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럼] 우리나라 지방행정 적나라한 현실, 패러다임 재정비가 시급하다

  • 등록 2018.06.19 14:1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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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현철 

조선대학교 법학과 교수(행정법)

 

해외사례 맹신, 전문가 오류에 빠진 우리나라 행정

 

지난 4월 국민안전처는 미국 연방정부와 노스케롤라이나주의 재난관리 실무자를 초청해 우리나라 전문가들과 토론회를 개최했다. 아주 인상적이었던 점은 참석한 미국의 연방재난관리청(FEMA·페마) 실무자의 조언이었다. 그것은 바로 미국의 페마는 강력한 컨트롤타워가 아니라 코디네이팅, 지원기관이니 제발 오해를 하지 말아달라고 부탁한 것이다. 필자조차 미국의 페마가 강력한 컨트롤 명령기능을 가진 곳으로 알고 있었다. 누군가가 미국 제도를 잘못 소개해 우리는 여태 그렇게 잘못 알고 있었던 것이다. 이게 바로 전문가의 오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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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우리는 국가 운영시스템이 완전히 다르다. 즉 미국은 연방제 국가이고, 상·하원 양원제의회와 부통령제를 실시하는 나라이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중앙집권 지방자치제 국가이며, 단원제 국회이고 부통령제가 아닌 임명형 국무총리제를 운영하는 나라이다.

 

 

 

부통령이 아닌 국무총리가 총괄하는 기관은 령이 서지않는 부작용과 지자체 읍·면·동 현장실무자는 격무로 인하여 숨을 쉴 수 없을 정도의 과중한 업무를 감내하는 부작용을 겪고 있는 것이 한국의 행정현실이다.

 

그런데도 미국 등 해외사례만을 무턱대고 도입하자고 논의하는 것은 심각한 문제이다. 우리나라의 국가운영 특성과 토양에 맞는 제도가 잘 성장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꾸 외국의 제도를 새롭게 도입하려고만 한다. 이렇다 보니 법령에 규정된 우리의 제도를 운용하기도 버거운 업무과중의 현장실무자들과 자꾸 외국제도를 언급하는 교수와 고위직 간의 관심 사이에 심각한 괴리가 생긴 것이 현실적인 문제점이다. 전문가, 교수, 고위직은 생소하고 어려운 용어를 좋아하고 해외사례를 지나치게 답습하려고 한다.

 

이 대목에서 대한민국 국가현장 행정에 소위 전문가의 책임을 크게 묻지 않을 수 없다. 전문가들은 자기전공이 아닌 영역은 전혀 관심이 없고 자기 영역이라해도 미국 저널 등 유명 학회지나 언론의 각주가 달리지 않으면 별로 귀하게 여기지 않는다. 그런 전문가들이 언급하면 이른바 특종으로 생각하고 정책에 반영하려 한다.

 

이것은 우리나라의 법령에 규정된 디테일한 규정과 제도를 잘 몰라서 그렇다. 디테일이 안 되니, 스페셜이 안 되고, 스페셜이 안 되니 전문성이 약하며, 후임자에게 노하우 전수가 안 되는 악순환이 계속되는 것이다. 사실 법률과 시행령이나 시행규칙들은 정말 디테일하게 만들어졌다.

 

전문가 중에는 법령에 이미 전부 제도화 규정되어 있는데도 불구하고 그것이 없다고 신설해야 한다고 떠들어댄다. 제일 심한 것은 재난관리와 사회복지 분야다. 아주 답답할 노릇이다. 광역자치단체, 기초자치단체의 재난안전대책본부가 재난안전관리법상 현장의 통합적 대응기관인데, 이명박 정부 때 그것이 없다고 대통령국정과제에 통합적재난안전관리구축단을 만들었다.

 

세월호 사건 이후 전문가라 불리는 사람들이 이야기한 것도 이미 다 시행하고 있거나 법령에 규정된 내용들이 많다. 이제 외국 제도를 자꾸 이야기하는 사람들은 우리 제도의 문제점을 전혀 모르는 사람으로 생각하고 일단 검증해봐야 한다.

