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방면에서 슈퍼스타와 천재가 난무하는 자기과시와 명성의 시대에, ‘인비저블’은 무명으로 남으면서도 일과 삶을 즐긴다. 외부적 찬사나 보상에 별 관심이 없으나 자신의 직업 영역에서 고도의 전문성으로 막중한 책임을 지며 일을 통해 깊은 성취감을 느끼는 조용한 영웅들을 만나보자.
완벽함은 보이지 않는다
언론인이자 작가인 저자 데이비드 즈와이그(David Zweig)는 〈뉴요커〉를 비롯한 유명잡지의 ‘사실 검증 전문가(Fact Checker)’로 일한 경험이 있다. 기자들이 작성한 기사가 사실에 부합하는지 면밀히 검토하는 일을 하지만 독자들은 사실 검증 전문가가 있다는 사실조차 알지 못한다. 이렇듯 사실 전문가들은 눈에 보이지 않는 존재, ‘인비저블’이다. 하지만 타인의 인정이나 명성을 제1가치로 두지 않기에 불만은커녕 일 자체에 만족감과 사명감을 느낀다.
사실검증 전문가, 마취전문의, UN 동시통역사, 초고층 빌딩의 구조공학자, 이들의 공통점은 무엇일 까? 그들이 실수를 저지를 때 조직은 대참사를 맞게 된다. 그러나 일을 완벽하게 해낼 때 그들은 보이지 않는 존재로 남는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일을 잘할 수록 더 많은 관심을 받지만 인비저블이 수면 위로 모습을 드러내는 경우는 오로지 뭔가 잘못됐을 때뿐이다.
저자는 수많은 인비저블을 만나 대화를 하며 이들에게서 몇 가지 공통점을 발견했다. 그들은 ① 조직 안에서 조용한 영웅의 역할을 수행하는 데 자부심을 갖는다.
② 업무를 잘하는 정도를 넘어 대가, 장인 수준의 탁월함을 지향한다.
③ 타인의 인정이나 보상과 같은 외적인 요인에 의해 서가 아니라 일 자체의 가치와 수행과정에서 동기부여를 받는다.
④ 지극히 꼼꼼하고 정교하게 일하며, 디테일까지 집중한다.
⑤ 기꺼이 막중한 책임을 지며, 책임지기를 즐긴다.
⑥ 자신의 기량을 발전시키기 위해 지대한 노력을 기울인다. 긴 시간을 들여 학습하고 자격을 취득하며 전문성과 탁월성을 얻기 위해 매진한다.
⑦ 고난도의 일적 도전을 즐기며 책임을 완수함으로써 성취감과 기쁨을 느낀다.
⑧ 일에 몰입함으로써 내적 만족을 얻는다.
이 중에서도 다음의 3가지는 인비저블의 대표적인 공통점이다.
●타인의 인정에 연연하지 않는 태도
외부적 보상이나 명성에 큰 관심이 없으며, 맡은 일을 완벽하게 해내는 데 기쁨을 느낀다. 필요에 따라서 주역 옆에 숨겨진 조연으로 남는 것을 즐길 만큼 일 자체에서 얻는 만족감을 중요하게 여긴다. 내부적으로는 막중한 역할과 책임을 기꺼이 지며, 대단히 인정을 받는 양면성을 지닌다.
●치밀성
지극히 꼼꼼하고 정교한 성격. 대체로 지독할 정도로 꼼꼼하고 치밀하며 ‘탁월성’을 지향하고 아주 사소한 디테일까지 집중해 완벽하게 해낸다.
●막중한 책임감
대부분의 사람들이 성공의 결과만을 누리려고 하고 거기까지 가는 데 필요한 책임을 떠맡는 것을 기피하는 반면, 인비저블은 막중한 책임을 지며 그것을 즐기는 성향을 지닌다.
사회에 팽배한 과시적 성공문화에 반기를 들고, 외부적 찬사나 보상에 별 관심이 없으나 자기영역에서 전문성을 발휘하며 만족스러운 경제적 보상을 받는 조용한 엘리트들.
저자는 모든 조직에서 없어서는 안될 핵심인력임에도 익명의 삶을 선택한 인비저블의 특성을 통해 이 시대의 성공에 대해 재정의한다. 자기홍보의 시끄러운 소음 속에서 모든 사람이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래야 할 필요도 없으며, 어떤 이들은 그것을 원치도 않는다. 책 속의 인비저블들은 타인의 인정을 받는다는 것은 그 실제가치보다 훨씬 과장되어 있으며, 오히려 자기 일에 집중하고 해야 할 일을 탁월 하게 해내며 깊은 성취감을 느끼는 것이 풍요로운 삶의 근원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레드 제플린. 다들 알다시피 전형적인 이 4인조 록밴드는 전면에 기타 겸 리드 싱어를, 그리고 뒤쪽에는 베이시스트와 드러머를 배치한다.
하지만 요즘에는 다들 로버트 플랜트(Robert Plant) 와 지미 페이지가 되기를 바랄 뿐, 존 폴 존스(John Paul Jones)가 되기를 바라는 사람은 거의 없다.(클 래식 록을 잘 모르는 사람들을 위해 한마디 덧붙이자면 존스는 레드 제플린의 베이시스트다.) 하지만 베이 스와 드럼이 없다면 밴드는 만들어질 수 없고, 성공적인 사회 역시-문화적으로나 경제적으로나-그러한 토대는 반드시 필요하다. 프런트맨으로만 구성된 사회는 시끄러운 소음만이 가득할 것이다.
책에 소개된 이들은 인비저블의 정점에 오른 인물들이지만 세상 곳곳 모든 조직에서 수많은 이들이 보이지 않는 곳에서 조용히 맡은 일을 하고 있다. 화려하거나 드러나지는 않아도 매우 중요한 일들을 말이다.
타인의 인정이나 명성에 연연하지 않는 이들의 태도는 곧 직업적인 성공과 내적 성취감으로 이어지고 있으며 이러한 태도는 건실하고 번영하는 삶으로 연결된다.
내면적 만족과 외면적 풍요를 조화시키는 삶, 일을 통해 지속적인 행복과 성취를 얻는 삶은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