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남도농업기술원 인삼약초연구소 김선익 지방농업연구사의 연구는 늘 인삼밭에서 시작됐다. 어린 시절 병든 인삼과 상심한 부모님의 얼굴을 본 뒤 “농가가 웃을 방법을 찾겠다”는 다짐은 30년 연구의 출발점이 됐다. 병해충 진단과 연작장해 방제, 신품종 육성, 기후변화 대응 기술을 현장에서 검증해 온 그는 월간 「지방정부」 주관 ‘제15회 지방행정의 달인’에 선정됐다.
사진 한 장이 오진을 막다
금산 발령 초기 농가가 병해와 충해, 생리장해를 구분할 자료는 부족했다. 김연구사는 필름카메라를 들고 현장을 누볐다. 흐리게 찍히면 다시 밭을 찾고, 야간에 움직이는 해충은 밤에 촬영했다. 병든 조직에서 병원균을 분리·배양해 현미경으로 확인한 자료는 라면 상자 하나를 채웠다.
1999년 발간한 인삼 병해충 도감은 농가의 현장 진단 기준이 됐다. 사진으로 증상을 구분하면서 오진과 약제 오남용을 줄였고, 이후 증보판과 재해 대응 매뉴얼, 병해충 방제력, 교육용 달력으로 발전했다. 연구가 농업인의 손에 잡히는 실전 지침으로 바뀐 것이다.
10년 기다리던 땅, 1년 만에 살리다
인삼을 수확한 땅은 뿌리썩음병 위험 때문에 논은 5년, 밭은 10년 이상 기다려야 다시 심을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연구사는 농가 포장을 직접 임차해 토양과 약제 처리 조건을 처음부터 검증했다.
그 결과 토양수분함량 10% 이하, 흙덩이 지름 2㎝ 이하에서 토양훈증제 효과가 안정적으로 나타난다는 기준을 찾았다. 이 기술은 수확 후 1년 만에 재작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 약제 살포와 토양 혼화, 비닐 피복까지 농가와 함께하며 약 10만 평에 기술을 보급했다.
폭염을 견딘 품종과 시설
김 연구사는 15~20년이 걸리는 품종 육성에도 매달렸다. ‘금선’, ‘금진’, ‘금원’을 등록했고, ‘금선’은 2024년 충남 보급률 16.6%를 기록했다. 해가림시설은 햇빛을 무조건 차단하는 대신 아침 직사광선을 줄이고 낮에는 필요한 광량을 확보하도록 설계했다. 2018년 폭염에도 피해가 적었고, 생산량은 기존보다 2배 이상, 조건에 따라 3배까지 늘었다.
한마디 처방이 농가의 1년을 살리다
김 연구사는 한 해 1,000명 이상을 교육하고 500건 넘는 현장 컨설팅을 진행한다. 충북 음성의 한 농가는 2㏊ 규모의 4년생 인삼밭에서 병이 발생했지만, 그의 조언으로 6년근까지 안정적으로 재배했다. 농업인은 “박사님의 말 한마디로 16억 원을 벌었다”고 전했다.
| PS. 현장을 떠나지 않은 연구 김선익 연구사의 성과는 정확한 진단, 반복 검증, 농가 눈높이의 보급이 산업을 바꿀 수 있음을 보여준다. 그가 지켜낸 것은 인삼 한 뿌리가 아니라 농가의 소득과 지역산업, 그리고 다음 세대가 이어갈 인삼농업의 미래다. 밭에서 답을 찾고 농업인의 삶으로 성과를 증명한 그의 연구는 기후위기 앞에서도 멈추지 않고 이어지고 있다. |
[지방정부티비유=한승구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