훌륭한 강연자가 훌륭한 리더는 아닐 수 있지만 훌륭한 리더는 모두 예외 없이 훌륭한 강연자였다는 말이 있다.
1984년, 미국의 건축가이자 그래픽 디자이너인 리처드 솔 워먼, 방송 디자이너인 해리 마르크스에 의해 훗날 전설이 될 TED가 창립된다. 당시에는 소수 엘리트들의 지적 사교모임이었지만, 2001년 크리스 앤더슨에 의해 인수되면서, ‘세상을 바꿀 아이디어와 그 아이디어를 공유하자’는 취지하에 정보기술, 첨단 기술 분야 등 세계 최고의 명사들이 참여하는 강연회를 개최했다. 인터넷의 발달로 2006년부터 홈페이지에서 강연 동영상을 무료로 공개하면서 전 세계로 확산되었다.
TED 컨퍼런스에는 정기적으로 기술, 엔터테인먼트, 디자인 관련 강연회가 개최되고 있으며 TEDx라는 형식으로도 각 지역에서 독자적으로 진행할 수 있다. 매년 TED의 세 가지 주제에 대해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는 50여 명의 저명인사가 참여해 강연을 펼치는데, 아무리 유명한 강연자라도 18분 안에 강연을 마치도록 제한함으로써 일명 ‘18분의 마법’이라고도 불린다. 그렇다면 TED의 강연자들은 도대체 어떻게 발표를 하기에 세계가 열광을 하는 것일까?
프롤로그
어슴푸레한 무대 위로 한 여자가 올라온다. 여자의 손은 땀으로 흥건하고 다리는 후들거린다. 하이라이트 조명이 쏟아지자 1200쌍의 눈이 일제히 여자를 향한다. 객석에서도 여자의 긴장을 느낀다. 일순간 무거운 긴장감이 감돈다.
여자는 목소리를 가다듬고 이야기를 시작한다. 그 순간 마법과 같은 일이 벌어진다. 독립된 1200명의 뇌가 일제히 여자의 말에 반응을 보인다. 여자가 읊조리는 주술은 객석의 청중 한 명 한 명을 사로잡는다. 마침내 1200명의 청중이 집중해 듣고 일제히 웃고 눈물 지으며 하나가 된다.
강연은 누구에게나 힘든 일이다. 특히 한국 사람에게는 더욱 그렇다. 쑥스러움이 많은 우리 한국인들에게 남들 앞에 서서 강연한다는 것은 몇몇 사람에게는 마치 벌거벗고 단상에 올라가는 만큼 긴장되고 땀이 나는 일일 것이다.
하지만 위에 나와 있듯이 청중과 호흡하며 하나가 되는 경험을 해본 강연자에게는 강연만큼 흥분되는 일은 없을 것이다. 이 책의 저자 크리스 앤더슨은 이 책의 독자들이 모두 그런 경험을 해보길 바라는 마음으로 이 책을 집필하였다. 우리도 즐거운 강연의 세계로 입문해보자!
PART 1 연설의 기초
나만의 기술을 가져라
사람들 앞에 서는 것은 누구에게나 두려운 일이다. 실제로 한 여론조사에서 사람들에게 언제 가장 큰 공포를 느끼느냐고 물었더니 많은 사람들이 “대중연설을 앞두고”라고 답했다. 모니카 르윈스키가 TED에 출연했을 때다. 르윈스키는 그때 심정을 이렇게 털어놓았다. “감전이라도 된 것처럼 몸이 갈기갈기 찢기는 듯 고통스러웠어요. 마음속에서 한바탕 전투를 치렀죠.”
자신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면 된다. 과학자는 과학자로, 예술가는 예술가로 충분하다. 학자처럼 보일 필요 없다. 우레 같은 연설로 청중이 벌떡 일어나게 만들 이유가 없다. 대화하는 것으로 충분하다. 대부분의 청중은 후자를 더 원한다.
프레젠테이션 기술은 특정인을 위한 비법이 아니다. 당신이 누구이고 무엇을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알릴 수 있는 강력한 방법이다. 진정한 당신을 보여줄 준비가 됐다면, 필요한 것은 첫발을 떼기 위한 용기뿐이다.
