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덴마크, 실패를 자산으로 만든다 [월간 지방정부 8월호 기획]

조정과 시행착오로 성장하는 지방정부

 

실패를 숨기지 않는 공공혁신 문화

덴마크는 실패를 감추지 않고 학습으로 전환하는 공공 혁신 문화로 주목받아 왔다. 공공부문 전체를 포괄하는 단일 국가 통계가 싱가포르나 에스토니아처럼 선명하게 알려지진 않았지만, 여러 국제조사에서는 덴마크를 포함한 북유럽 국가 공공 조직의 상당수가 최근 몇 년 사이 혁신 활동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공공혁신 관측소가 정리한 ‘혁신 바로미터(Innovation Barometer)’는 덴마크, 아이슬란드, 노르웨이, 스웨덴의 공공부문 약 네 곳 중 세 곳이 서비스 개선, 업무 절차 개선, 조직문화 변화와 같은 혁신을 수행했다고 소개한다. 이는 혁신이 일부 기관의 특별사업이 아니라 공공조직 전반에서 일상적으로 이루어지는 활동이라는 점을 보여준다.

 

덴마크 통계청이 매년 발표하는 공공부문 혁신 통계 역시 비슷한 흐름을 보여준다. 상당수 공공기관이 지난 3년 이내에 최소 한 번의 혁신을 수행했다고 보고하며, 혁신 유형도 새로운 서비스 도입, 업무 프로세스 개선, 조직 관리 방식 변화, 시민 이용자와의 상호작용 개선 등으로 다양하다. 혁신 결과로 업무 효율성 향상, 시민 만족도 증가, 비용 절감, 환경 영향 개선 등을 보고하는 기관도 적지 않다. 실험과 학습이 실제 성과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작은 실험이 도시의 성과가 되다

덴마크의 공공혁신 생태계를 보여주는 대표 사례로는 칼룬보르 산업 심비오시스(Kalundborg Symbiosis)를 들 수 있다. 이 프로젝트는 지방정부와 기업, 교육기관이 함께 에너지, 물, 자원, 폐기물을 서로 연결하는 순환 시스템을 만든 장기 실험의 결과다. 한 기업의 부산물이 다른 기업의 원료가 되고, 폐기물이 비용이 아니라 자원이 되는 구조를 만든 것이다.

 

심비오시스 센터 자료에 따르면 칼룬보르 산업 심비오시스는 매년 약 58만 6,000톤의 이산화탄소를 감축하고, 400만㎥의 지하수를 절약하며, 6만 2,000톤의 잔여 물질을 재활용하는 성과를 내고 있다. 여기에 3억 6,800만 유로 규모의 투자와 530개 이상의 신규 일자리, 12개의 새로운 교육 과정이 함께 만들어진 것으로 소개된다.

 

중요한 점은 이 프로젝트가 처음부터 완성형 모델로 설계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수십 년 동안 기업과 지방정부가 작은 시도와 조정, 시행착오를 반복하면서 지금의 구조가 만들어졌다. 덴마크식 혁신은 실패를 없애는 방식이 아니라, 실패를 기록하고 다음 시도의 품질을 높이는 방식으 로 축적된다.

 

실패와 시행착오가 품질을 높인다

덴마크 공공 혁신 시스템의 또 다른 특징은 다양한 혁신 랩과 실험공간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가 실시한 덴마크 공공 혁신 시스템 분석에 서도, 덴마크는 새로운 서비스를 시험하고 데이터를 기반으로 정책을 조정하는 생태계를 구축해 왔다고 평가된다. 코펜하겐 솔루션 랩 (Copenhagen Solutions Lab), 공공·민간 혁신센터(Co-PI, Center for Public-Private Innovation) 등 여러 조직에서 시민과 공무원, 전문가가 함께 프로토타입을 만들고 데이터를 분석해 공공서비스를 개선하는 방식이 활용되고 있다.

 

이러한 혁신 랩은 성공 사례만 모으는 곳이 아니다. 실패와 시행착오까지 기록해 다음 실험의 품질을 높이는 역할을 한다. 작은 프로젝트를 먼저 돌려보고, 실패하면 그 원인을 정리해 다음 시도에 반영한다. 이런 조직에서는 공무원이 새로운 제안을 하기 쉽고, 부서 간 협업도 상대적으로 자연스럽다. 실패를 처벌 중심으로 다루면 누구도 새로운 시도를 하지 않지만, 실패를 학습 데이터로 바꾸면 혁신이 일상이 된다.

 

한국 지방정부에 주는 시사점

지방정부는 작은 실험을 제도화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민원 서비스 개선, 복지 전달 체계, 탄소중립, 지역 상권 활성화 같은 분야에서 소규모 시범 사업을 운영하고, 성공 여부만이 아니라 무엇이 작동했고, 무엇이 작동하지 않았는지를 기록해야 한다.

 

실패 사례를 감추지 말고 정례 회의를 통해 공유하면서, 다음에는 무엇을 바꿀 것인지 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성공 사례만 모으는 보고서로는 조직이 성장하지 않는다. 실패와 학습을 함께 축적하는 시스템을 만들 때 공무원은 새로운 시도를 두려워하지 않고, 시민과 함께 혁신을 추진할 수 있다. 덴마크 사례는 혁신의 핵심이 ‘실패 없는 행정’이 아니라 ‘실패에서 배우는 행정’에 있음을 보여준다.


[지방정부티비유=최원경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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