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고독 문제 해결 정부가 앞장선다

  • 등록 2021.12.03 17:4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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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장기화로 사회적 단절이 심화되며 고독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추세다. 영국에서는 진작부터 중앙정부가 적극 나서 고독사를 포함, 고독 문제 해결에 앞장서고 있다.

 

2018년 영국 정부는 고독 문제의 심각성을 방치할 수 없다고 보아 고독 문제 전담 장관을 임명했다. 고독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높이기 위해 고독 인식 주간을 운영하고 각종 행사를 개최해 고독한 사람들을 도와주기 위해 노력한다.

 

2017년 고독 문제에 대한 조 콕스 위원회(Jo Cox Commission on Loneliness)가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영국에서 “고독을 자주 혹은 항상 느낀다”고 말하는 사람이 900만 명을 넘는다.

 

테레사 메이 총리는 고독부 장관을 임명하는 자리에서 “수많은 사람에게 고독은 현대 생활의 슬픈 현실이다”라고 말했다. 영국 최대의 노인단체인 에이지UK 대표 마크 로빈슨은 고독은 하루에 담배 15개피를 피우는 것보다 건강에 더 나쁜 영향을 주지만 극복할 수 있는 문제라고 말했다.

 

고독은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는다. 신혼부부, 어린이, 장애인, 돌보미, 노인, 난민들을 고독이라는 밧줄로 옥죈다. 영국 정부가 조사한 결과 약 20만 명의 노인이 한 달 이상을 친구나 친지와 대화 한 번 하지 않고 지낸다. 많은 대학생이 다른 사람이 자신을 배척한다고만 생각하거나 다른 사람과 어울리지 못해 몇날 며칠을 방 안에 처박혀 꼼짝달싹하지 않는다. 이들의 고독은 방치하면 우울증으로 발전하고 상황은 더 심각해진다. 고독 문제는 고용주, 지역사회, 교육기관, 의료인이 함께 해결해야 할 사회적 문제이다. 사람들로 하여금 의미 있는 사회적 관계를 갖도록 지원하는 것은 개인의 신체·정신 건강에만 중요한 게 아니라 직장생활과 지역사회의 통합을 위해서도 중요하다.

 

영국 정부는 2018년 고독 문제 전략을 세우면서 고독에 대해 자유롭게 논의하고 도움을 요청하는 사회적 분위기 조성과 사회의 모든 기관과 단체가 정책 수립과 집행 과정에서 소통과 고독 문제를 고려하고 필요한 정보를 충분히 갖추도록 시스템을 만드는 것을 목표로 정했다.

 

코로나19 유행 기간 중 집에 칩거하며 발생하는 고독 문제를 해결하는 데 노력을 집중하고 있다. ‘고독을이야기해요캠페인’을 벌여 고독을 공개적으로 이야기하고 지원 방법을 찾아 안내한다. 또한 500만 파운드(79억 원)의 자금을 확보해 고독 문제 해결에 앞장서는 단체를 지원한다. 에이지UK 등 고독 관련 자선단체에 자원봉사자를 파견해 돕는다. 정부가 만든 고독해결네트워크(The Tackling Loneliness Network)에 자선단체, 기업, 유명 인사들을 참여시킨다. 고독해결네트워크는 ‘함께일어나요:고독해결네트워크행동(Emerging Together:the Tackling Loneliness Network Action Plan)’을 지난 5월에 출범해 네트워크 회원들과 정부가 코로나19로 단절된 사회를 통합하고 고독을 해소하는 활동들을 시작했다.

고독 문제 해결을 위한 재정적 지원도 풍부하다.
고독개입기금(Loneliness Engagement Fund)은 고독으로 위험에 빠진 목표 그룹을 지원하는 단체에 1만 5,000~5만 파운드(2,374만~7,913만 원)를 지원한다. 이 기금의 총 지원액은 26만 파운드(4억 1,147만 원)이다. 관계구축기금(Building Connections Fund)은 기금 규모가 1,150만 파운드(182억 원)로 영국 정부, 영국복권협회기금, 조합재단(The Co-op Foundation)이 공동 참여하고 있다. 이 기금은 지역사회 통합과 고독 문제 해결 기반을 조성하는 126개의 사업을 지원한다.

 

영국 정부는 이 외에 9개의 단체에 각각 50만~100만 파운드(7억 9,129만~15억 8,260만 원)를 고독코비드-19 지원기금(Loneliness Covid-19 Grant Fund)에서 이미 지원했다.

 

바로니스 바란 고독부 장관(Loneliness Minister)은 코로나19 봉쇄조치가 완화됐는데도 자신감을 회복하지 못해 고독으로 고통받는 사람이 많다면서 고독을 느끼거나 도움을 청할 사람 없이 홀로 고립된 사람은 누군가에게 도움을 청하고, 고독 속에 고립된 사람을 아는 사람은 지체 없이 개입해 그 사람과 접촉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역 사회에서 고독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는 소규모 자선단체와 단체들은 6월 18일부터 400만 파운드(63억 3,000만 원) 규모의 지역연결기금(Local Connections Fund)으로부터 2차 지원금을 신청할 수 있다. 영국 내 840개 이상의 단체가 1차 지원금을 받아 소규모 그룹의 사람들이 즐겨하는 각종 프로젝트 활동과 연계해 고독 문제 해결에 참여했다.

 

고독 문제 해결을 70여 단체가 연합해 고독해결네트워크를 출범시켰고 고독 인식 주간을 맞아 고독 문제 해결을 위한 다양한 사업을 진행 중이다. 그중 하나가 와츠앱(WhatsApp)에서의 챗봇 서비스인 연결연합체의 고독 문제 상담이다. 이 서비스는 고독을 느끼는 사람이 앱 상에서 07902922 08에 메시지를 보내면 Marmalade Trust, Jo Cox Foundation, Age UK, The British Red Cross 같은 단체가 제공하는 각종 고독 관련 정보와 자원에 접근할 수 있다.

 

‘고독을이야기해요캠페인’은 모든 사람이 이웃을 살펴 고독으로 힘든 사람들을 찾아 도와주는 캠페인이다. 친구, 가족, 이웃에게 전화를 하거나 편지를 쓰고 어떻게 지내는지 외로워하지는 않는지 물어보고 도움이 된다면 만난다. ‘고독을이야기해요’ 웹사이트에는 고독한 사람을 도와주는 단체들의 명단이 나와 있다.

박공식 기자 nlncm@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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