무대공포증, 소위 울렁증이라는 것이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 울렁증을 가지고 있다. 대표적으로 국민 MC로 알려진 유재석도 이 울렁증으로 인해 신인시절 매우 고생했다고 말했다. 이 책에서도 처음 다루는 부분이 울렁증에 관한 부분이다. 정말 극소수의 타고난 사람들을 제외하고 거의 모든 사람이 처음 프레젠테이션을 하게 되면 이 울렁증으로 인해 본인의 역량을 발휘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주입식 교육을 열렬히 신봉하는 우리나라는 아직까지도 발표나 토론 수업이 제대로 되고 있지 않다. 결국 중요한 것은 강연은 어려운 것이라는 고정관념을 깨야 하고 여기에 자기만의 기술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긴장감을 해소하는 방법은 사람마다 다를 것이다. 하지만 이 책에서 소개한 대로 자신의 있는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면서 저녁식사자리에서 친구들과 대화하듯 강연을 진행해 나간다면 점차 발전할 수 있을 것이다.
PART 2 연설의 도구
청중을 웃기자! 단, 당황하게는 하지 말자
유머는 청중의 집중력을 높이는 놀라운 도구다. 소피 스콧의 말대로라면, 인간은 사회적 유대 형성을 위해 웃음을 진화시켰다. 누군가와 함께 웃을 때는 같은 편이라는 생각이 든다. 실제로 많은 연설자들에게 유머는 강력한 무기다. 켄 로빈슨 경은 “이번 강연 정말 훌륭했죠. 그렇죠? 어쨌거나 나는 이제 집에 가려고요.”라고 말하는 것으로 강연을 시작했고 청중은 낄낄거렸다. 정확히 말하면 강연이 끝날 때까지 웃음이 끊이질 않았다. 유머는 연설에 몰입을 방해하는 장애물들을 없애준다.
단 여기에도 주의가 필요하다. 어떤 강연자는 이혼한 전 부인에 대한 불만을 토로했다. 재미로 한 농담이었지만, 웃는 사람은 몇 명 없고 대부분은 당황했다. 또 다른 강연자는 유명인의 말을 인용하면서, 그의 성대모사를 했다. 이 모습은 무대에서 보기엔 민망했다. 대단히 뛰어나지 않다면 함부로 성대모사를 하지 않기를 바란다.
요즘 유행하는 말 중에 ‘아재개그’라는 말이 있다. 문자 그대로 아저씨 개그라는 말인데 네이버 오픈국어사전에 따르면 “아저씨를 의미하는 ‘아재’와 ‘개그’가 합쳐진 말. 재미없는 말장난, 언어유희, 유행에 뒤처진 개그를 의미하는 데에서 생겨난 말.”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한마디로 재미없거나 썰렁한 개그를 의미한다.
예를 들어 “인천 앞바다의 반대말은? 인천 엄마다.” 이런 식의 개그인데 강연에서는 절대 금물이다. 편안하게 시작하려 했던 강연 분위기가 축 처지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결국 잔인한 이야기지만 유머감각이 없다면 억지로 유머를 하지 않는게 낫다. 그 대신에 마술이나, 눈을 맞춘다거나 하는 방법으로 청중과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을 것이다.
PART 3 준비 단계
강력한 시작을 위한 4가지
1. 약간의 드라마를 섞는다.
2. 호기심을 유발한다.
3. 설득력 있는 슬라이드, 영상, 물건을 사용한다.
4. 애를 태우자, 그리고 처음부터 다 보여주지는 말자.
청중의 주목은 매우 중요한 재료다. 일단 무대에 오르면 엉뚱한 말로 청중의 주의를 흐트러뜨려서는 안 된다. 놀라운 발언이나 흥미로운 질문 등 무엇을 사용하건 당장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아야 한다.
심리학에서 초두 효과(Primacy Effect)라는 용어가 있다. 네이버 지식백과에 따르면 처음 입력된 정보가 나중에 습득하는 정보보다 더 강한 영향력을 발휘하는 것을 말한다. 만남에서 첫인상이 중요한 것과 마찬가지다. 그렇다. 속담에도 ‘시작이 반이다’라는 말이 있듯이 강연에서는 첫 이미지가 굉장히 중요하다.
처음부터 청중의 관심을 잃어버리면 끝날 때까지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 강연을 이어가야 한다는 사실은 불 보듯 뻔한 일이다. 따라서 강연을 준비함에 있어서 처음에 어떻게 강력하게 시작할지 미리 준비해야 한다.
처음에는 아무래도 긴장돼 있기 때문에 애드리브가 해결해 주리라는 생각은 옳지 못하다. 운동을 할 때도 준비운동이 아주 중요하듯이 이 책에서 소개한 위의 4가지 방법을 활용한다면 강력하고 관심을 끄는 강연을 시작할 수 있을 것이다.