 

해외사례의 논의와 도입보다 더 중요한 것은 우리의 토양에 맞는 제도를 법령으로 규정해 놓았으나 그것이 작동되지 않는 이유가 무엇인지를 정밀하게 진단하여 작동되게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일이다. 이렇게 무턱대고 부정확한 해외사례를 참고할 게 아니라 글로벌 기업 즉 삼성, LG 등에서는 어떤 제도가 시행되고 있는지, 외국의 베를린시청, 뉴욕시청 등이 실제 상황을 어떻게 극복하고 있는지 살펴봐야 한다. 우리나라의 행정현장의 실무 패러다임을 새롭게 재정비하지 않으면 심각한 상황에 이를 것이다.

 

 

격무에 시달리는 현장 실무자, 과중한 업무는 모든 것을 파괴시킨다

 

필자는 지자체 업무평가에 참여하면서 현장 실무자들의 애로사항을 현장에서 만나게 된다. 핵심은 현장 실무자의 격무가 아주 심각한 문제라는 것이다. 여러 중앙행정기관에서 내려 보낸 공문들이 결국 읍·면·동 현장 실무자 한두 사람에게 집중된다. 이렇게 실무자들은 공문 수발 정리정돈하기도 버겁다. 이러한 현장실무자의 과중한 업무 문제를 빨리 해소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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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정부 때 국가안전보장회의(NSC)에서 3800여건의 매뉴얼을 만들어 지자체에 하달했지만 실제로 읽어본 사람은 거의 없었다. 매뉴얼 자체를 읽어볼 겨를이 없다는 말이다. 과중한 업무는 모든 것을 파괴시키고 창조적인 생각의 씨앗과 전문성의 에너지를 송두리째 날려 보낸다.

 

 

 

과중한 업무로 인하여 현장 실무자는 자신의 업무 근거 법령을 집행하지만 새로운 보직을 맡게 될 때 자기업무의 근거가 되는 법령을 차분히 읽어볼 겨를이 없을 정도로 과중한 업무에 시달린다. 현장 실무자의 격무를 줄이려면 구조적으로는 우리나라 행정시스템을 손질해야 할 것이다.

 

광역자치단체와 기초자치단체, 읍·면·동 등에 대한 시스템적인 구조조정이 필요한 시점에 와 있다는 것이다. 광역자치단체와 기초자치단체의 몸집을 줄여야 한다. 현재 시범운영을 시작한 책임읍면동제의 시도는 아주 잘한 것이다. 이렇게 해서 현장 실무자의 숫자를 늘려서 과중한 업무를 시스템적으로 해결해야 한다.

 

지자체 재정자립도가 열악하니 더 이상 공무원 숫자를 늘릴 수 없다면 이렇게 지방행정 제도를 조정해 광역자치단체의 역할을 대폭 줄이고 기초 지자체 읍·면·동 현장에 공무원을 많이 파견해야 한다. 군대에 비유하면 현장 전투인력인 야전부대 인원보다 사단사령부, 군단사령부 보좌 인력이 더 많은 것이 심각한 문제인 것과 마찬가지이니 현장 전투인력을 대폭 늘려야 한다는 것이다.

 

 

전임자와 후임자의 업무인수인계시스템 과학화가 필요하다

 

현장 실무자의 업무과중문제를 해소하는 또 하나의 해결방안은 전임자와 후임자 간의 업무인수인계 체계를 치밀하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업무의 전문성 즉 스페셜은 업무인수인계와 직결된다. 업무의 전문성을 높이려면 업무인수인계가 잘 되어야 한다. 특히 지자체는 종합행정 기관이라 업무인수인계가 더 중요하다. 왜냐하면 업무의 종류가 다양해 어느 날 갑자기 전혀 생소한 일을 맡게 될 가능성 많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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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우리나라 행정은 후임자가 제로베이스에서 새로운 보직의 업무를 시작하게 된다. 보편적인 업무능력을 가진 사람이 부서장의 말을 이해하고 워킹 페이퍼를 능숙하게 처리할 정도가 되려면 한 달이 지나야 한다. 그럼 한 달 동안 그 업무는 공백상태가 된다. 이 과정에서 생기는 또 하나의 심각한 행정력 낭비는 전임자의 노하우가 완전히 사장된다는 점이다.

