덴마크는 다른 나라와 접근 방식이 다르다. 정부가 소개팅 행사를 직접 주관하기보다, 사람들이 일상에서 자연스럽게 만나고 관계를 맺을 수 있는 주거 환경과 공동체 구조를 만드는 데 초점을 둔다. 이 배경에는 덴마크의 코하우징, 즉 ‘보펠레스스카브’ 문화가 있다. 코하우징은 각 세대가 독립된 주거 공간을 갖되, 공동 식당, 공용 주방, 세탁실, 텃밭, 작업실, 놀이 공간 등을 함께 쓰는 주거 방식이다.
덴마크의 합계출산율은 한때 1.7명 안팎을 유지하며 북유럽 국가 중 비교적 안정적인 편으로 평가됐지만, 최근에는 하락세가 뚜렷하다. 여기서 합계출산율이란 한 여성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자녀 수를 뜻한다. 현재의 연령별 출산 수준을 가정할 때 여성 1명이 생애 동안 몇 명의 아이를 낳게 되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다. 덴마크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2024년 합계출산율은 약 1.47명 수준까지 낮아졌다.
억지 소개팅 대신 관계의 장
덴마크 코하우징의 출발점은 1970년대다. 세계 최초의 현대적 코하우징 사례로 자주 언급되는 세테담멘(Sættedammen)은 1972년 덴마크에서 조성됐다. 이곳은 여러 가구가 독립된 집에 살면서도 공동주택과 공동 공간을 중심으로 식사, 회의, 육아, 여가 활동을 함께하는 방식으로 운영됐다. 이후 덴마크의 코하우징은 세대 통합형, 노년층 중심형, 가족형 등 다양한 형태로 확산되었다.
코하우징의 핵심은 ‘같이 산다’기보다 ‘자주 마주친다’는 데 있다. 각 세대의 사생활이 보장되지만, 공동 식사와 텃밭 관리, 취미 활동, 회의, 아이 돌봄 과정에서 주민들이 계속 마주친다. 이웃은 단순한 옆집 사람이 아니라 생활을 나누는 관계가 된다. 소개팅처럼 결혼을 전면에 내세우지 않지만, 일상적 교류가 우정과 신뢰, 때로는 연애와 가족 형성의 토대가 된다. 연구자들은 덴마크 코하우징의 물리적 구조가 사생활과 공동체성을 함께 지탱하도록 설계돼 있다고 분석한다.
같이 밥 먹는 문화가 관계를 만든다
덴마크 공동체 문화에서 중요한 장면은 ‘함께 먹는 밥’이다. 코하우징 단지의 공동 식사는 주민들이 가장 자주 만나는 계기다. 누군가는 장을 보고, 누군가는 요리하고, 누군가는 식탁을 정리한다. 이 과정에서 대화를 나누고, 서로 관계를 맺고, 혼자 사는 사람도 고립되지 않는다. 특별한 이벤트가 아니라 반복되는 일상에서 관계가 만들어진다.
코펜하겐에서도 공동 식사 문화는 도시형 커뮤니티 공간으로 이어지고 있다. 베스터브로 지역의 압살론(Absalon) 같은 커뮤니티 공간은 긴 테이블에서 낯선 사람들이 함께 식사하는 프로그램이다. 결혼 지원 정책은 아니지만, 도시의 고립감은 줄고,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자연스러운 접점이 만들어진다. 덴마크는 만남을 ‘행사’가 아니라 ‘생활 방식’으로 설계한다는 데 차별성이 있다.
| 억지 소개팅 대신, 관계가 자라는 공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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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거 공간이 관계를 만든다 각 세대는 독립적으로 살지만, 공동 식당과 공용 공간을 통해 주민들이 반복적으로 만난다. 만남을 행사장이 아니라 생활공간 안에 배치했다는 점이 덴마크 코하우징의 핵심이다.
같이 밥 먹는 일이 공동체가 된다 공동 식사는 주민들이 가장 자연스럽게 교류하는 장치다. 밥을 준비하고 나누고 정리하는 과정에서 대화하며 신뢰를 쌓는다.
소개팅보다 지속적인 활동이 중요하다 덴마크 모델은 결혼을 직접 목표로 내세우기보다 관계가 생길 수 있는 환경을 만든다. 한국 지방정부도 청년센터, 공공주택, 생활문화공간을 만남과 교류의 기반으로 재설계할 필요가 있다. |
[지방정부티비유=최원경 연구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