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역대 최고 기록했지만, OECD 평균은 41.9%
지난 8월 28일 통계청이 발표한 ‘2023년 출생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출생 중 비혼 출생 비율이 4.7%에 달하며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고 한다. 혼인 관계 밖에서 태어난 신생아가 1만900명으로, 한 해 전보다 1100명 늘었고 5년 전(2.2%)에 비해 두 배가 넘는 수준이다.
이처럼 비혼 출생률이 계속 높아지고는 있지만 한국의 비혼 출생률은 주요국과 비교할 때 여전히 매우 낮다. 세계 최저인 출산율이 반등하지 않아 고전하는 한국이 비혼 출생에 대해 지나치게 비우호적인 제도 및 문화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2020년 기준 비혼 출생 비율은 프랑스 62.2%, 영국 49.0%, 미국 41.2%, 호주 36.5% 등으로 대부분이 한국을 크게 웃돈다. 비혼 출생 비율이 한국보다 낮은 나라는 여전히 보수적인 일본(2.4%)과 이슬람 국가인 튀르키예(2.8%) 정도다. OECD가 집계한 회원국 37국(38국 중 통계 없는 콜롬비아 제외) 중 29국은 비혼 출생 비율이 30%를 넘었다. 회원국 평균은 41.9%였다.
미국과 유럽의 사례를 참고해야...
미국·유럽 등의 비혼 출생이 늘 지금처럼 많았던 것은 아니다. 미국만 해도 1960년대 비혼 출생 비율이 5%대였고, 영국도 1970년대엔 비혼 출생 비율이 7% 정도에 머물렀었다. 하지만 여성의 경제적 자립도가 올라가는 가운데 결혼이란 틀에 제한되지 않은 출산·육아의 인정이 출산율 제고에 득이 된다는 각국 정부의 제도 개정이 이뤄지면서 비혼 출생은 늘기 시작했다.
미국은 세금·연금 등에서 여전히 혼인 부부와 자녀로 이뤄진 가족이 유리하지만 제도에 앞서 문화·사회적으로 비혼 출생이 정착한 경우다.
영국도 혼인 외 관계에서 태어난 아이들이 늘어나면서 보수적이었던 가족 정책을 점차 바꿔나가고 있다. 2005년 프랑스와 비슷한 ‘시민 계약’ 제도를 도입해 동거 커플 등이 낳은 아이도 혼인 관계에서 태어난 아이와 동일한 재정적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유럽연합(EU) 중 비혼 출생률이 가장 높은 프랑스는 비혼 동거 커플이나 싱글 여성이 아이를 낳고 키울 수 있는 법적 제도가 잘 마련돼 있는 국가로 꼽힌다. 가장 대표적인 제도가 PACS(팍스)라고 불리는 ‘시민연대계약(Pacte civil de solidarité)’이다. 1999년 도입된 팍스는 결혼하지 않은 동거 커플에게도 결혼과 유사한 법적 권리와 의무를 준다. 팍스 가정에서 태어난 아이들은 일반 결혼 가정의 자녀들과 똑같이 무료 교육, 양육 수당 등의 복지 혜택을 받는다. 프랑스 비혼 출생 비율은 팍스 도입 전인 1998년 41.7%였다가 2020년 62.2%로 빠르게 상승했다. 팍스는 1970년대 이후 지속적으로 이어지던 출산율 하락에 제동을 걸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1998년 1.76까지 내려갔던 프랑스 합계출산율은 2010년 2.02까지 반등했고 지금은 다소 내려가 1.8 선을 오르내리고 있다.
비혼 출생에 비우호적인 제도 및 문화 개선 필요
한국에선 결혼하지 않은 여성이나 혼인신고 없이 동거만 하는 커플의 자녀가 일반적이지 않다. 호주국립대가 발간하는 학술 저널 이스트아시아포럼은 최근 “출산율을 반등시키지 못하는 한국이 저출산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선 전통적인 가족의 형태에만 초점을 맞춘 그동안의 대책에서 벗어나야 한다. 이를 위해선 정부가 먼저 (저출생 대책 수립 과정에) 다양한 유형의 가족을 인정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한국의 저출산고령화위원회가 지난 6월 발표한‘저출산 추세 반전을 위한 대책’에는 ‘비혼 출산’에 대한 제도화‧지원 내용이 빠졌다. 심각한 저출산 문제 대응 방안의 하나로 비혼 출산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 전환 및 제도적, 문화적 개선의 필요성이 제기되기도 했으나, 아직 우선순위가 낮고 사회적 수용성이 높지 않다는 판단 때문이다.
[지방정부티비유=티비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