 

 

 

이것은 제도적인 결함 때문에 생긴 문제여서 예산을 들이지 않고도 얼마든지 개선할 수 있다. 해결책은 전임자가 후임자를 멘토링하는 제도를 만들어 후임자가 업무를 잘하면 전임자에게도 인센티브를 주는 제도를 만드는 것이다.

 

현장 실무자는 평소 업무 추진 시 파일과 서류철 등 업무 정리정돈을 잘해야 한다. 가장 먼저 파일 내용과 제목을 일치시켜 작성하고 처음 업무를 접한 사람들이 문서를 쉽게 찾도록 해야 한다. 파일명을 누구나 알아보도록 해야 한다. 이렇게 현장 실무자가 자신의 업무를 스몰데이터화해 재직기간의 업무를 빅테이터화하면, 그 데이터를 활용해 과학적·체계적 업무인수인계시스템을 구축한다면, 우리나라의 현장행정은 한층 더 발전하게 될 것이며, 공직에 협업문화가 정착될 것이라 생각된다.

 

각종 지자체 평가에 참여하면서 느끼는 것은 그동안의 업무와 자료를 잘 정리한 지자체는 증빙자료를 정밀하게 제시해 좋은 점수를 받는 점을 보면 평소의 업무 정리정돈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를 강조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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톱 공무원이 되는 법

 

성공한 공무원이 되려면 새로운 부서에 발령받고 약 일주일 동안은 중요한 업무가 하달되지 아니하는 기간, 즉 허니문 기간 동안 퇴근 후 휴대폰 끄고 곧장 도서관으로 가서 새로운 부서 업무와 관련된 법령을 출력해 백 번 읽어보라고 충고한다.

 

그렇게 일주일이 지나면 과장과 계장이 무슨 소리를 하는지 이해하게 될 것이고, 청사 내에서 업무를 빠르게 파악한다고 소문이 날 것이다. 그러한 평판은 자신을 성공하는 공무원으로 만드는 첩경이라고 강조한다.

 

 

협업능력을 인사평가의 중요한 기준으로 삼자!

 

엉성하지만 뜨거운 열정은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다. 현장의 초임 공무원이라도 열정이 있다면 자신의 부족한 경험을 다 커버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런 초임 공무원들의 열정이 몇 년 전에 비해 확 줄어들었다. 신임 공무원 교육을 가보면 의욕이 충만한 초임자의 수가 줄어들고 있다는 것이다.

 

선거직인 단체장은 득표에 도움되는 인기와 호감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이러한 포퓰리즘은 세금낭비 중복행정을 야기한다. 우리나라 행정의 가장 큰 난맥상이 바로 중복행정이다.

 

이제 행정의 효율성을 제고한다는 차원에서 누가 잘하는지 경쟁을 시키는 것이 아니라 함께 일을 누가 잘 하는가, 누구와 협업을 잘 하는가라는 협업과 팀워크를 잘 하도록 하는 인사제도를 확립해야 한다.

 

공무원 조직은 인사적 경쟁관계로 인하여 갈등이 야기된다. 내 경쟁자나 내 후임자가 나보다 더 못하고 망가져줘야 내가 산다는 식의 인식이 사라지게 하는 인사시스템이 구축되어야 한다. 즉 이제는 누구를 도와 함께 가야 성공한다는 식으로 인사시스템이 바꿔야 한다.

 

이렇게 공무원 평가도 협업을 잘하고 후임자를 잘 도와주는 사람이 좋은 인사평가를 받도록 해야 한다. 다면평가제도에 있어서는 자칫 포퓰리즘을 유발하는 요인은 없는지를 냉정하게 반성해 보아야 한다. 유관기관 등 협업을 얼마나 잘하는지에 따라 구체적인 점수를 매겨야 한다.

 

글로벌 기업 삼성은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 무임승차를 하는 경우가 있어서 그해에는 소속된 부서장이 인사평가를 하지 않고 새로운 프로젝트의 PM이 인사평가를 한다. 아주 훌륭한 사례라고 평가된다.

 

# 본 기고는 본지와 방향이 다를 수 있으며 사견을 정리한 것임을 밝혀둡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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