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지는 좋다는데 왜 이리 논란일까? 《월간 지방자치》에서 논란이 생길 수밖에 없는 나름의 이유를 분석해봤다.
그렇지만 6개 불교부단체들이 당장 발등에 불 떨어진 셈이란 것을 부정할 수는 없다. 보통 기초자치단체들은예산의 10% 정도를 가용 예산으로 판단하며 한 해 살림살이를 꾸린다. 이번 지방재정 개편이 시행되면 6개불교부단체의 경우 총 8,260억 원의 예산이 감소할 것으로 추정된다. 이들 지자체의 한 해 예산은 1조~2조 원 정도인데, 그 중 10% 정도가 날아가는 것이다.
지방의 한 기초단체장은 본지와의 인터뷰 도중 “아무리 취지가 좋다한들 당장 수천억원의 예산을 빼앗긴다면어느 지자체가 가만히 있겠느냐?”고 말하기도 했다. 행자부 발표 내용에 동감하지만, 당장 몇 천억 원이 증발하게 생긴 이재명 경기도 성남시장이 단식을 하고, 염태영 수원시장이 전국 투어를 하는 입장이 이해가 안가는 것도 아니라는 것이다.
조충훈 전국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장(전라남도 순천시장)은 본지 이영애 편집인과의 전화통화에서 “근본적으로 행자부가 지방재정 개편을 추진하는 취지나, 조정교부금이나 법인지방소득세를 조정해 불균형을 조정하겠다는 세부 방안을 살펴보면 일견 일리는 있어 보인다”고 언급했다.
조 회장은 “그러나 근본적으로 지방재정 문제는 ‘2할자치’라는 중앙과 지방의 세수 불균형에서 발생하는 큰 차원의 문제가 있는데, 그것은 건드리지 않고 일부의 잘못만 건드리는 식의 접근이 이런 논란을 불러온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조 회장의 말대로, 행자부가 만약 이번 지방재정 개편을 추진하면서, 전체 차원에서의 지방재정 불균형 문제도 중앙과 지방이 다 함께 논의해보자고 했으면 논란의 불씨가 적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전체는 놔두고 세수가 비교적 넉넉한 ‘일부 지자체’를 대상으로 예산의 10%를 삭감하라는 개편을 시도했기에, 그것 자체가 ‘무리하고 지엽적이게’ 비쳐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그래서 이들 6개 불교부단체가 주장하는 대로 ‘일부 지자체 죽이기’라는 프레임이 국민들 사이에서 더 설득력을 얻고 있다. 한 시민은 5월 22일 행자부 앞에서 열린 규탄 집회에서 “이재명 성남시장이 정부 여당의 시장이었다면 정부가 이랬겠느냐”며 정치적인 음모가 있다는 주장을 강하게 내비치기도 했다.
또한 “그나마 잘되고 있는 지방자치단체를 무너뜨려 정부 손아귀에 넣으려고 한다”는 비난도 자초했다. 불교부단체라 상대적으로 넉넉하다지만 염태영 수원시장의 말대로 이들의 재정자립도는 ‘50~60% 수준’이다.
즉 불교부단체도 다른 곳과 비교해서 ‘오십 보 백 보’인데, 깎아봤자 얼마나 효과가 있겠는가? 염태원 수원시장이 “전국 지자체에 돌아가는 돈이 몇 십억 수준으로 미미할 것”이라고 주장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전체를 놔두고 일부만 접근한 탓에, 행자부가 자초한 ‘오해’는 적지 않다.
한편 이 같은 오해에 기름을 붓고 있는 것이 바로 ‘경기도 특례 폐지 추진’이다. 경기도 불교부단체 조정교부금 특례는 2013년 불교부단체 특별재정보전금 제도 폐지시 경기도의회가 보완 조례로 발의해 통과시킨 ‘지방자치의 산물’이다. 이 때문에 “지방의회가 제정한 규칙을 중앙정부가 독단적으로 바꾸려 한다”는 비난도 더불어 받고 있다.
지방자치제도 시행 이후 오랫동안 중앙 정부는 지방정부를 컨트롤하려 한다는 의혹과 오해를 받아왔다. 이번지방재정 개편 논란도 전체를 살피지 못하고 일부 문제만 접근한 까닭에 그 프레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 때문에 초창기 입장 발표를 망설이던 많은 지자체와 관련 협의단체에서 속속 반대 입장을 밝히고 있다.
만약 행자부가 정말 대한민국 지방자치 발전을 위해 서로 협의하고 공유하면서 순차적이고도 점진적으로 지방재정 개편안을 시도했다면 어땠을까? 앞으로 행자부는 지금보다 더 종합적이고 진정성 있게 이 문제에 접근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이 같은 ‘반대의 확산’을 막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