PART 4 무대에서
떨리는 마음을 어떡해
공포를 느끼면 사람들은 싸워야 할지 도망가야 할지 사이에서 갈등한다. 오래전부터 익힌 자연스러운 반응이다. 공포는 혈관 속에 흐르는 아드레날린의 수치를 급격히 높인다. 아드레날린은 무대에 에너지와 흥분을 전달하는 데는 도움이 되지만 지나치면 좋지 않다. 입이 바짝바짝 마르고 목은 타들어 간다. 무대에 오르기 전에 솟구치는 아드레날린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되는 방법들이 있다.
물을 마신다. 뭐라도 먹자. 취약함이 가진 힘을 기억하자. 청중 사이에서 ‘친구’를 찾는다. 대안을 세운다. 연설 내용에 집중한다.
강연을 함에 있어서 가장 문제시되는 것이 바로 이 무대공포증으로 인한 긴장이다. 인체에 있어서 아드레날린이 정말 중요한 호르몬이 맞지만 연설을 함에 있어서는 크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 숙련된 강연자의 경우에는 오히려 이 긴장감을 즐기기도 하지만 그렇게 되기까지는 길고 긴 여정이 있을 것이다.
그런 긴장감을 줄이는 저자 나름의 방법을 많이 소개해 주었는데 그중에서 가장 추천할 만한 것은 물을 마시는 것과 ‘친구’를 찾는 것이다. 물은 단순히 몸을 구성하는 데 그치지 않고 정말 많은 도움을 준다. 긴장을 하면 갈증이 느껴져서 물을 찾게도 되지만 물을 마시면 물속에 들어있는 산소가 뇌를 활성화시켜 긴장을 완화시켜 준다.
한편 ‘친구’를 찾게 되면 마음이 안정된다. 여기서 ‘친구’란 공감 어린 시선을 보내는 청중을 말하지만 정말 긴장이 많이 된다면 실제 친구를 앉혀놓는 것도 긴장을 완화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PART 5 생각하기
지식의 교류
연설은 지금도 중요하지만 앞으로 그 중요성이 더욱 커질 것이다. 인터넷을 통해 하루가 다르게 가까워지면서, 인류는 오래전부터 가지고 있었던 능력을 현대에 맞게 재창조하고 있다. 다른 사람에게 실시간으로 자신의 아이디어를 전달하는 것이 기본적인 기술이 될 것이다.
지식의 시대
산업화 시대에는 성공의 열쇠가 기업이나 학교에서 익힌 거대한 전문 지식이었다. 그러다 보니 매우 전문적인 지식이 요구되었다. 지질학으로 석탄과 석유가 매장된 위치를 확인하고 추출할 수 있어야 했다. 지식 경제는 그와 다른 것을 요구했다. 전문화된 지식은 컴퓨터에 의해 잠식당하는 일이 늘었다. 여기에 영향받지 않는 직업은 거의 없다. 이쯤 되자 사람들은 우울했다. 심각한 문제지만 그 해답이 꽤 솔깃하다. 사람은 그 어느 때보다 더 사람다워야 한다. 전략적이야 한다. 더 창의적이어야 한다. 인간 고유의 가치를 더 많이 활용해야 한다.
미래를 위한 지식
맥락에서의 지식: 더 큰 그림에서 모든 조각이 어떻게 맞추어지는지를 아는 것이다.
창의적인 지식: 다른 창의적인 인간의 다양성을 접하면서 얻는 기술이다.
인간성에 대한 더 깊은 이해: 모든 사람의 말을 통합적으로 듣기 위해 귀를 기울여야 한다.
지식의 분야는 다르지만 이들은 모두 연관되어 있다. 이들은 종종 조화로운 화음을 낸다. 서로에게 영감을 얻어서 아이디어를 형성하는 것이다.
더 이상 이 시대는 전문지식과 스페셜리스트(Specialist)를 원하지 않는다. 시대가 원하는 제너럴리스트(Generalist)가 되기 위해서는 소통이 중요한데, 이 소통의 방법이 강연이라고 볼 수 있다. 강연을 주고받으며 서로 얻게 되는 지식의 가치는 이루 말할 수 없이 중요하다.
이런 상황에서 연설을 잘하지는 못하더라도 어느 정도는 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테드 토크》가 제시하는 다양한 지식을 통해 연설하는 법을 깨우치고 신시대의 지식인이 된다면 가치 있는 사람이 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