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의 전자화, 앞으로 가야 할 길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는 아주 빠른 속도로 바뀌어가고 있다. 휴대폰이 없는 사람은 찾아보기 어렵고, 영원히 존재할 것 같던 공인인증서는 최근 민간에 열려 경쟁시장이 됐다. 이런 변화에 비하면, 공공 분야는 그 속도를 수용하는 속도가 상대적으로 더딘 편으로 보인다. 섣불리 나서지 않는 조직의 경직성, 사회적 비용에 대한 인식의 차이 등으로 말미암아 모두가 바뀔 즈음이 돼서야 바뀌는 것 같다.

 

공공 분야가 변화하는 사회환경에 도태되지 않고 적응하려면 관련된 제도를 개선하고 일하는 방식을 혁신해야 할 것이다. 이와 관련해 계약담당자들이 꼭 알아두어야 하는 것이 있는데, ‘계약의 전자화’라고 생각한다. 여기서 언급하는 전자화는 계약 과정에서의 모든 서류를 전자적 방식으로 생성, 보관하는 업무 수준을 뜻한다.

 

계약업무를 처리해오면서 우리는 당연하게도 지금까지 해왔던 방식에 익숙해진다. 업체가 방문해 계약서에 도장을 찍는 행위를 예를 들어보겠다. 처음 계약업무를 맡았을 때, 서면계약서를 작성하면 업체가 방문해 양자 간 합의하에 계약서를 작성하고 쌍방 날인을 한 후 상호 보관을 했었다. 당시 법령에는 지방자치단체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을 체결하는 경우 전자계약서 작성이 원칙으로 전환된 지 얼마 되지 않은 때였다. 하지만 전임자에게 인수인계받은 내용이 서면계약 방식이었으니 처음 배울 때부터 계약서를 작성해 하나하나 날인해가며 업무를 처리하는 게 내게는 당연한 처리 방식이 될 수밖에 없었다.

 

 

개정 전

지방계약법
제14조(계약서의 작성 및 계약의 성립) ① 지방자치단체의 장 
또는 계약담당자는 계약을 체결하려는 경우에는 계약의 목적, 
계약금액, 이행기간, 계약보증금, 위험부담, 지연배상금(遲延賠償 
金), 그 밖에 필요한 사항을 명백히 적은 계약서(「전자서명법」 제2 
조제1호에 따른 전자문서에 의한 계약서를 포함한다. 이하 같다) 
를 작성하여야 한다.

개정 후
지방계약법(법률 제12000호, 2014. 2. 7. 시행)
제14조(계약서의 작성 및 계약의 성립) ② 지방자치단체의 장 
또는 계약담당자는 계약을 체결하려는 경우에는 천재지변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안전행정부장관이 
지정하는 정보처리장치를 이용하여 「전자서명법」 제2조제1호에 
따른 전자문서에 의한 계약서를 작성하여야 한다.

그로부터 몇 년이 지난 2020년 6월 전자문서 및 전자거래 기본법이 개정됐다. 주요 골자는 전자문서의 효력을 명확히 하고, 종이문서를 전자로 보관하고 원본을 폐기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한 것이다. 이번 개정은 제4차 산업혁명에 필요한 전자문서의 활용을 확대하려는 취지에서 이루어졌으며, 전자문서의 법적 효력에 대한 혼란 발생을 최소화하기 위해 기존의 포지티브 방식(각 법령 내에 별표로 열거된 사항만 전자문서의 서면문서로서의 효력을 인정하며 별도의 규정이 없다면 전자문서를 서면문서로 인정하지 않음)에서 네거티브 방식(일반적으로 전자문서는 서면으로서의 효력이 있음)을 채택하는 큰 정책적 전환점이 됐다.

 

행정안전부도 지금까지의 지방자치단체 회계업무에 일대 혁신적 변화를 기하게 된다. 지금까지 서면으로 지출증빙서를 보관, 관리해오던 방식에서 전자보관·전자결재를 기본 처리방식으로 개선하게 된 것이다. 앞서 언급한 전자문서법 개정으로 전자문서가 서면문서의 효력을 갖게 되면서 가능해진 변화였다. 개선 당시에는 실무처리방식에 대해 각자의 의견이 분분했지만, 점차 정착됐고 3년 정도 지난 지금 모든 지방자치단체에서 회계업무 전산화가 정착돼가는 추세이다.

