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91년생 청년이다. 동년배 친구들끼리 세상사에 대해서 이말저말 하다보면 꼭 나오는 말이 있다. “우리는 취직할 수 있었던 마지막 세대인 것 같아…”
AI는 더 이상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니다. 적어도 사회에 미칠 영향만 놓고 보면, AI는 일시적인 유행이나 버블이라기보다 노동시장과 산업, 행정, 교육의 근간을 바꿀 문명적 전환에 가깝다. 특히 피지컬 AI의 대표주자인 Figure AI의 Helix-02가 실제로 일을 수행하는 모습을 보면, 온몸에 소름이 끼칠 정도다.
제 9회 지방선거의 막이 올랐다. 지역에는 선거를 계기로 모처럼 활기가 도는 듯하다. 그러나 뉴스를 보면 정작 주민의 삶과 지역의 미래보다 네거티브, 당파 싸움, 심지어 당내 파벌 싸움이 더 크게 보일 때가 많다. 물론 선거는 승자와 패자를 가르는 과정으로 경쟁은 피할 수 없다. 하지만 정말로 지역을 살리고 주민의 삶을 더 낫게 만들겠다는 꿈을 가진 사람들이라면, 결국 적이 아니라 같은 팀 아닌가.
정치의 문법을 잘 모르는 청년의 눈으로 보았을 때 지금 진짜 상대는 서로가 아니다. 진짜 상대는 AI가 가져올 거대한 변화다. AI가 바꿀 지방의 미래는 여야를 막론하고, 지역을 막론하고, 우리 모두가 하나가 되어 대책을 마련해야 할 사안이다. 이번 칼럼은 새로 선출될 지역 리더들에게 AI 시대가 요구하는 리더십이 무엇인지, 그리고 지방정부가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를 묻고자 한다.
AI 시대의 리더십
AI 시대 지방정부의 격차는 기술력보다 리더십에서 먼저 갈릴 것이다. 어떤 지자체는 AI를 민원 챗봇 하나 도입하는 사업으로 끝낼 것이고, 반면 어떤 지자체는 AI를 청년 일경험, 소상공인 지원, 복지 사각지대 발굴, 관광 콘텐츠 개발, 행정 효율화와 연결하는 도구로 만들 것이다. 차이는 예산보다 리더십에서 나온다. AI를 어디에 쓸 것인지 질문하고, 작은 실험을 허용하며, 청년과 대학과 기업을 연결해 실제 결과물을 만들게 하는 리더십이 지방정부의 새로운 경쟁력이 될 것이다.
물론 이미 지자체는 AI 행정 실험을 시작했다. 중앙정부는 기반 만들고, 일부 지자체는 해커톤·전담조직·AI 플랫폼을 통해 생활 문제 해결에 AI를 활용하고 있다. 그러나 지금의 시도들은 대체로 중앙정부 공모사업, 개별 지자체의 행정 혁신, 일회성 해커톤, 사례 공유에 머무는 경향이 강하다. 여러 지자체가 함께 문제를 정의하고, 지역 청년·대학·기업이 함께 AI 도구를 만들며, 한 지역의 성과를 다른 지역이 고쳐 쓰는 구조는 아직 충분히 제도화되지 않았다. 새로운 리더가 들어설 지방정부에 필요한 것은 ‘AI를 도입하는 지방정부’가 아니라 ‘AI를 함께 실험하는 지방정부’다.
지방정부는 원팀이 되어야!
지방의 인구정책을 보면 지자체들이 서로 경쟁 구도에 놓여 있다는 점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이른바 ‘인구 빼가기’다. 한 지역의 인구를 다른 지역이 가져오는 방식은 지역 간 갈등만 키울 뿐, 전체적인 인구 감소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 AI 시대에도 마찬가지다. AI가 바꿀 일자리, 행정, 산업, 청년의 미래는 한 지자체가 혼자 해결하기에는 너무 크고 복잡하다. 이제 지방정부에는 경쟁만큼이나 협력이 중요한 시대가 되었다.
