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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돈을 주는 것보다 머물 이유를 만든다 [월간 지방정부 9월호 기획]

 

스페인 서부의 에스트레마두라 자치주는 포르투갈과 국경을 맞댄 지역이다. 면적은 약 4만 1,634㎢이고, 2024년 인구는 약 105만 4,681명으로 집계됐다. 인구밀도는 약 25.3명/㎢다. 넓은 면적에 비해 인구가 희박한 지역이라는 점에서, 대도시 집중과 내륙 농촌의 인구감소를 뜻하는 ‘빈 스페인(España vacía)’ 논의와 연결된다.


낮은 주거비와 자연환경만으로는 인구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 원격근무자가 실제로 머물기 위해서는 빠른 인터넷, 일할 공간, 의료, 교육, 교통, 지역사회 접점이 함께 필요하다. 에스트레마두라의 사례는 금전지원과 이러한 정착 조건을 결합하려는 시도로 볼 수 있다.


Decreto 119/2024의 구조
에스트레마두라 주정부는 Decreto 119/2024에 따라 외부 지역에 거주하던 디지털 노마드, 원격근무자, 프리랜서의 정착을 지원하는 보조금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일반 대상자의 기본 지원액은 8,000유로다. 여성, 30세 미만, 또는 인구 5,000명 미만 지방자치단체에 등 하는 대상자는 1만 유로를 받을 수 있다. 일정 요건을 유지하는 경우 이후 4,000유로 또는 5,000유로를 추가로 지원받을 수 있어 총액은 최대 1만 5,000유로가 된다.


제도에는 단순 전입신고 외에도 기존 거주지, 원격근무 또는 자영업 활동의 증명, 유지기간과 관련된 요건이 포함된다. 즉 ‘돈을 받고 잠깐 이사하는’ 정책이 아니라, 일정 기간의 거주와 경제활동을 조건으로 하는 정착지원 성격을 가진다.


2025년 7월 보도 기준으로 이 프로그램은 470건의 신청을 받아 195건을 승인했다. 이 숫자는 관심과 행정처리 실적을 보여주지만, 정책의 최종 성과를 의미하지 않는다. 신청자, 수혜자의 실제 체류기간, 2년, 3년 후 거주 유지, 지역 일자리, 소비, 세수 효과, 지역 주택시장과 기존 주민에 대한 영향을 추적해야 한다.

 

‘디지털 노마드 세계 1위’식 표현은 피해야 한다
스페인이나 에스트레마두라를 특정 민간지수의 ‘디지털 노마드 세계 1위’로 단정하는 문장은 피하는 편이 좋다. 민간 순위는 조사기관마다 표본, 평가항목, 비자, 세금, 생활비, 인터넷, 안전의 가중치가 다르다. 국가 비자제도 평가와 특정 지역의 정착정책 성과도 같은 것이 아니다. 기사에서는 검증 가능한 제도 내용과 집행 실적을 제시하고, 순위는 필요할 때 기관명, 발표연도, 평가대상, 방법론을 함께 밝혀 제한적으로 사용해야 한다.

 

한국 지방정부에 주는 시사점
현금은 수단이고 체류 기반이 본체다
한국의 인구감소지역도 원격근무자와 프리랜서를 새로운 정착인구로 유치할 수 있다. 그러나 주거비나 이사비를 한 번 지원하는 것만으로는 지속적인 정착을 기대하기 어렵다. 안정적인 인터넷과 업무공간, 장기 임대주택을 마련하고 의료·교통·문화 등 생활기반도 함께 갖춰야 한다.


지원 방식도 달라질 필요가 있다. 전입과 동시에 전액을 주기보다 실제 거주기간과 지역 활동에 따라 단계적으로 지급하는 방식을 검토할 수 있다. 일정 기간 거주한 뒤 1차 지원을 하고, 지역기업 프로젝트나 창업·지역사회 활동에 참여하거나 장기 거주를 이어갈 경우 추가 지원하는 식이다. 현금은 사람을 데려오는 목적이 아니라 정착 과정의 부담을 덜어주는 수단이 돼야 한다.


원격근무자를 지역경제와 연결하는 장치도 필요하다. 공유오피스만 제공하는 데 그치지 않고 지역기업 프로젝트, 교육기관, 창업지원기관, 주민 커뮤니티와 연결해 지역 밖에서 얻는 소득이 지역 안의 생활과 활동으로 이어지도록 해야 한다.


성과는 전입자 수보다 1년·3년 거주 유지율, 지역기업 연계, 창업·경제활동 지속률, 지역 내 소비를 중심으로 평가해야 한다. 동시에 임대료 상승이나 기존 주민의 생활환경에 미친 영향도 살펴야 한다. 지방정부 간 경쟁의 기준도 ‘얼마를 주느냐’가 아니라 지원이 끝난 뒤에도 사람이 그곳에 남을 이유를 얼마나 만들어 놓았느냐가 돼야 한다.

 

 

 

 

 

[지방정부티비유=최원경 펜실베이니아주립대 박사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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