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지방재정 개편 논란은 박근혜 정부에서의 중앙·지방 예산 전쟁 2라운드라고 할 수 있다. 《월간 지방자치》는 보다 전체적인 입장에서 이 문제를 바라보고자 1라운드라 할 수 있는 누리과정 논란도 충실하게 정리해봤다.
이번 지방재정 개편 논란을 보고 있으면 자연스럽게 누리과정 문제가 떠오른다. 누리과정은 2012년 대선 당시 박근혜 대통령 후보의 ‘영·유아 무상보육’ 복지 공약으로 출발했으며 정부 출범 이후 본격 실시됐다.
누리과정은 2012년 3월 5세 유아를 대상으로 먼저 시행된 뒤 이듬해 만 3~4세 영·유아에까지 확대됐다. 또한 2013년 0~2세 영아를 대상으로도 10~20만 원의 월 보육료를 지급하기로 함에 따라 0세부터 5세까지 국가가 무상보육을 책임지는 복지시스템이 완성됐다. 이중 현재 갈등을 빚고 있는 지점은 3~5세에 지원되는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 편성 책임이다.
누리과정에 소요되는 연간 예산은 4조 원 가량이다. 정부는 애초에 보건복지부와 광역자치단체, 시·도교육청이 나눠 부담하던 누리과정 예산을 점차 보통교부금으로 전환했고, 2015년에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으로 해당 예산을 전액 부담하게끔 하고 있다.
이에 대해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시·도 교육청 간 예산 편성 갈등이 불거졌다. 이 같은 갈등에 교육부는 “유아교육법 시행령 및 영유아보육법 시행령 등 관령 법령에 따라 교육감의 당연한 책무임에도 불구하고 시도교육청에서 이를 편성하지 않아 국민들의 불안을 야기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최근 감사원도 정부의 입장에 손을 들어줬다. 감사원은 5월 24일 전국 시·도교육청을 대상으로 누리과정 예산편성 실태를 점검한 결과를 발표하고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을 일부 또는 전부 미편성한 11개 교육청의 교육감에게 예산을 우선 편성할 방안을 마련하도록 통보했다.
감사원은 시·도교육청이 누리과정 예산을 의무적으로 부담하도록 한 ‘영유아보육법 시행령’과 ‘지방재정법 시행령’ 등이 헌법과 상위 법률에 위배되는지 외부 법률 자문을 구한 결과, 법무법인 7곳 중 5곳이 “위헌이 아니다”는 입장을 밝혔으며, 6곳은 “헌법재판소나 대법원이 위법·위헌여부를 밝히지 않은 현 단계에서 시행령은 유효하다”는 의견을 냈다고 밝혔다.
감사원은 또한 누리과정 예산을 편성하지 않은 시·도교육청 11곳 가운데 9곳은 충분한 재정 여력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지자체 전입금 등 추가 세입을 활용하고 과다 계상된 인건비·시설비 등을 조정하면 1조 8,877억원의 재원을 마련할 수 있는데, 이를 통해 1조 4,628억원으로 추산되는 부족한 누리과정 재원을 충당할 수 있다고 밝혔다.
또한 감사원은 시·도교육청이 학교용지를 매입하면서 시·도로부터 받지 못한 장기미전출금을 받거나 시·도로부터 제때 지방세 정산분과 지방교육세 보전분을 수령 받으면 재정난을 막을 수 있다고 지적해 각 교육청이 보다 적극적으로 예산확보 노력을 기울이면 사태를 막을 수 있다는 입장을 정리했다.
교육부는 이에 대해 ‘당연한 결과’라는 입장을 내보이며 시·도교육청이 하루빨리 누리과정 예산을 전액 편성할 것을 다시 한번 촉구했다. 이영 교육부 차관은 5월 30일 “이번 감사로 누리과정 예산과 관련된 법령상 문제와 재정 여건상 문제가 객관적으로 입증됐다”며 “누리과정 도입 당시부터 관련 법령을 정비해왔기 때문에 감사원 판단은 당연한 결과”라는 입장을 밝혔다. 관련해 교육부는 누리과정 예산 편성을 위해 각 시·도교육청이 지방자치단체로부터 지방세 정산분과 학교용지매입비 등을 확보받을 경우 전입금 조기 전입 등으로 지원키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