칠레의 사례는 참고할 만하다. 마이푸, 라스콘데스, 푸에르토바라스 같은 칠레 지방정부들은 중앙정부의 대규모 예산이나 외부 기업의 성과만 기다리지 않았다. 여러 지자체가 함께 모여 각자의 지역 문제를 정의하고, 조달 행정, 의료 예약, 주민 서비스 같은 구체적 문제를 해결하는 AI 도구를 만들기 시작했다. 한 도시가 만든 도구는 다른 도시가 함께 고치고, 이후 다른 지역도 활용할 수 있는 형태로 확장됐다. AI 시대의 지방
정부는 혼자 똑똑해지려 해서는 안 된다. 서로 배우고, 함께 실험하고, 좋은 도구를 공유하는 능력이 새로운 행정 역량이자 리더십이 될 것이다.
한국의 지방정부도 이 방향을 고민해야 한다. 예를 들어 충청권, 강원권, 전북권, 경북권처럼 비슷한 조건에 놓인 지자체들이 함께 ‘AI 지역문제 TF’를 만들 수 있다. 비슷한 문제를 겪는 지역들이 각자 잘하는 분야를 맡고, 그 과정에서 축적한 기술과 지식을 서로 공유하는 방식이다. 그렇게 해야 특정 지자체 하나만의 일회성 사업이 아니라, 그 권역의 현실에 맞는 AI도구와 데이터가 만들어질 수 있다. 지방이 수도권과의 격차를
조금이라도 줄이고, 더 이상 격차가 벌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지역만의 문제를 이해하는 고유한 도구와 데이터가 필요하다. 이제는 인구소멸기금을 넘어 AI 기금이 격차가 벌어질 지방을 위해 주어져야 하지 않을까?
청년 유출도 결국 AI: 청년에게 첫 경험을 선사해야!
이 TF는 공무원만의 조직이 되어서는 안 되며, 의사결정 구조가 지나치게 높은 연령대에만 머물러서도 안 된다. 대학, 기업, 공공기관의 청년들이 함께 참여해 실제 지역 문제를 AI로 풀어보는 방식이어야 한다. 이메일이 처음 등장했을 때 젊은 세대가 가장 빠르게 적응하고 활용했듯이, AI 역시 새로운 도구에 민감한 청년들이 가장 적극적으로 실험할 수 있다. 청년들이 AI 도구를 활용해 지역 문제의 해결책을 만들고, 그 결과물
을 자신의 경험과 포트폴리오로 가져갈 수 있어야 한다.
앞으로의 사회에서는 경험이 점점 더 중요해질 것이다. AI가 단순 업무를 빠르게 대체할수록 청년들이 첫 경력을 쌓을 수 있는 기회는 줄어들 수 있다. 예전에는 회사에 들어가 작은 일을 맡으며 배우고 성장할 수 있었지만, 앞으로는 그런 입문 단계의 일이 사라질 수도 있다. 결국 청년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단순한 지원금이 아니라 “처음 해볼 수 있는 기회”다.
서울보다 더 큰 기업을 당장 만들기는 어렵더라도, 청년에게 실제 문제를 맡기고 경험을 제공하는 일은 지방정부가 충분히 할 수 있다. 예전보다 지방공무원 시험 경쟁률은 낮아졌지만, 공공부문은 여전히 많은 지역 청년들이 선호하는 일자리다. 그렇다면 지방정부는 이 장점을 더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지역과 권역의 청년 인재들이 모일 수 있는 공간을 열고, 실제 지역 문제를 해결해보는 경험을 제공한다면 그 효과는 단순한 청년 지원을 넘어설 수 있다. AI 시대의 청년정책은 “얼마를 지원할 것인가”를 넘어 “무엇을 해보게 할 것인가”를 물어야 한다.
이번 지방선거는 아홉 번째 지방선거다. 9라는 숫자는 마지막을 뜻하기도 하지만 동시에 다음 단계로 넘어가는 새출발을 뜻하기도 한다. 이번 지방선거가 과거의 경쟁과 갈등을 넘어, 국민을 위해 화합하는 지방정부, 주민을 위해 협력하는 지방정치, 그리고 지역의 미래를 책임지는 리더십의 장이 되길 바란다.
[지방정부티비유=최강 연구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