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미량 성균관대학교 컴퓨터교육과 교수
행정자치부가 내놓은 차세대 전자정부 청사진은 ‘국민을 즐겁게 하는 전자정부’이다. 이는 ‘고객만족’과 ‘고객감동’을 넘어서는 개념이다. ‘즐거운 전자정부’는 정부에 대한 거리감을 줄이고 정부 서비스의 딱딱한 이미지를 넘어서서 국민의 일상생활에서 개별적으로 그 국민의 상황에 꼭 맞는 즐거움을 선사하겠다는 야심찬 선언이다.
기업에서도 감히 내놓고 도전하기 어려운 과제에 정부가 도전장을 내민 것이다. 정부가 이런 자신감을 가진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이는 정부가 국민 개개인의 상황을 잘 이해할 수 있다는 의미이고, 정부 내부의 역량이 고객인 국민의 요구에 즉각 대응할 수 있을 만큼 갖춰져 있다는 뜻이다. 또한 오랜 기간 데이터가 축적되고 정보시스템이 잘 구축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고객에 대한 분석 능력과 대응 능력을 가진 유능한 공무원이 이 일에 대비하고 있다는 것이다.
고객에 꼭 맞는 서비스를 고객의 상황에 맞게 미리 준비하고 제공하는 이른바 ‘국민 맞춤형 전자정부 서비스’는 대부분의 해외 주요국이 추진하고 있는 전자정부 서비스의 진화방향이다. 미국에서는 우리나라 복지포털과 같은 정부 서비스수혜자격 조회 서비스(benefits.gov)를 시행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연말정산자료제공 서비스와 유사한 세금신고 서비스(irs.gov)도 개인맞춤형 서비스에 해당한다.
캐나다의 생애이벤트별 전문포털(servicecanada.gc.ca)에서도 일자리, 출산, 자격확인, 장애인복지, 주택구입,상속, 결혼 및 이혼, 부채조정, 가족 부양, 은퇴 계획, 창업, 해외여행, 인생 이모작을 위한 교육 등 국민 개개인의 생애주기에 일어날 수 있는 변화에 따라 정부 서비스를 구분하여 맞춤형으로 제공하고 있다.
호주에서는 myGov 서비스(my.gov.au)를 통해 개인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 서비스에서도 국민이 자신의 나이를 선택하면 그 나이 대에 맞는 생애주기별 서비스를 표시하고 교육이나 고용, 자녀교육, 보건 서비스, 자연재해나 위기대응, 고립이나 피난 등에 대한 맞춤형 서비스(centerlink)를 받을 수 있다. 호주에서는 이외에도 기업맞춤형 서비스인 digital business, 국민맞춤형 서비스인 Smart Forms, 휴먼 서비스(humanservices.gov.au), 의료 서비스인 Medicare 등이 대표적인 개인맞춤형 서비스로 활용되고 있다.
해외 서비스를 참고하지 않더라도 현재 우리나라가 제공하고 있는 국민 맞춤형 서비스는 세계 최고의 전자정부 선진국가로서 손색이 없는 수준이다. 그러나 우리가 ‘고객인 국민에게 즐거움을 주는 전자정부’를 구현하자면 해외사례로부터 배워야 할 것도 있다. 우선은 맞춤형 서비스를 위해 국민 개인이 정부에 스스로를 위한 계정을 등록하여야 한다는 점이다. 공인인증서로 민원포털에 접속하거나 회원가입을 하는 것에서 더 나아가 국민이 정부로 하여금 자신을 고객으로 사전에 인식하고 그 상황에 맞는 서비스를 먼저 제시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 이 문제는 국민 신뢰를 먼저 확보하고 공론의 과정을 거쳐야 하는 일이다.
또 하나는 민간의 서비스채널과 융합하는 일이다. 즐거움을 주는 전자정부채널은 꼭 정부사이트에서 일어날 필요가 없다. 국민이 자주 활용하는 SNS 서비스나 다른 포털, 심지어는 오락이나 쇼핑 채널에서도 제공되지 말라는 법이 없다. 제공기기도 마찬가지다. 전통적인 컴퓨터가 아니라도 좋다. 모바일 기기나 심지어는 자동차나 텔레비전 냉장고 등 어떤 스마트기기에서도 가능하다. 이런 미래를 대비하지 않으면 ‘즐거움을 주는 전자정부’는 새로운 구호에 불과할 수밖에 없다.
