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게 흥하는 고장 고흥(高興)은 우뚝 솟은 팔영산과 수백 개의 아름다운 섬, 신비롭고 아름다운 천혜의 자연 풍광을 품고 있다. 수많은 고인돌이 분포하고 임진왜란을 막아낸 충절의 고장이며 덤벙분청을 꽃피웠던 역사의 숨결을 간직한 보물 같은 고장이다. 고흥군에서는 2017년 10월 31일 고흥의 역사와 문화를 담아내고자 분청문화박물관을 개관하고 지역민과 함께하는 열린 박물관으로서 역할을 다하고 있다.
분청사기 가마터 위에 세워진 박물관
고흥군 두원면 운대리는 분청사기 가마터 27기가 밀집 분포된 대한민국 최대 규모의 분청사기 생산단지이다. 조선시대 대단위 요장(窯場)으로서 학술적·세계사적·예술적 가치를 인정받아 사적 제519호와 전라남도 기념물 제80호로 지정된 역사적 장소에 박물관이 건립됐다. 1980년대 고흥 운대리 분청사기 가마터가 발견된 이후 사적 지정, 부지 확보, 사업비 마련, 전시 유물 확보 등 수많은 난관이 놓여 있었음에도 박물관을 성공적으로 개관하고자 하는 고흥군과 지역민들의 간절한 열망이 있었다. 박물관은 분청사기 가마터 위에 지상 3층 9,723㎡의 규모로, 3만여 평의 분청 공원과 병풍처럼 둘러싸인 운암산(487m)에 이르기까지 고흥의 역사와 문화적 환경을 종합적으로 마련해 전라남도 최초의 제1종 종합박물관으로 등록됐다.
전시유물 무상대여로 예산 절감에 기여
박물관은 신생 및 지역박물관으로서의 한계를 극복하고 성공적으로 박물관을 운영하기 위해 국립광주박물관과의 업무협약 체결을 시작으로 전국 10여 개 도자전문기관과 업무협약을 이끌어냈다. 이를 통해 조사 연구 그리고 소장품 상호대여 및 공동 전시 개최 등 대외 기관과 적극적인 교류 관계를 활성화하고자 했다. 특히 고흥군과 관련된 유물 및 분청사기를 보유하고 있는 국립박물관과의 긴밀한 협력관계를 통해 관련 유물 무상대여를 추진함으로써 지자체 예산 34억 원을 절감하기도 했다. 이는 박물관 전시유물의 안정적 확보를 위해 재정이 열악한 지자체의 현실을 반영해 유물 구입보다는 기증 또는 무상대여를 적극적으로 추진하여 종합박물관 개관이라는 숙원을 이뤄낼 수 있었다.
수준 높은 전시 콘텐츠 구축과 차별화된 기획전시 개최
박물관 전시실은 고흥의 역사와 문화를 종합적으로 보여주고자 역사문화실, 분청사기실, 설화문학실 등 상설전시실과 아시아도자와 기증유물이 전시된 특별전시실, 그리고 매년 다양한 주제로 차별화된 기획전시실을 마련하고 수준 높은 전시 콘텐츠를 구축했다. 이 외에도 관람객들이 단순히 보고 지나가는 박물관이 아닌 머물다 갈 수 있는 공간으로 조성하기 위해 중앙정원에 상림리 3층 석탑과 고인돌을 배치하고, 고흥의 설화와 분청사기를 주제로 한 13조의 조형물을 분청 공원에 설치함으로써 박물관의 공간을 야외박물관으로 확장했다. 특히 다양한 주제로 전시가 이뤄지는 기획전시실은 기증특별전, 분청사기 공모전, 분청 작가 초대전, 고흥 고인돌 특별전, 왕실 도자 교류전 등 매년 다양한 전시를 선보였다. 이처럼 차별화된 전시 콘텐츠를 통해 개관 이듬해인 2018년에는 연간 10만 명 이상의 관람객이 방문하면서 명실상부한 대한민국 역사·문화 관광지로 힘찬 첫발을 내디뎠다.
