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지방자치단체 행정에서도 인공지능(AI)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AI는 더 이상 보고서 초안을 쓰거나 회의 내용을 요약하는 도구에 머물지 않는다. 이제는 도시 문제를 먼저 발견하고, 행정 대응을 앞당기는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
그 대표 사례가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의 AI 기반 쓰레기 관리시스템이다. 암스테르담은 관광객이 많고 인구 밀도가 높은 도시다. 그만큼 거리 청결과 폐기물 관리는 시민이 매일 체감하는 중요한 행정 서비스다. 도시가 아무리 첨단 인프라를 갖추고 있어도 거리 곳곳에 쓰레기가 방치되어 있다면 시민은 행정의 품질을 낮게 평가할 수밖에 없다.
암스테르담에는 약 1만 5,000개의 지하 쓰레기 컨테이너가 설치되어 있다. 이 시설은 도시 미관을 유지하는 데 효과적이다. 하지만 내부가 가득 찼는지, 고장이 났는지 실시간으로 확인하기 어렵다. 컨테이너가 넘치면 시민들은 주변에 쓰레기를 놓고 가고, 곧 거리 환경이 악화된다.
기존 방식은 시민 신고에 의존했다. 시민이 모바일 앱이나 웹사이트로 쓰레기 문제를 신고하면 행정이 현장을 확인하고 수거에 나서는 구조였다. 그러나 이 방식에는 분명한 한계가 있다. 신고가 많은 지역은 빠르게 대응하지만, 신고가 적은 지역은 문제가 있어도 늦게 발견될 수 있다. 결국 같은 도시 안에서도 행정 서비스의 격차가 생길 수 있는 것이다.
암스테르담시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도시 사물 인식 키트’라는 AI 시스템을 도입했다. 방식은 비교적 단순하다. 쓰레기 수거 차량, 주차 단속 차량, 도로 관리 차량 등 공공 차량에 스마트폰 기반 촬영 장치를 부착한다. 차량이 이동하면서 거리 이미지를 수집하고, 이 이미지에는 위치 정보와 시간 정보가 함께 기록된다.

이후 AI는 이미지 속에서 쓰레기봉투, 종이상자, 대형 폐기물 등을 자동으로 식별한다. 그리고 어느 위치에 어떤 종류의 쓰레기가 있는지를 지도 위에 표시한다. 담당 공무원은 시민 신고가 들어올 때까지 기다리지 않고 도시 전역의 쓰레기 발생 상황을 먼저 파악할 수 있게 된다. 행정이 ‘신고를 받은 뒤 움직이는 방식’에서 ‘문제를 먼저 찾아내는 방식’으로 바뀌는 것이다.
이 변화는 수거 업무의 효율성을 높인다. 일반 쓰레기와 대형 폐기물은 필요한 차량과 처리 방식이 다르다. 기존에는 현장에 도착한 뒤에 상황을 확인하고 다시 차량을 배치해야 하는 경우가 있었다. 그러나 AI가 사전에 쓰레기의 종류와 위치를 알려주면 수거 경로와 차량 배치를 미리 조정할 수 있다. 이동 거리는 줄고, 작업 시간은 단축되며, 예산도 절감될 수 있다.
더 중요한 변화는 행정의 형평성이다. 시민 신고 중심 행정은 시민 참여가 활발한 지역에 대응이 집중될 가능성이 있다. 반면 AI가 도시 전체를 지속적으로 살피면 신고가 적은 지역의 문제도 발견할 수 있다. 이는 행정 서비스가 특정 지역이나 적극적인 시민에게만 의존하지 않도록 만드는 효과가 있다.
암스테르담 사례가 주는 시사점은 분명하다. 스마트시티는 반드시 거대한 플랫폼이나 대규모 인프라에서 시작되는 것이 아니다. 이미 운행 중인 공공 차량, 이미 보유한 스마트폰, 이미 쌓이고 있는 도시 데이터를 활용해도 행정 혁신은 시작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기술 그 자체가 아니라 행정 문제를 새롭게 바라보는 관점이다.
물론 주의할 점도 있다. 거리 이미지를 수집하는 과정에서는 개인정보 보호가 중요하다. 얼굴이나 차량 번호판이 노출될 수 있기 때문이다. 암스테르담시는 비식별 처리 기술을 적용하고, 공공부문에서 사용하는 AI 알고리즘 정보를 공개하는 제도도 운영하고 있다. AI 행정이 시민 신뢰를 얻기 위해서는 기술 도입만큼 투명성과 책임성이 중요하다는 뜻이다.
우리 지방자치단체에도 적용할 수 있는 시사점이 있다. 쓰레기, 불법 적치물, 도로 파손, 가로등 고장 같은 생활민원은 AI 적용 가능성이 높은 영역이다. 새로운 장비를 대규모로 도입하기보다 기존 행정 자산을 활용하는 방식이 현실적이다. 또한 시민 신고를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보완하는 방향으로 설계해야 한다.
AI는 행정을 대신하는 마법의 기술이 아니다. 그러나 잘 활용하면 공무원이 더 빨리 문제를 발견하고, 더 정확하게 판단하며, 더 공정하게 서비스를 제공하도록 도울 수 있다. 암스테르담의 사례는 도시 행정의 미래가 거창한 구호가 아니라 작은 현장 문제를 해결하는 데서 시작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지방정부티비유=노재범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