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증 질환이나 치매, 알코올중독 등이 있는 조부모나 부모, 형제자매를 돌보는 13~34세 ‘영 케어러(young carer·가족 돌봄 청년)’가 전국적으로 15만명이 넘는 것으로 집계됐다. 국내 영케어러 숫자가 추산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이들의 60%는 우울증에 시달리는 등 정신적인 부담을 짊어지며 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통계청이 19일 발표한 ‘한국의 사회동향 2024′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영 케어러는 15만3044명(2020년 기준)으로 추산됐다. 13~34세 전체 인구(약 1177만명)의 1.3% 수준이다. 보고서는 인구총조사 자료를 바탕으로, ‘가구 내 돌봄이 필요한 가족원이 있을 것’, ‘이를 돌볼 수 있는 다른 중장년 가족원이 없을 것’, ‘타인의 돌봄을 받지 않는 13~34세 청년일 것’ 등의 조건을 걸어 영 케어러 숫자를 계산했다.

영 케어러를 연령대별로 나눠보면, 25~34세가 8만4347명(55%)으로 가장 많고, 그다음 19~24세(4만4244명·29%), 13~18세(2만4453명·16%) 순이었다. 성별로는 남성이 8만명으로 여성(7만3044명)보다 많았다.

영 케어러는 취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5~34세 영 케어러의 ‘미취업자 비율’은 29.3%로, 영 케어러가 아닌 같은 나이대 청년(25%)보다 4.3%포인트 높았다. 한창 취업해야 할 나이인데도, 가족을 돌봐야 하는 부담 때문에 일자리 잡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영 케어러 상당수는 정신 건강에도 문제를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설문조사 결과, 영 케어러의 61.5%가 우울증을 겪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가족을 돌보는 시간이 주 15시간 이상인 경우엔 우울증 비율이 68.9%까지 올랐다. 또 영 케어러의 22.1%가 “삶에 만족하지 못한다”고 답했다.

지난 9월 영 케어러를 지원하는 ‘신 취약청년 전담지원 시범사업’에 충북, 인천, 울산, 전북이 선정되어 이 달까지 사업이 실시된 바 있다.

Writer’s note

매년 100만 명이 넘게 태어난 베이비붐 세대가 점점 고령화되면서 이들을 부양해야 할 청년세대의 부담과 압박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물론 新노년층은 이전보다 젊고 건강한 것으로 나타나지만 세월이 흐를수록 청년들이 이들을 부양해야 할 부담이 늘어날 것은 정해진 미래이다. 이러한 부담을 지자체가 분담해 줄 수 있다면 이는 청년에게 얼마나 힘이 될 것인가! 보건복지부의 취지와 방향은 칭찬받아 마땅하지만 ‘신 취약청년 전담지원 시범사업’의 연 200만원 지원은 청년에게 실질적인 삶의 변화를 주기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부족한 부분을 지자체가 채워줄 수 있다면 부양할 부모를 가진 대부분의 청년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됨은 물론 청년들이 지역을 떠나는 것을 방지하고 청년 인구 유입을 기대해 볼 수 있다. 올해 시작된 시범사업에 대한 평가를 실시하고 보완되어야 할 점이 무엇인지 깊게 분석해 볼 필요가 있다.

[지방정부티비유=티비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