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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식대학>이 쏘아 올린 지방소멸대응기금의 현실

얼마 전 전 세계에서 구독자가 가장 많은(2억 6천만 명) 유튜버 미스터비스트(Mr.Beast)가 한국 코미디 유튜버 <피식대학>과의 협업을 예고하며 많은 이들의 관심을 끌었다. 하지만 얼마 후 피식대학의 경북 영양 편이 방영되면서 영양군 지역 비하 논란에 휘말렸다. 고공행진 하던 이들의 추세는 한풀 꺾였고 구독자 수가 무려 12만 명 넘게 이탈했다.

 

분명 영양군에 대한 피식대학의 비하적인 태도와 행실은 백번 비판 받아 마땅하다. 하지만 과연 이들이 틀렸는가에 대한 질문에는 답을 쉽게 꺼내기 힘들다. 이번 사안에는 우리가 마주하고 싶지 않은 지방자치단체의 현실이 담겨있다. 약이 쓰면 쓸수록 몸에 좋다고 하던가? 피식대학이 안겨준 지자체의 쓰디쓴 현실은 무엇이고 이는 지방소멸대응기금과 어떠한 연관성이 있는지 알아보겠다.

 

현재 가장 화젯거리인 청년들(피식대학)이 본 지방은?

 

논란이 된 장면 중 하나였던 “이런 지역 들어본 적 있냐. 여기 중국 아니냐.” 발언은 청년인 필자가 듣기에도 거북하다. 하지만 받아들이기 쉽지 않겠지만 이런 반응은 어쩌면 당연하다. 20년 전부터는 출생아 과반이 수도권에서 태어났으며 수도권에서 나고 자란 이들이 지방에 대해서 모르는 것은 당연하다.

 

문제가 된 또 다른 부분은 영양군을 마치 ‘유배지’처럼 표현하며 부족한 인프라와 먹거리에 대한 비하적인 태도였다. 물론 표현의 행태는 잘못되었지만, 과연 당신 혹은 당신의 자녀를 영양군으로 이주시킬 수 있는가? 의사들은 연봉 4억을 준다고 해도 지방으로 안 가는 것이 현실이다. 그렇다면 ‘젊은이들을 위한 인프라에 투자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는 실질적인 질문이 나올 수 있다. 하지만 청년들에겐 이미 멀고도 먼 지방에 무조건적인 인프라 투자는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

 

미래 없이 쓰이는 지방소멸대응기금의 현실

 

항상 강조하지만 우리나라는 절대 서울만 있는 것이 절대 아니다. 이번 피식대학 논란을 지혜롭게 대처한 오도창 영양군수가 말했듯 우리나라의 지방은 숨겨진 보물로 가득 차 있다. 대한민국의 지방은 절대 소멸하면 안 될뿐더러 소멸하면 이는 우리 모두의 손실이다. 하지만 국민 모두의 세금으로 이루어진 지방소멸대응기금을 낭비한다면 이 또한 우리 모두의 손실인 점도 사실이다.

 

다시 또 현실로 돌아간다면, 대한민국 인구는 감소 중이다. 지방만이 아니라 우리나라 전체 인구가 감소하고 있다. 이 말인즉슨 만약 어느 지역의 인구가 올라간다면 또 다른 지역의 인구는 감소한다는 것을 뜻한다. 현재 몰려있는 수도권의 인구가 줄어들고 지방의 인구가 늘어난다면 이보다 더 좋을 순 없겠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가끔 서울에서 귀농하는 청년들의 이야기가 심심치 않게 보이지만 이들의 절대적인 숫자는 우리나라 지방을 살리기에는 터무니없는 숫자이다.

 

우리의 정해진 미래는 지방의 인구가 지속해서 줄어드는 것이다. 수도권이 아닌 지방 어느 지역의 인구가 올라간다면 이는 곧 그 주변 지역의 소멸을 뜻한다. 이를 이해한다면 지방소멸대응기금이 어떻게 쓰여야 할지에 대한 힌트가 될 수 있다.

 

청년 주거의 공급은 과연 옳은 것인가?

 

이러한 상황에서 주거의 공급을 늘린다는 것이 과연 옳은 것일까? 절대 옳을 수 없다. 인구가 줄어드는 마당에 공급을 올린다는 것이 어떻게 옳을 수 있는가. 또한, 보통 청년들이 외치는 주거 공급은 수도권을 뜻한다. 물론 집을 마련하지 못하는 지방의 청년들도 많지만, 공급은 충분한 것으로 보인다.

 

물론 표면에서 볼 때 지자체에서 청년들을 위해 집을 지어주면 당연히 고맙게 생각하고 지원율도 높을 것이다. 좋은 집을 싼값에 쓸 수 있다는데 어느 누가 마다하겠는가? 하지만 미래를 고려하지 않은 공급은 낭비가 될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한국의 MIT를 꿈꿨던 포스텍이 포항에 있다는 이유로 청년의 발걸음이 끊겼다.

 

실제로 일본의 부동산 시장을 살펴보면 도쿄 내 도심지역으로 꼽히는 5개 구의 부동산 가치는 견고하게 유지됐지만, 지방은 정체 내지 하락하는 모습을 보였다. 지방에서는 빈집 비율이 10%를 넘어가면서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1인 가구의 증가로 부동산 시장은 한동안 안정적이겠지만 가구 수가 감소할 것으로 보이는 2040년쯤부터는 주택 가격 하락이 본격화될 수 있다고 당부하고 있다.

 

청년에 포커스 두기보다 중년에 포커스를 둬보는 것 어떨까?

 

서울대 인구정책연구센터와 한국국토정보공사가 진행한 <공간정보 기반의 생활 인구 분석 및 활용 방안 연구>에 따르면 중장년이 청년보다 생활 인구 이동 반경이 더 넓은 것으로 나타났다. 다시 말해 중장년이 청년보다 이동할 때 수도권으로부터 더 멀리 이동한다는 것이다. 반면 청년들은 대부분 수도권 내에서 주로 이동하는 모습을 보인다.

 

위에 언급했듯이 청년은 고향이 수도권이기 때문에, 지방에 대한 지식이 애초에 없지만 중장년들은 고향이 수도권이 아닌 경우가 더 많기 때문에 활동 범위가 더 넓은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지자체들은 애초에 중년들에게 초점을 맞춰보면 어떨까? 모두가 아는 사실이겠지만 중년의 인구수가 훨씬 더 많고 이제 곧 ‘엑티브 시니어’의 시대가 올 것이다. 몇 안 되는 청년을 유치시키려고 새로운 주거를 짓기보다 더 많은 중장년이 다녀갈 수 있는 카페를 짓는 게 오히려 더 미래지향적인 선택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저출생 VS 축소 사회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 2주년 기자회견에서 부총리급 인구부 설치를 언급하며 저출생 문제에 대처하기 위한 인구 컨트롤타워를 신설하겠다고 선언했다. 우리나라의 저출생 문제는 당연히 풀어야 할 0순위 과제이다. 하지만 출산율이 올라간다고 해도 그 결과는 출생아가 1만~2만 정도 더 나오는 것으로 그 여파가 그리 크지 않다. 그렇더라도 출생아 수를 올리는 것은 중요하다. 하지만 인구 축소가 정해져 있는 우리나라를 인구수에 맞게 사회시스템을 고치는 것도 출생만큼 중요하다. 청년들에게 미래가 보이는 사회시스템을 보여주면 분명 출산율은 올라갈 것이다.

 

피식대학의 논란으로 인한 영양군의 홍보 효과는 어느 정도일까? 기죽지 마라 피식대학!

 

[지방정부티비유=티비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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