교부금제도를 통해 기초지자체 간, 광역지자체 간의 세입의 재분배를 큰 규모로 하고 있다. 일반교부금제도를 통한 재원의 재분배는 국가 세입의 공정한 분배, 지역의 성장과 발전을 보장하는 역할을 한다. 이는 효율적이고 자율적인 지방자치제를 유지하기 위해 필수적인 요소이기도 하다. 거의 모든 교부금은 인구 1인당 교부금으로 분배된다. 이에 더해 지출균등화 제도를 통해 세입을 재분배하고 있다.

 

 

함의와 시사점–지방정부의 복지책임성 강화를 위하여

 

복지분권화는 각 나라의 역사적, 정치사회적 배경, 경제사회적 상황, 복지국가의 발전 과정 등 다양한 요인에 의해 그 형태와 성격이 나타난다. 복지분권화는 국가 전체적으로 보다 효율적이고 수준 높은 복지국가를 발전시키고 지속시키는 방법의 하나이며 그 자체가 목적은 아니다. 스웨덴과 노르웨이는 관련법에 따라 역할이 분담되어 있으며 중앙정부와 각 지자체는 각자의 역할에 집행책임과 재정책임을 지고 있다. 각 정부는 이러한 역할에 자율성과 독립성을 갖지만 법적인 규제와 관리감독 또한 엄격하다. 따라서 현재 한국의 상황에서는 복지분권화를 선진 복지국가의 성격으로 보고 그 자체를 목적으로 하기 보다 중앙-지방정부, 광역-기초정부 간 역할 및 재정분담을 합리적이고 명확하게 만드는 것과 이에 따른 법제화가 중요하고 시급하다. 

 

한국 지방정부의 복지사업은 크게 지방이양사업, 국고보조사업, 지방자치단체 자체사업이 있다. 지방정부에 의해 시행되고 있지만 지방이양사업과 국고보조사업은 국가가 최종적인 정책적 책임을 지는 법정국가복지사업으로 지방자치단체 자체의 자발적 사업과는 그 성격이 다르다. 중앙-지방정부 간 복지분권화의 핵심은 법정 국가복지사업에 대한 책임관계와 재정관계이다. 지금의 문제는 책임관계가 불명확하게 중첩되어 있으며 행정주체 간 사무권한과 기능에 대한 법제화가 미비하여 갈등의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재정관계 또한 복잡하고 법적으로 명확하지 않아 문제를 발생시키고 있다. 한국의 복지분권화에서 특히 고려되어야 할 사항은 지역 간 복지격차와 자체사업 문제이다. 지방정부의 재정부담 증가가 지자체 간 복지 격차를 초래하거나 포괄보조금이 자체사업을 확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방정부의 사회복지예산 비중은 자치단체 유형별로 상당한 편차와 불균형이 있다. 중앙정부 교부금에 의존하는 정도가 크다고 하여 지방정부의 책임이 줄어드는 것은 아니며, 복지분권화가 복지균등화와 재정균등화를 악화시키지 않도록 국가의 책임이 중요하며 중앙정부의 보다 적극적인 역할이 요구된다.

 

복지와 관련하여 지자체의 중요한 역할은 효율적이고 효과적인 집행책임에 있다. 중요한 것은 국민의 기본권에 대한 보장적 성격을 갖는 복지정책과 서비스의 경우 중앙정부의 역할과 책임에 대한 전제가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보편적 소득보장제도, 기본적 의료복지, 보편적 사회서비스 같이 국가 차원의 기준과 합의로 공평하게 이루어져야 할 중요한 복지정책이 지방정부 재량으로 이루어지는 것은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복지분권화는 서비스의 질과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것으로 복지를 저하시키거나 지자체간 복지불균형을 확대하는 결과를 가져와서는 안 되는 것이다. 국가 차원의 원칙과 책임이 부재하거나 지자체 재량에 의한 복지정책은 현재와 같이 중요한 복지국가 발전 시기에 복지분권화가 초래할 수 있는 위험이라 할 것이다.

