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번만 들어도 평생 기억되고 꼭 한 번 가보고 싶은 지명, 그것이 경쟁력이고 지역의 농·특산물을 잘 팔리게 할 수도 있다.
‘무릉도원면’, ‘김삿갓면’, ‘한반도면’, ‘산솔면’은 강원도 영월군의 면 단위 행정구역 이름이다. 몇 번을 들어봐도 귀가 행복해진다. 복사꽃 곱게 피는 봄날 꼭 가보고 싶은 곳, 한 번만 들어도 평생 잊히지 않을 것 같은 아름다운 이름들이다.
당초에 영월군 읍·면 이름은 수주면, 상동면, 중동면, 하동면, 서면, 남면, 북면, 주천면, 영월읍이었다. 동서남북의 동쪽을 다시 상동면, 중동면, 하동면이던 곳을 수주면에 법정리로 무릉리와 도원리가 있어 무릉도원면(2016), 서면에 한반도 모형 지형이 있어 한반도면(韓半島面, 2009), 하동면에 조선시대 김삿갓으로 유명 한 난고(蘭皐) 김병연(金炳淵)이 살기도 하고 세상을 떠난 후에 묘가 있어 김삿갓면(2009), 중동면에 솔표 우황청심원 모델 소나무가 있는 곳을 산솔면(2021)으로 바꾸었다고 한다.
지명의 제·개정은 주민의 의견을 들어 시·군, 시·도, 지명위원회를 거쳐 국토교통부 국가지명위원회에서 최종 결정된다.
영월군 유영만 행정팀장에 따르면 “영월군에서도 지역주민 투표에 붙여 개명했다. 지역주민들과 출향인의 반응이 좋고, 특히 다른 지역에서도 지명을 바꾸는 문의가 있고, 개명 후 이곳을 찾는 사람이 늘고 있다”고 밝혔다.
산솔면 이영실 면장도 “산솔면으로 개명 후 모델 소나무를 보러 오는 사람들이 날로 늘어나고 있어 소나무를 활용한 지역 마케팅에 적극 활용하겠다”고 말했다.
이곳 말고도 한반도 호랑이 지형의 꼬리에 해당하는 경북 포항시 호미곶면(2010), 태백산맥 고랭지 채소로 유명한 강원도 평창군 대관령면(2007), 행정수도 세종특별자치시(2002) 이름도 눈에 띄는 지명이고, 영화 <서편제>로 유명한 전남 완도군 청산면, 달빛이 아름다운 전남 영광군 낙월면, 봄꽃이 아름다운 호반의 도시 춘천시도 좋은 지명으로 떠오른다.
필자의 어린 시절 동네에 김 면장네 아들 삼 형제가 있었다. 이들은 김 면장네 큰아들, 김 면장네 둘째, 김 면장네 셋 째라고 환갑이 넘도록 불렸다. 우리나라 광역지자체인 부산, 대구, 대전, 광주, 인천, 울산, 서울특별시까지 동구, 서구, 남구, 북구, 중구에 있는 지명이다. 이곳은 상급 광역지자체의 이름을 거론하지 않고는 지자체의 성격을 알 수가 없다. 마치 김 면장네 아들 부르는 격이다.
어디 그뿐인가. 동면, 서면, 남면, 북면 이른바 방위 표시로 표시돼 상급관을 먼저 말하지 않고는 알 수 없는 기초지자체도 많다. 이들 이름은 경북 안동시, 전남 장성군, 전북 정읍시, 경남 함양군, 경북 경주시 등 공교롭게도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록된 도산서원, 병산서원, 필암서원, 무 성서원, 남계서원, 옥산서원 등 조선시대 사립 교육기관이 소재한 지역에 많다.
이처럼 방위 표시로 된 지명은 대부분 일제강점기와 군사 정권 시대 중앙에서 하달하고 상급 기관에서 시장·군수를 임명하고 상명하복하던 시절에 지역을 획정된 것이 지금 까지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지금은 이른바 지방정부 시대다.
지역 스스로 자기 지역에 맞는 효율적인 지방정부 운영과 지역주민의 자긍심을 위해 그 지역에 맞는 행정구역 명칭 변경을 고려할 때가 아닌가 한다.
좋은 지명 하나가 관광객을 불러들이고 농·특산품을 팔리 게 한다. 지금은 브랜드 시대다. 우수한 농·특산물의 생산은 주민의 몫이지만, 그 농·특산품을 브랜딩하는 것은 일정 부분 행정의 몫이다. 농·특산품은 없어서 팔지 못하기 보다 많아도 팔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어떠한 지명이 한번만 들어 오래 기억되고 어떻게 하면 지역이 잘 팔릴지 방법을 찾는 일이 지자체 공무원들의 몫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