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승근 한국지방세연구원 원장은 인터뷰 내내 거침이 없었다. ‘지방전환’이라는 새로운 비전부터 지역콘텐츠 담보권, 고향사랑기부제, 재정분권 지표까지 자신이 구상한 정책을 분명하고 힘 있는 언어로 풀어냈다.
그에게 연구는 현장의 문제를 먼저 발견하고, 정책을 제안하고, 제도가 현실에서 작동할 때까지 책임지는 과정이었다. 지역의 문화와 역사도 금융자산이 될 수 있고, 고향사랑기부제도 지방정부의 노력에 따라 지역을 바꾸는 성장동력이 될 수 있다고 그는 확신했다.
자신감 넘치는 이 한마디에는 신 원장이 만들고자 하는 한국지방세연구원의 방향이 압축돼 있었다. ‘따라가는 연구원’에서 ‘의제를 만들고 끝까지 관철하는 연구원’으로의 전환. 인터뷰 내내 든 확신은 한국지방세 연구원을 바꿀 인재가 나타났다는 것이었다. |
이영애 월간 지방정부 발행인_ 본격적인 인터뷰에 앞서 QR코드로 저희가 만든 쇼츠 영상을 보시고 소감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신승근 한국지방세연구원 원장_상속세와 자산과세에 관해 이야기했던 영상이네요. 당시 일본 사례를 설명한 것입니다. 일본은 총인구 감소와 저성장 고착화로 소득세와 소비세 수입이 줄면서 자산과세를 강화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영애_ 세금을 많이 걷자고 주장하는 것처럼 보이는데요.
신승근_ (웃음) 세금을 무조건 더 걷자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사람이 줄면 소득과 소비도 감소합니다. 결국 자산과세를 강화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죠. 지방재정을 튼튼하게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이영애_ 취임과 동시에 새벽 6시 출근, ‘지방전환(LX)’이라는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셨는데요. 원장님이 말하는 지방전환은 무엇입니까?
신승근_ 디지털전환(DX), 인공지능전환(AX), 녹색전환(GX)처럼 국가 운영 방식과 산업구조가 지방 중심으로 바뀌는 실질적 변화입니다. 저성장과 인구감소, 수도권 집중이 겹치면서 지역은 청년과 일자리, 소비 기반을 동시에 잃고 있습니다. 기존 방식으로는 지방을 살리기 어렵습니다. 지방전환은 대한민국의 미래를 지방에서 다시 시작하자는 제안입니다.
이영애_ 그래서 새벽에 출근하시는군요. ‘지방전환’이란 말도 원장님이 직접 만든 것이죠?
신승근_ 그렇습니다. 단순한 구호가 아닙니다. 실제 정책과 산업으로 연결될 때 비로소 전환이라고 부를 수 있습니다.
이영애_ 교수에서 연구기관장으로 자리를 옮기셨습니다. 학자의 시선과 기관장의 시선은 무엇이 가장 달랐습니까?
신승근_ 효율적으로 일하고 성과를 내야 한다는 원칙은 같습니다. 다만 교수는 개인의 연구를 책임지지만 기관장은 조직 전체가 목표를 달성하도록 만들어야 합니다. 취임 후 불필요한 일과 비용부터 줄였습니다. 비서를 새로 뽑지 않고 일정을 직접 관리하며, 전용차도 여러 직원이 함께 사용할 수 있는 차량으로 바꾸려고 합니다. 취임식도 하지 않았습니다.
이영애_ (웃으면서) 예전부터 남다르다 했지만, 그럼 취임식 비용은 어디에 쓰셨나요?
신승근_ 월요일 아침 직원들 책상에 간식을 놓았습니다. 직장인에게 가장 힘든 시간이 일요일 저녁과 월요일 아침 아닙니까. 출근했을 때 작은 즐거움이라도 있어야 합니다. 불필요한 시간과 비용을 줄인 만큼 꼭 필요한 사업과 직원들에게 투자해야 합니다.
