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신박한 토론·숙의의 장 <하우스 어셈블리>에서 연금 전문가와 시민들이 모여 연금개혁 공회전을 거듭하고 있는 정치권에 ‘레드카드’를 날렸다. 현재 국민연금은 국민들에게 신뢰를 주지 못하고 있고, 국회와 정치권에 연금개혁을 향한 ‘책임정치’가 필요한 때라고 입 모아 말했다.
윤석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4월 6일 유의동 국회의원실과 협동조합하우스 주최로 열린 <하우스 어셈블리> 토론회에서 “2022년 출생률 0.78의 의미는 70만~100만명 세대를 24만명 세대가 부양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그 어느나라보다도 몇 배 더 강력한 연금제도 개혁이 필요한 첫 번째 이유”고 말했다.
윤 연구위원은 “공적연금 강화란 명목으로 현행 국민연금의 틀을 유지한 채로 보험료를 조금 인상하면서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을 올린다면, 현재도 심각한 국민연금을 통한 역진적인 소득재분배를 심화시키게 된다”며, “즉, 안정적인 직장에 다니는 고소득 직장인에게 더 많은 혜택을 주면서, 정작 그 부담은 젊은세대와 미래세대에게 전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런 식의 개혁은 개악이며, 국민을 대상으로 사기 치는 것”이라며, “이런 나라가 어디있냐”고 지적했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OECD 회원국의 약 70%가 도입한 ‘연금재정의 자동안정장치’와 2022년 OECD가 권고한 ‘공적연금 통합 운영’ 등을 서둘러야 한다”며, “후 세대에게 무책임하게 부담 전가 방식이 아닌 진정한 의미의 공적연금을 강화해야 한다. 연금개혁을 계속 미루면, 공멸의 길로 갈 수 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이날 토론자로 참석한 이동학 더불어민주당 전 최고위원은 “개혁의 시점은 이미 한참 지났다”며 “국민의 심판이 두려워 책임을 져야 할 자리에서 계속 미루는 무책임 정치에 신물난다”고 했다.
이어 “대안이 없는 것이 아니라, 정치가 결정을 못하고 있는 상황, 상대방 감옥 보내는 정치에만 몰두하고 있는 상황이다”며, “미니 대한민국을 만든다 생각하고, 각 세대, 지역, 성별, 분야 등 대표자들로 ‘공론화 위원회’를 구성해 만든 합의안으로 결정권자들을 압박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했다.
이창곤 한겨레 선임기자는 “연금개혁의 성패는 실은 구체적인 방안보다, 얼마나 관련 당사자들과 합의나 정치적 타협을 끌어내는가에 더 달려 있다”며, “연금개혁은 그래서 정치, 정치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MZ패널로 참석한 김동민(대학생)씨는 국민연금에 대한 MZ세대의 솔직한 민심을 전했다. 그는 "이럴거면 국민연금 폐지하는게 낫다"며, “직장인 커뮤니티 블라인드의 한 설문조사에서 '국민연금 폐지하고, 원금 돌려받자'는 의견에 60% 이상이 동의하기도 했는데, 이는 실제 MZ세대의 바닥 여론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기획재정부 시사경제용어사전에 ‘폰지사기란 신규 투자자의 돈으로 기존 투자자에게 이자나 배당금을 지급하는 다단계 금융사기’라 나와 있는데, 이것이 현재 국민연금과 다른 점이 무엇인가”라고 지적했다.
이에 윤석명 연구위원은 “젊은세대가 폰지사기라 해도 할 말이 없는 상황”이라며 연금개혁의 시급성과 심각성을 함께 강조하였다.
본 행사를 주최한 유의동 국민의힘 국회의원(경기도 평택시을)은 “폐지를 이야기 할 만큼, 국민들은 현 국민연금의 기능과 지속가능성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갖고 있다”며, “그만큼 연금개혁에 대한 건설적 논의를 만들어가야 할 때”라고 하였다. 이어 "앞으로도 ‘시민과 함께하는 공론의 장’에서 개혁의 실마리를 찾아나갈 것”이라고 하였다.
한편, <하우스 어셈블리>는 여의도에 신박한 토론·숙의의 장을 열어보자는 취지로 만들어졌으며, 시즌별로 저출산 대책, 에너지 전환, AI시대 등 당면한 아젠다를 다룰 예정이다.
본 행사를 공동 주최하고 공간을 제공한 허숭 협동조합하우스 이사장은 “하우스는 공간을 기반으로 한 새로운 정치문화 운동을 전개해나가고 있다”며, “싸움판 여의도에서 상식과 토론을 꽃피우기 위해 앞으로도 다양한 활동을 전개해 나갈 것”이라고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