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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빛이 내린 궁궐, 조선의 밤이 열린다 [월간 지방정부 9월호 기획]

경복궁 별빛야행, 도슭수라상과 국악으로 만나는 특별한 가을밤

해가 진 경복궁에 별빛이 내려앉으면 굳게 닫혀 있던 왕실의 시간이 다시 흐르기 시작한다. 상궁의 안내를 따라 고즈넉한 전각을 거닐고, 궁중 음식을 맛보며, 달빛 어린 향원정 앞에서 가을의 정취를 누리는 여정. 올해로 10년을 맞은 「경복궁 별빛야행」이 10월 24일까지 관람객을 조선의 밤으로 초대한다.

 

 

별빛을 따라 왕실의 시간 속으로

별빛야행은 밤의 고궁을 감상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역사와 음식, 음악과 공연을 하나의 이야기로 엮어 궁궐의 삶과 문화를 온몸으로 경험하게 한다. 여정은 세자의 공간인 계조당에서 시작된다. 전문 해설을 들으며 왕실의 생활과 전각에 담긴 의미를 살핀 뒤, 궁궐의 부엌인 외소주방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국악 선율과 함께 맛보는 ‘도슭수라상’

외소주방에서는 은은한 국악 선율과 함께 ‘도슭수라상’이 차려진다. ‘도슭’은 도시락을 뜻하는 옛말로, 왕과 왕비가 평소 먹던 12첩 반상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작은 찬합에 담아냈다.

 

연근채와 더덕구이, 두부선, 버섯잡채, 닭채소조림, 석류만두탕에 모약과와 곶감수정과까지 더해져 왕실의 맛을 완성한다. 채식 참여자를 위한 별도 상차림도 마련해 다양한 참여자가 재료의 조화와 절제된 아름다움을 중시했던 궁중 식문화의 품격을 경험할 수 있도록 했다.

 

 

고종의 서재에서 되살아나는 왕의 이야기

식사를 마치면 자경전과 보물 ‘경복궁 자경전 십장생 굴뚝’을 지나 궁궐 북쪽 깊숙한 곳으로 향한다. 올해 특히 눈길을 끄는 무대는 고종의 서재였던 집옥재다. 서양식 요소가 어우러진 독특한 전각 안에서 고종의 이야기를 담은 창극이 펼쳐진다.

 

역사의 흔적이 남은 공간 위로 배우의 목소리가 포개지면서 격동의 시대를 지나온 왕의 고뇌와 꿈이 생생하게 되살아난다. 눈앞의 전각이 공연의 무대가 되고 이야기의 주인공으로 변하는 순간이다.

 

 

향원지에 내려앉은 가을밤의 절정

여정의 마지막은 건청궁과 향원정이다. 취향교를 따라 걸으면 물 위에 비친 향원정과 고요한 향원지가 한 폭의 그림처럼 펼쳐진다. 낮에는 미처 보이지 않던 처마의 곡선과 나무의 그림자, 물결에 흔들리는 불빛이 경복궁을 낯설고도 아름다운 얼굴로 바꿔놓는다.

 

국가유산청 궁능유적본부와 국가유산진흥원은 “경복궁 별빛야행이 궁궐 문화를 더욱 가까이에서 경험하고, 일상에서 쉽게 만날 수 없는 특별한 추억을 만드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며 “앞으로도 국가유산의 역사와 아름다움을 새롭게 발견할 수 있는 다양한 궁궐 활용 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선보이겠다”고 밝혔다.

 

문의 궁능 활용 프로그램 상담실 1522-2295

 

PS 지금 이 도시는

낮에는 미처 만날 수 없었던 경복궁의 깊은 얼굴이 가을 어둠 속에서 모습을 드러낸다. 전각을 천천히 거닐고 왕실의 맛과 소리에 마음을 기울이는 동안, 오래된 역사는 오늘의 추억이 된다.

 

 

[지방정부티비유=한승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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