 

행정분권과 재정분권은 동시에 같은 수준으로 가야 하는 것은 아니다. 노르웨이는 행정분권-재정집중구조를, 스웨덴은 행정분권-재정분권 구조를 가지고 있다. 복지가 확대됨에 따라 재정분권 측면에서 노르웨이는 중앙보조금을 확대하는 방식으로 대응한 반면, 스웨덴은 조세권 보장 및 지방세 인상 등과 같이 구조적인 재정분권화 해법으로 대응해 왔던 것이다. 한국은 OECD 국가 중 세출분권은 높으나 세입분권은 낮은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러한 유형의 대표적인 나라로는 유럽대륙에서 가장 높은 수준의 복지를 자랑하는 네덜란드가 있다. 스웨덴은 법적규제가 강하고 중앙정부의 관리·감독이 철저하다는 점에서 볼 때 재정분권화와 재정집중화를 이분법적으로 보거나 분권화의 가치를 절대화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으며 우리 실정에 맞는 분권화의 방향과 내용을 구체화시키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북유럽 복지분권화의 시사점은 다음과 같다.

첫째, 북유럽의 지방정부는 복지서비스에 대한 책임을 지고 있기 때문에 지방정부의 독립적 조세와 복지재정이 보장되어 있다. 그러나 재정 확대와 함께 재정준칙 도입, 복지전달체계의 개선으로 재정 효율성 및 건전성을 제고하는 것도 지방정부의 책임이라는 점이 중요하다.

둘째, 모두에게 공평한 복지를 제공하기 위해 중앙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점이다. 기초 또는 광역지자체 간 격차를 감안한 교부금과 과세력을 조정하는 재정균등화 제도가 이러한 역할을 하고 있다.

셋째, 복지분권화는 북유럽 국가들 간에도 상이한 만큼 우리에게 적합한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는 점이다. 스웨덴은 서비스공급 책임과 재정책임 모두에서 복지분권화가 이루어져 있는 반면 노르웨이는 복지역할 분권화에도 불구하고 재정집중과 강력한 감독의 특징을 가지고 있다. 스웨덴과 노르웨이는 지방정부 구조 개혁을 적극적으로 실시하여 복지제공의 효율성과 효과성 제고, 복지서비스 다양화 및 질 향상, 중앙정부-지방정부의 명확한 책임 배분과 조정, 복지서비스 민주주의, 공공부문 생산성 제고 등을 추구하고 있다.

넷째, 복지법정주의이다. 북유럽에서는 주요 복지서비스가 모두 법정복지로 되어 있기 때문에 국가의 책임이 중요하다. 국가의 책임이란 지방정부가 복지를 제공하는데 필요한 재정을 보장을 해주는 것과 이러한 복지제공이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는지를 감독하는 것을 말한다. 많은 복지서비스가 무상이거나 효율이 낮기 때문에 지방정부의 독립적 조세 보장 또는 재정보장, 교부금을 통한 재정지원과 재정조정이 매우 중요하다. 현재 한국의 복지분권화는 그 내용 자체보다 명확하지 못한 역할분담과 책임이 더 큰 문제로 보이며 따라서 정부단위별 복지사업의 역할과 책임에 대한 재검토와 법제화가 필요할 것이다. 북유럽 국가들은 지방정부로 하여금 복지관련법과 엄격한 재정준칙을 준수하도록 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관리·감독의 문제이다. 현재 한국의 복지분권화에서 지자체 복지의 관리감독이 불투명하다는 점이다. 복지에서 지자체 고유의 역할이란 복지전달 및 공급자로서의 역할을 잘 수행하는 것이다. 복지분권화는 지방정부의 복지재량권 확대를 위한 것이 아니라 지방정부의 복지 책임성 강화를 위한 것이기 때문이다. 중앙정부의 재정적 부담 및 책임성이라는 전제 하에 복지분권화를 통해 지방정부의 서비스성과를 제고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 공정한 복지비용의 산출, 중앙정부의 재정 책임과 조세제도개선, 엄격한 재정준칙과 투명성, 지방정부의 역량강화, 시민참여와 감시가 동시에 요구된다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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