김영미 상명대학교 행정학과 교수
전통제조업체나 다국적 기업들이 최근 과감한 방향전환을 하는 모습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그 변신의 모습은 소프트웨어 기업이 되고자 하거나 소프트웨어 회사들이 자동차를 만들 것이라고 선언하는 모습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제조 기업이 소프트웨어 회사로 변신하고자 하고, 소프트웨어 기업은 제조업에 뛰어드는 이러한 변화를 우리는 ‘4차 산업혁명’이라고 부른다. 기업들이 제조업과 정보통신기술(ICT)을 융합하여 작업 경쟁력을 끌어올리고자 하는 차세대 산업혁명으로 정의할 수 있다. 독일, 미국, 중국, 일본 등 세계 주요국들은 ‘4차 산업혁명’의 시대를 예견하고 나름대로 빠른 준비를 진행하고 있다. 독일의 경우 자동차, 기계 등 제조업에 ICT를 접목하는 스마트팩토리에 중점을 두며 지난 2013년 ‘Industry 4.0’을 발표했고, 전체 생산 공정을 최적화, 효율화하고 산업 공정의 유연성과 성능을 새로운 차원으로 업그레이드시키고자 노력한다.
ICT기술을 바탕으로 사람, 프로세스, 데이터, 사물이 서로 연결됨으로써 지능화된 네트워크가 구축되고, 이를통해 새로운 가치와 혁신의 창출이 가능해지는 사회로 급속히 접어들면서 기업은 물론 정부의 역할에 새로운 요구가 이어지고 있다. ‘기기간 네트워킹’의 기술적 연결을 바탕으로 ‘사람·사물·정보 간 실시간적 상호작용’이 이루어지고 이를 토대로 사회적 연결이 극대화되면서 기존에 제공해오던 정부 서비스 지원방식도 신속한 변화를 추진해야 한다.
최근 행정자치부 전자정부국에서 ‘전자정부 2020’을 발표했다. ‘새로운 디지털 경험으로 국민을 즐겁게 하는전자정부’를 표방하며 ‘국민감성 서비스’, ‘기능정보기반첨단행정’, ‘지속가능 디지털 뉴딜’을 구현하기 위한 전략과 비전을 제시하고 있다. 인간을 둘러싼 다양한 환경요소들이 상호간 연결됨으로써 시공간적 제약을 극복하고 새로운 성장의 기회와 가치의 창출이 가능하다는 희망적 시각과 동시에 고민해야 하는 요소도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무엇보다 소통과 공유를 통해 초협력 사회로 가는 발판을 마련하고 ‘기술 중심’이 아닌 ‘인간 중심’의 독창성과 상상력이 더해질 수 있도록 근본적인 새 판짜기가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임종인 고려대 사이버국방학과 교수
그동안 정부가 PC를 기반으로 전자정부 서비스를 제공했지만 이제 모바일 전자정부를 지향하고 있다. 국민들은 모바일을 24시간 곁에 두기 때문에 모바일 전자정부가 되면 개인화된 맞춤형 서비스를 더 잘 제공받을 수 있고, 국민들이 정부의 다양한 정보를 편하게 사용할 수 있어 새로운 산업을 만드는 등 선순환구조가 만들어질 수 있다. 다만 전자정부를 추진하는 데 가장 큰 장애물은 개인정보 등의 보안문제다. 이 문제는 다양한 보안기술을 섞은 다중 보완체계로 나가야 한다. 100% 완벽한 보안기술은 세상에 없다. 인증서 외에 OTP기술이나 생체인식 기술 등을 활용해 개인정보도 보호하면서 효율성과 편의성을 동시에 추구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UN 전자정부 평가에서 5년 연속 세계 1위였다. 이제 AI 등을 과감히 도입해 국민들이 원하는 서비스를 선제적으로 펼쳐야 한다. 공직자들은 국민의 편에 서서 선제적으로 봉사하는 서번트 리더십이 있어야 하는데, 모바일 전자정부와 정부 3.0을 잘 개발하고 결합하면 이런 서버튼 리더십을 펼칠 수 있다. 이를 위해 보안성이 덜 요구되는 영역부터 시범서비스를 펼쳐야 한다. 완벽한 보안이 이뤄질 때까지 기다리기만 하면 전혀 발전이 없을 것이다. 우리나라보다 먼저 모바일 전자정부를 펼친 후진국들이 있지만 PC기반이 되어 있지 않아 콘텐츠나 기술 면에서열악한 게 사실이다. 아무쪼록 대한민국의 전자정부 명성을 이어나가 중남미나 아프리카 국가 등에 대한민국 전자정부를 넥스트 모델로 수출하는 데 노력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