이영애_ 간식먹는 재미로 월요일 출근하네요. 조직개편과 센터 신설도 단행하셨는데요. 원장님이 생각하는 ‘일하는 연구원’은 어떤 모습인가요?
신승근_ ‘따라가는 연구’에서 ‘의제를 설정하는 연구’로 바뀌어야 합니다. 지방정부의 요청을 기다리지 않고 전문가인 우리가 먼저 필요한 연구를 기획하고 제안해야 합니다. 필요한 정책을 먼저 발견하고, 지방정부와 협의해 연구를 발전시키겠습니다. 문제제기에 그치지 않고 해결까지 가는 연구원이 되겠습니다.
이영애_ 창립부터 챙겨 본 지방세 연구원인데 대단하십니다. 앞으로 지방정부는 스스로 성장동력을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요. 가장 먼저 준비해야 할 경쟁력은 무엇입니까?
신승근_ 지역이 가진 자원을 새롭게 바라보는 능력입니다. 기존 유형자산만으로는 투자를 일으키기 어렵습니다. 지역에는 역사와 문화, 자연환경, 축제, 브랜드, 그리고 지역에서 살아온 사람들의 이야기가 있습니다. 이런 무형 콘텐츠를 경제적 가치로 바꿔야 합니다. 지방정부가 먼저 “우리 지역의 자원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합니다.
이영애_ 단체장 모두가 함께 공유하면 좋겠네요. 그래서 제안한 것이 ‘지역콘텐츠 담보권’인가요?
신승근_ 맞습니다. 지역의 문화·관광·브랜드 콘텐츠를 평가해 금융과 연결하는 제도입니다. 안동 하회마을은 분명한 역사·문화적 가치가 있지만 이를 담보로 대출이나 투자를 받기 어렵습니다. 전문기관이 가치를 평가해 신탁하고 금융기관이 이를 바탕으로 투자하거나 자금을 공급하게 만들자는 것입니다. 지역이 스스로 투자 기반을 마련할 수 있습니다.
이영애_ 새로운 발상이고 이론적으로는 좋은데 현실화가 쉽지 않을 것 같아요.
신승근_ 그래서 법제화가 필요합니다. 지방은행과 새마을금고, 신용보증기관처럼 지역을 잘 아는 금융기관이 평가와 투자에 참여해야 합니다. 지역의 신용과 잠재력을 금융자산으로 활용하자는 구상입니다.
이영애_ 신승근하면 고향사랑기부제가 원조인데요. 지역경제를 살리는 대표 정책이 될 수 있을까요?
신승근_ 이미 성공의 길에 들어섰다고 봅니다. 일본은 2008년 제도를 도입한 뒤 기부금이 1,400억 원 수준에 도달하는 데 6년이 걸렸지만 우리는 3년 만에 약 1,500억 원 규모로 성장했습니다. 중요한 것은 지방정부의 행동에 따라 성과가 달라진다는 점인데요. 보건의료와 보육, 돌봄, 교육 등 주민에게 필요한 사업을 만들고 지역문제를 해결하려는 지방정부에 기부가 모입니다. 지방정부 간 편차가 경쟁과 혁신을 촉진합니다.
이영애_ 현시점에서 고향사랑기부제에 가장 필요한 변화는 무엇입니까?
신승근_ 세 가지입니다. 첫째, 현재 10만 원인 전액 세액공제 한도를 20만 원으로 높여야 합니다. 둘째, 우수 지방정부와 기부사업을 적극적으로 알려야 합니다. 이를 위해 방송사와 고향사랑기부 대상을 만들었고, 행정안전부도 함께 참여하고 있습니다. 셋째, 전문인력을 길러야 합니다. 지방정부는 답례품만 골라서는 안 됩니다. 기부자가 공감하고 선택할 수 있는 ‘기부상품’을 만들어야 합니다.
이영애_ 원장님의 노력이 성과로 이어지고 있네요 .
