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하반기 기업공개(IPO) 최대어로 뜨거운 관심을 받은 ‘카카오뱅크’가 6일 코스피에 상장했다.
카카오뱅크는 5만 3,700원에 시초가 형성 후 급등세를 보이다가 단숨에 최고가 6만 8,000원까지 도달했다.
오전 9시 46분 기준 6만 4,200원에 거래되며 '따상'(시초가가 공모가에 2배 형성되고 상한가 달성)에는 실패했지만, 시초가 보다 19.3% 상승하며 상장 첫날부터 크게 화제를 모았다.
이날 카카오뱅크 시가총액이 30조 원을 넘으며 시가총액 21조 7,000억 원 가량으로 1위를 차지하던 KB금융지주를 제치고 '금융 대장주'에 등극했다.
굳이 금융주와 비교하지 않아도 시가총액 12위를 달성하며 포스코(29조 7,307억)와 LG전자(25조 6,927억), SK이노베이션(22조 2,380억)보다 몸값이 높아졌다.
이로써 카카오 그룹은 카카오뱅크의 상장으로 카카오게임즈와 넵튠 등을 포함해 전체 시가총액 100조원을 넘었다.
증권가는 카카오뱅크의 공모가에 대해 ‘고평가’, ‘거품’이라며 우려를 표했지만 카카오뱅크는 이를 불식시키고 오후 1시 21분 기준 6만 9,400원(상한가)을 기록했다.
투자자들은 왜 이렇게 공모주에 열광하는 것일까.
공모주가 큰 이슈를 몰고 상장하면 그만큼 투자자들의 관심이 쏠리고 상장하는 날 이른바 ‘따상’ 하게 된다.
증권가에 따르면 "공모주를 소유한 투자자는 공모가의 160%의 수익을 낼 수 있기 때문에 빚을 내서라도 투자하게 된다"고 분석한다.
주식 관련 인터넷 카페 한 회원은 공모주 청약에 대해 "물가상승률에 비해 월급은 안오르고, 은행 금리는 낮고 부동산은 값이 너무 올라 투자가 불가능한 때에 따상 한번이면 160%의 수익을 얻을 수 있는데, 당연히 빚내서 투자한다." 고 말했다.
또 다른 주식 카페에선 "마이너스 통장, 은행 대출로 '영끌(영혼까지 끌어 모은다)'해서 청약만 받으면 은행이자나 수수료 쯤이야 얼마든지 지불하고 투자하겠다." 라며 공모주를 찬양하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지난해 SK바이오팜과 카카오게임즈의 따상으로 개인투자자들은 대형 IPO 종목은 따상을 기록한다는 믿음이 생겼다. 실제로 SK바이오팜과 카카오게임즈는 따상 이후에도 상승세를 탔다.
올해는 SK아이테크놀로지, SK바이오사이언스, 하이브 등 대형 IPO 종목들 중 SK바이오사이언스만 따상을 기록했지만 따상에 대한 기대 열기는 식지 않고 있다. 하반기 상장 예정인 크래프톤, 카카오페이 등 대형 IPO 종목들도 많은 관심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IPO 기업에 대한 증권신고서 정정 요청이 늘었다.
이를 통해 과열된 IPO 투자 열기 속 ‘투자자 보호’ 차원에서 지나치게 높게 측정된 공모가가 조정되는 등 효과를 보이기도 했다.
이어 “증권신고서 중 중요 사항이 포함되지 않았거나 불분명하게 기재되면 투자자의 합리적인 투자 판단을 저해하거나 중대한 오해를 일으킬 수 있어 정정신고서 제출을 요구했다"고 말하며 금감원이 공모가를 낮추라고 직접적인 요청을 한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카카오뱅크 상장에 투자자들이 뜨겁게 몰리는 광경은 사실 놀랍지 않다.
저금리 시대에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하는 투자자부터 푼돈 모아봤자 내 집 한칸 마련하기 어려운 청년 세대까지 공모주에 열 올리는 건 인지상정이다.
다만 장기적인 저금리 시대에 갈 곳 잃은 자본들이 이슈에 이끌려 다니는 것 같아 우려스럽다. 특히 160%라는 수익에 목 메고 '영끌', '빛투'까지 해서 투자에 나선 청년 세대들의 현 상황에 공감하면서도 '투자'가 아닌 '투기' 바람에 휘둘리는 것은 아닌지 염려된다.
대형 공모주가 무조건 따상을 가기에 투자를 한다는 생각보단 기업의 가치와 방향성, 비전 등 에 대해 생각하고 행동하는 똑똑한 투자자가 될 필요가 있다.
투자의 책임은 어디까지나 본인에게 있다지만, 많은 사람들이 같은 문제를 겪는다면 이는 사회적인 문제로 번질 수 있기에 건전한 투자 문화 형성을 위한 우리 모두의 노력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