 

그럼 계약 분야는 충분히 제도가 정착됐을까? 아직 많이 미흡한 것이 현실이다. 지방자치단체의 회계는 크게 일반지출과 계약지출로 구분된다. 여기서 일반지출은 법정경비, 공공요금, 인건비 등 지출 사유가 지방자치단체 외에 있는 경우가 주로 해당된다. 그에 반해 계약지출은 지방자치단체가 당사자로서 공사, 용역, 물품구매 등 예산집행을 통해 행정목적을 달성하는 과정이며 지출을 해야 하는 사유가 지방자치단체와 계약상대자 상호의 책임과 권리를 규정한 계약서를 따르게 됨에 따라 집행 건마다 각각의 법령과 규정에 따라 검토를 해야 한다. 그리고 계약서류는 집행단계별로 작성된 다양한 문서로 이루어지며 일반지출에 비해 모든 처리단계 전반을 전자화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렵다. 당장 설계서와 도면만 해도 용량 문제가 발생하게 되며, 계약 당사자 간 합의가 원만하게 이루어지지 못하는 쟁점인 공사비용에 대한 검토, 계약 진행 중 문제점에 대한 대응책 등 한 건의 검토 사항에 수십 건의 공문과 증빙자료가 포함되는 것이 다반사여서 일률적으로 관리하는 것이 어려운 상황이다. 그래서 현재는 대부분의 지방자치단체에서 낮은 수준의 전자계약 업무처리(계약서만 전자문서로 작성하고 기타 서류 일체는 원본으로 제출받는 형태)로 운영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20년 전자계약으로 처리할 수 있는 회계 시스템 환경이 마련됐고, 2023년 차세대 이호조 시스템의 도입으로 인해 처리 속도, 서버 증설 및 정보 일원화로 인한 계약 관련 데이터 관리 효율성이 증대되며 조금씩 계약업무 전체를 전자화할 수 있는 상황이 만들어져왔다.

 

2023년 의정부, 인천시 등 일부 선도적인 지방자치단체에서는 차세대 이호조 시스템을 기반으로 모든 서류를 전자로 처리할 수 있는 계약업무 처리 프로세스를 정착시켰다. 공공기관은 현재 모든 문서를 전자적으로 생성하고 있고, 차세대 이호조 시스템에서 회계 관련된 자료를 보관할 수 있어 대부분 처리 여건은 갖춰진 상태였으나 전자계약으로 모든 서류를 처리하려면 가장 큰 문제점을 해결해야 했다. 그것은 바로 계약상대자(민간 분야)에서 서류를 없애는 것이다. 이를 가능하게 한 것은 다름 아닌 ‘문서24’ 서비스였다. 문서24 서비스는 민간에서 공문서를 전자적으로 제출할 수 있게 해주는 ‘인터넷 공문제출 사이트’로, 2016년 7월 시범운영한 이래 현재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되고 있다. 문서24를 활용해 계약제출에 필요한 서류인 착공, 준공, 검사요청 등 다양한 서류를 방문 없이 전자적으로 제출할 수 있어 민원편의를 증진하고 업무 처리 속도 및 효율이 큰 폭으로 개선됐다. 나는 각 지방자치단체 담당자들이 적극적으로 문제 해결에 임해 만들어낸 성과에 찬사를 보내고 싶다. 장기적으로는 모든 지방자치단체에서 이를 본받아 계약업무를 전면 전자화로 처리하게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다만 전자계약 등 전자문서를 통한 업무처리과정에서 하나의 걸림돌이 있다. ‘전자문서의 원본성 요건’이다. 2020년 큰 변화를 가져온 전자문서의 서면효력 허용규정도 전자문서가 그 자체로 원본임을 인정하는 수준까지 오지는 못했다. 개별법에서 전자문서를 원본으로 인정하지 않는 지금 시점에서는 전자문서 그 자체로 원본으로 보기에는 다소 부족한 상황이다. 전자문서의 도입 과정에서의 문제점인 용이한 복제, 진본 확인의 불투명성 등의 장애물은 제도와 각종 시스템을 개선해오면서 차차 나아졌지만, 정작 현 시점에서 바라볼 때는 제도가 원본 요건을 폭넓게 인정해주지 못하는 상황이 되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2023년 11월 이를 개선하기 위해 법무부 등과 협의를 통해 원본요구 개별법령 332개 중 199개를 추려 각 법령을 개정해나갈 것이라고 한다. 결국 모두가 휴대폰을 쓰고 있듯이, 언젠가는 모든 업무는 전자로 처리가 될 것이다.

 

장기적으로 제도 개선과 함께 국민의 인식과 문화도 바뀌어 계약업무를 비롯해 전자문서를 통한 다양한 사회활동이 정착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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