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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디지털행정트렌드

[헬퍼공직자교육원 기획 연재] AI 정부의 진화, 싱가포르, AI가 먼저 시민을 찾아가는 정부를 만들다

 

LifeSG가 보여준 ‘신청주의 행정’의 종말

“첫아이를 출산했습니다. 이제 무엇을 해야 할까요?”

대부분의 부모는 인터넷을 검색하기 시작한다. 출생신고는 어디에서 하는지, 양육수당은 어떻게 신청하는지, 예방접종은 언제 예약해야 하는지, 어린이집은 어떻게 찾아야 하는지 하나씩 알아본다. 행정서비스는 많지만 어디에서 무엇을 신청해야 하는지는 시민이 직접 찾아야 한다. 정보는 넘쳐나지만, 그것을 연결하고 판단하는 부담은 온전히 시민의 몫이다.

 

그런데 싱가포르에서는 상황이 다르다.

아이가 태어나는 순간 정부가 먼저 움직인다. 부모는 하나의 앱에서 출생신고를 하고, 육아지원금(Baby Bonus)을 신청하며, 국립도서관 회원가입까지 한 번에 마칠 수 있다. 이후 예방접종 일정, 보육서비스, 각종 지원제도도 생애주기에 맞춰 순차적으로 안내받는다. 정부가 시민을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시민의 삶을 따라 움직이는 것이다. 이것이 싱가포르 정부가 구축한 LifeSG의 핵심 철학이다.

 

LifeSG의 출발점은 단순히 하나의 앱을 만드는 것이 아니었다. 싱가포르 정부는 오래전부터 “왜 시민은 여러 부처를 찾아다녀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던졌다. 출산이라는 하나의 사건에도 보건부, 사회가족개발부, 교육 관련 기관, 도서관, 지방 서비스 등 여러 기관이 관여한다. 하지만 시민의 입장에서 정부 조직은 중요하지 않다. 필요한 것은 한 번에 처리되는 경험이며, 복잡한 절차를 최소화하는 것이다.

 

그래서 싱가포르는 행정조직 중심이 아니라 생애주기 중심으로 정부 서비스를 다시 설계했다. 출생, 교육, 취업, 결혼, 주택, 군복무, 은퇴, 노후와 같은 삶의 중요한 순간마다 필요한 서비스를 하나의 흐름으로 연결했다. 정부가 제공하는 100개 이상의 서비스를 하나의 플랫폼에서 이용할 수 있도록 통합하고, 개인의 상황에 따라 필요한 서비스를 추천하는 구조를 만들었다. 이는 단순한 서비스 통합을 넘어, 시민 경험을 중심으로 행정을 재구성한 사례라 할 수 있다.

 

특히 출생 서비스는 세계적으로도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과거에는 출생등록과 지원금 신청 등을 위해 여러 기관을 각각 방문하거나 개별 시스템을 이용해야 했지만, 지금은 출생등록, Baby Bonus 신청, 국립도서관 회원가입을 하나의 ‘3-in-1 서비스’로 제공한다. 이 과정을 구현하기 위해 싱가포르 정부는 18개의 시스템과 40개의 API를 연계해 하나의 서비스 여정을 설계했다. 시민은 행정 절차보다 아이와 가족에게 더 많은 시간을 사용할 수 있게 되었고, 정부는 여러 기관을 오가던 불필요한 절차를 획기적으로 줄였다.

 

최근에는 여기에 생성형 AI가 더해지고 있다. 과거의 디지털정부가 “신청을 쉽게 하는 정부”였다면, AI 정부는 “필요한 서비스를 먼저 알려주는 정부”로 진화하고 있다. 사용자의 생애주기와 프로필을 기반으로 필요한 혜택을 추천하고, 적합한 행정서비스를 먼저 안내하는 방식이다. 시민은 더 이상 메뉴를 찾아다닐 필요가 없다. AI가 시민의 상황을 이해하고 “지금 필요한 다음 서비스는 이것입니다”라고 제안하는 시대가 시작되고 있는 것이다. 이는 행정의 패러다임 자체를 바꾸는 변화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변화는 지방정부에도 중요한 시사점을 준다. 지금까지 지방행정은 ‘신청주의’를 기본 원리로 운영되어 왔다. 시민이 신청해야 정부가 움직이고, 필요한 제도가 있어도 시민이 알지 못하면 혜택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그러나 AI와 데이터가 결합되면 행정은 시민의 생애주기를 이해하고 필요한 서비스를 먼저 연결하는 방향으로 발전할 수 있다. 고령자의 복지서비스, 청년의 취업지원, 출산가정의 육아지원, 소상공인의 정책자금 안내도 모두 같은 원리로 설계할 수 있으며, 이는 행정의 접근성을 크게 높일 수 있다.

 

결국 LifeSG의 진정한 혁신은 새로운 앱을 만든 것이 아니다. 정부를 바라보는 관점을 바꾼 데 있다. 과거에는 시민이 정부 조직을 이해해야 했지만, 이제는 정부가 시민의 삶을 이해해야 한다는 것이다. AI는 이러한 전환을 가능하게 하는 핵심 기술이 되고 있으며, 앞으로 그 역할은 더욱 확대될 것이다.

 

앞으로 지방정부의 경쟁력은 얼마나 많은 민원을 처리했는가가 아니라, 시민이 신청하기 전에 얼마나 먼저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가에 달려 있을 것이다. 싱가포르가 보여준 미래는 ‘디지털정부’의 다음 단계다. 그것은 AI가 시민의 삶을 이해하고, 정부가 먼저 시민을 찾아가는 행정이다. 그리고 그 변화는 이제 세계 여러 지방정부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으며, 우리에게도 중요한 과제를 던지고 있다.

 

 

 

 

 

 

 

 

 

 

[지방정부티비유=이경상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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