국내 최초 이야기박물관, 실감 콘텐츠로 재생
고흥군은 2010년대 초반부터 옛이야기(설화)가 무궁무진한 원천 자료임을 인지하고 16개 읍·면에 분포하고 있는 3,500여 건의 옛이야기를 수집했다. 이 자료를 바탕으로 ‘이야기 천국 스토리텔링북’ 제작, 고흥 설화 웹툰, 게임, 설화 애니메이션 제작 등 ‘이야기 천국 설화산업’을 적극 추진하여 전국 최초의 이야기박물관을 개관할 수 있었다. 이후 이야기 산업의 메카인 고흥군에서는 전통 설화를 단순한 시각적 경험이 아닌 직접 만지고 뛰어놀 수 있는 융복합 전시 공간을 조성하고자 ‘지역 전략산업 특화 과제’ 공모 사업에 지원하여 미디어파사드, 크로마키 포토 체험존, 설화 블록 등 관람객 체험형 콘텐츠 개발 및 놀이 공간을 연출했다. 즉 고흥의 설화를 소재로 한 실감 체험형 콘텐츠를 마련하고 단순한 전시 콘텐츠의 한계를 넘어 관람객의 흥미와 즐거움을 극대화하고 자연스럽게 박물관을 재방문할 수 있도록 유도했다.
분청사기 전통을 잇기 위한 도자문화산업
박물관에서는 고흥 분청사기의 전통을 잇고 분청사기 문화를 계승·발전하기 위해 매년 전국 규모의 분청사기 공모전과 입주작가 프로그램을 추진하고 있다. 국내외 도예 작가들이 기량을 펼치는 분청사기 공모전은 분청사기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작품을 공모·선정하여 시상하는 프로그램으로, 매년 100여 명의 작가가 참여하고 있다. 엄격한 심사를 거쳐 대상, 최우수상 등 30여 작품을 선정하고 대상에게는 1,000만 원의 상금과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상이 주어지며 수상작은 기획전시를 통해 일반에 공개된다.
입주작가 프로그램은 매년 2~3명의 청년 작가가 박물관에 상주하면서 창작활동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사업으로, 2018년에 처음 시도됐다. 고흥의 흙을 이용해 분청사기를 제작하고 이러한 성과물을 전시로 보여줌으로써 운대리 분청사기 문화를 계승함과 동시에 작가들의 예술적 재해석을 통해 새로운 고흥 분청사기의 전통을 이어가는 사업이다. 나아가 국내외 작가들이 한 달 동안 고흥에 머물며 작품 활동을 이어가는 국제 도예 창작 워크숍을 개최하는 등 고흥 분청사기 세계화도 적극적으로 모색하고 있다.
지역민과 함께하는 생동하는 열린 박물관
박물관 건립 단계에서부터 지역민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범군민 기증 운동을 전개했다. 그 결과 지역민 109명으로부터 7,049점의 소중한 문화유산을 기증받았고 기증자에게는 기증특별전, 자료집 발간, 박물관 무료 입장 등의 예우를 통해 유물의 가치를 알리는 데 최선을 다하고 있다.
또한 고흥에서 발굴된 유물을 지역에서 관리·활용할 수 있는 국가귀속 위임기관으로 선정됐고, 지역 향토 자료발굴을 위해 한국학 호남진흥원과 MOU를 통해 지역민이 소장한 고문서 등 옛날 문서도 적극적으로 확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고흥의 역사와 문화를 활용한 박물관대학과 고흥 분청사기 도예 강좌 프로그램 등은 지역민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대표 프로그램으로, 매년 1만여 명 이상이 참여하고 있다. 특히 고흥 분청사기와 설화를 주제로 12개 이상의 다양한 상설 체험프로그램을 개설 및 운영하여 유아부터 초·중등학교 학생과 가족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계층의 참여를 유도하고 있다. 특히 분청사기 만들기의 경우 ‘나만의 특별한 도자기’를 직접 만들고 이후 실생활에서도 활용할 수 있어 만족도가 매우 높다. 이처럼 지역민과 함께하기 위한 생동하는 박물관으로서 누구나 쉽게 찾는 복합 문화 공간으로써의 역할을 다하고 있다.
지역민들의 열망 속에 세워진 고흥분청문화박물관은 앞으로 고흥 사람들의 삶과 역사, 문화를 생생히 담아내는 열린 박물관으로서의 역할뿐 아니라 전 세계에 유일한 분청사기 문화의 학술적·예술적 가치를 세계적으로 알리기 위해 부단히 노력 할 것이다. 가장 한국적인 것이 세계적인 것이라 믿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