신승근_ 삼성전자가 휴대전화를 만들듯 지방정부는 기부상품을 만들어야 합니다. 도서관 건립, 의료시설 확충, 아동 돌봄 공간 조성처럼 구체적인 사업을 제시해야 합니다.
이영애_ 새롭게 개발하는 재정분권 지표는 기존 지표와 무엇이 다릅니까?
신승근_ 지금까지는 국세와 지방세 비율, 재정자립도와 재정자주도를 각각 봤습니다. 그러나 지방세 비중이 늘었다고 모든 지방정부의 재정이 좋아지는 것은 아닙니다. 새 지표는 지방세와 지방교부세, 지역 간 재정격차, 지방정부의 실질적인 재원 활용 능력을 종합적으로 반영합니다. 세법이나 국가예산 변화가 재정분권을 개선했는지 악화했는지를 수치로 보여 주겠습니다.
이영애_ 지방정부들 긴장할 텐데… 이 지표는 정기적으로 발표합니까?
신승근_ 날씨 예보처럼 계속 발표할 생각입니다. 말로 중앙정부와 다투는 것이 아니라 지표로 보여주겠습니다.
이영애_ (답변을 듣고 자료에 동그라미를 그리며) 이건 정말 중요합니다. 이 지표가 발표되면 어떤 반응일지 궁금하네요. 저희도 적극 알리겠습니다.
신승근_ (큰 웃음) 물론 함께 알리셔야지요.
이영애_ 연구원을 국민과 지방정부를 연결하는 플랫폼으로 만들겠다고 하셨는데요. 공직자들의 연구원 활용법 세 가지는?
신승근_ 먼저 지역의 현안을 신속하게 알려주십시오. 이를 위해 지역현안대응센터를 만들었습니다. 둘째, 연구원이 먼저 정책과제를 제안하겠습니다. 지방정부와 대화하면서 지역에 맞게 수정하고 함께 연구하겠습니다. 셋째, 지방공무원 파견을 확대하겠습니다. 연구원은 이론과 연구방법을 알고 공무원은 현장을 압니다. 두 집단이 함께해야 실제 지방정부에 필요한 연구가 나옵니다.
이영애_ 지방정부가 지금 가장 먼저 바꿔야 할 한 가지를 꼽는다면요?
신승근_ 지역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자세입니다. 후쿠시마 대지진 이후 자원봉사자들이 감동한 것도 폐허 속에서 지역을 되살리려는 주민들의 의지였습니다. 10년 후 성공하는 지방정부는 현실을 직시하고 주민과 지방의회, 단체장이 함께 움직이는 곳일 것입니다.
이영애_ 이번에는 1분 유튜브 쇼츠 영상을 촬영하겠습니다. 전국 단체장님께꼭 드리고 싶은 말씀 한 가지를 짧고 강하게 부탁드립니다.
신승근_ 한국지방세연구원은 매일 지방정부의 경제를 어떻게 활성화하고, 지역을 어떻게 균형 있게 발전시킬 것인가를 고민하고 있습니다. 한국지방세연구원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주십시오. 지방정부의 든든한 정책 파트너가 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이영애_ 마지막으로 ‘신·승·근’으로 삼행시를 만들고 이루고 싶은 목표와 비전을 듣겠습니다.
신승근_ 신정부 프로젝트! 승리로 이끈다! 근성으로 승부한다! 지방전환을 말과 글로만 남겨서는 안 됩니다. 실제로 세상을 바꾸지 못한다면 정책과 제도라고 하기 어렵습니다. 지방정부에 필요한 정책을 개발하고, 그 정책이 현실에서 시행될 때까지 책임지는 기관이 되도록 하겠습니다.
이영애_ 오늘 인터뷰를 하면서 여러 차례메모했습니다. 이런 경우가 많지 않은데 오늘은 달랐습니다. 전국의 지방정부와 공직자 여러분, 한국지방세연구원 신승근 원장을 많이 활용하시기 바랍니다.
[지방정부티비유=이영애 대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