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속 조선시대로 들어가는 방법은 생각보다 간단하다. 타임머신은 필요 없다. 8월 어느 여름밤, 강릉으로 가면 된다. 정신을 차려 보면 당신은 관광객이 아니라 조선시대 부임행차를 따라 걷고 있을 것이다. 엑스트라 지원은 하지 않았는데도 말이다.
저만치서 북과 나팔 소리가 울리고, 관복을 차려입은 관리들과 군관들이 길을 연다. 행렬의 주인공은 새로 부임한 강릉대도호부사. 강릉에 도착한 부사가 관아로 들어가는 장면을 재현한 ‘부임행차’다. 강릉대도호부는 조선시대 강릉을 다스리던 지방 행정의 중심으로, 오늘날의 시청과 도청을 합쳐놓은 기관쯤 된다. 취타대의 흥겨운 소리를 따라 걷다 보면 어느새 구경꾼과 행렬의 경계도 흐려진다.
낮에는 바다를 즐기고, 해가 지면 구도심으로 건너가면 딱 좋다. 바닷바람이 불면 한낮의 열기도 조금씩 누그러진다. 8월 14일부터 16일까지 강릉은 조선시대로 돌아간다. 낮에는 바다를, 밤에는 시간을 여행하는 도시가 된다.
낮에는 바다, 밤에는 천년의 골목

국가유산야행은 국가유산청이 전국 50여 곳에서 운영하는 국가유산 활용사업이다. 강릉시는 오랜 문화유산을 보존하는 데 그치지 않고 시민과 관광객이 직접 즐기는 야간관광 콘텐츠로 키우기 위해 이 사업을 이어오고 있다. 앞으로도 국가유산과 구도심, 지역 상권을 연계한 체류형 관광을 확대해 강릉을 대표하는 문화관광 브랜드로 발전시켜 나갈 계획이다. 야경(夜景)·야로(夜路)·야사(夜史)·야화(夜畵)·야설(夜說)·야식(夜食)·야시(夜市)·야숙(夜宿), 여덟 가지 밤의 테마가 강릉 곳곳에서 펼쳐진다.
문화유산해설사와 함께 강릉대도호부 관아를 걸으며 숨은 이야기를 듣다가(야설), 달빛이 내려앉은 골목길을 따라 걷다 보면(야로) 의운루 달빛사진관과 명주할머니가맥, 서부시장이 이어진다. 강릉의 음식과 전통주를 맛보고(야식), 밤시장(야시)을 둘러보며 시민 한복패션쇼와 인류무형문화유산 공연을 즐긴다. 골목마다 이야기가 넘실대고 문화유산이 곳곳에 살아 숨 쉰다.
골목을 걷다 보면 왜 강릉이 예부터 문향(文鄕)이라 불렸는지 자연스레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조금만 발길을 옮기면 신사임당이 풀꽃을 바라보며 그림을 그리고, 율곡 이이가 글을 다듬었을 오죽헌이 이어진다. 과거와 현재가 멀리 떨어져 있지 않다는 사실이 새삼스럽게 다가온다.
달빛이 켜지면, 하늘도 이야기를 시작한다
밤의 마지막 무대는 하늘이다. 드론 1,000대가 하나둘 불을 밝히면 강릉의 밤하늘은 거대한 캔버스로 변한다. 점처럼 흩어진 빛은 어느 순간 동해의 파도가 되고, 강릉의 문화유산이 되고, 설화 속 한 장면이 된다. 때로는 잔잔하고 서정적으로, 때로는 축제의 절정을 알리듯 화려하게 이어지는 빛의 서사가 여름 밤하늘을 가득 채운다.
밤 아홉 시 반. 강릉 어디에서든 하늘을 올려다보면 같은 이야기가 펼쳐진다. 골목을 걷던 사람들도, 시장에서 막걸리를 마시던 사람들도 잠시 발걸음을 멈춘다. 도시 전체가 하나의 객석이고, 밤하늘은 가장 큰 무대다. 사흘 밤의 이야기를 따라 걷다 보면 강릉의 국가유산은 더 이상 교과서 속 낯선 문화재가 아니다. 여행이 끝날 무렵에는 어느덧 당신도 강릉의 시간을 아는 사람이 되어 있을 것이다.
문의: 강릉시청 033-823-3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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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지금 이 도시는 강릉은 문화유산을 보존하는 데서 멈추지 않고, 이야기와 기술을 입혀 사람들이 다시 찾는 도시의 매력으로 만들어 가고 있다. |
[지방정부티비유=김세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