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원이야말로 공무원들이 매일매일 접하는 가장 흔한 일이면서도 가장 귀한 일이다.
왜냐하면 아무리 사소한 민원도 공무원들이 소홀히 다루면 금세 원할 원(原) 자 민원(民願)이 원망할 원(怨) 자 민원(民怨)이 되기 때문이다.
공무원이 하는 세 가지 일
100만 명이 넘는 공무원이 하는 일은 무엇일까? 크게 국민의 생명과 재산과 안전을 지키는 일, 국민들의 다양한 민원을 해결하는 일, 사회적 약자를 돌보는 일 이 세 가지로 요약되지 않을까 한다. 이 중 민원이야말로 공무원 들이 매일매일 접하는 가장 흔한 일이면서도 가장 귀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아무리 사소한 민원도 공무원들이 소홀히 다루면 금세 원할 원(原) 자 민원(民願) 이 원망할 원(怨) 자 민원(民怨)이 되기 때문이다.
이처럼 민원(民願)과 민원(民怨)은 글자 한자 차이 밖에 없지만, 그 결과는 실로 엄청나다. 과거 세종대왕은 나라가 백성들에게 가장 잘못하는 일이 무엇인지 파악하여 보고하도록 교지를 내렸는데, 그 결과는 ‘백성의 사정을 헤아리지 않는 수령의 사무처리’였다고 한다.
수령이 백성의 사정을 헤아리지 못하는 저간의 사정은 예나 지금이나 아마도 그 첫째가 관리들이 정해진 규정 을 제대로 지키지 않는 것이고, 둘째는 차일피일 미루거나 없는 조건을 달거나 힘들게 하는 것이고, 셋째는 규정만 지키는 것에 급급해 백성의 입장에서 일을 처리하지 않는 것이라고 짐작해본다.
그렇다면 정부가 국민의 요청을 풀어주어 민원(民怨)이 되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간단하다. 민원인의 ‘원망’을 사는 요인을 해결하면 된다. 보다 적 극적이고 빠르게, 원하는 것을, 원하는 곳에서 얻을 수 있도록 하면 되는 것이다. 다행스럽게도 최근의 급격한 기술발전은 이를 가능케 할 여건을 만들어주고 있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이해 진화하는 민원행정 지금 세계는 인공지능, 빅데이터, 클라우드 등으로 대변 되는 제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고 있다. 3차 산업혁명을 대표하는 인터넷이 전 세계에 확산되는데 10년이 채 걸리지 않은 것을 보면,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출 현하는 신기술들은 이보다 훨씬 빠르고 광범하게 확산될 것이다.
이러한 환경 변화에 따라 민원행정의 트렌드도 하루가 다르게 진화하고 있다. 과거에는 민원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관공서를 찾아가야만 했으나, 지금은 민원24 등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집에서 도 일을 처리할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앞으로는 ‘내가 원할 때’, 내가 원하는 서비스를‘ 내가 원하는 방식’으로 제공받는 그야말로 개개인에게 최적화된 맞춤형 서비스 시대가 열리게 될 것이다.
그 변화의 첫걸음으로 행정자치부는 금년에 인공지능 기술을 이용한 챗봇(chatbot)을 개발하여 민원 상담에 적용하고자 한다. 아직은 단순한 질의와 답변을 하는 초보적인 단계이지만, 이를 발전시키면 맞춤형 민원 컨시 어지(concierge) 서비스를 제공하는 로보 어드바이저 (roboadvisor)역할까지도 할 수 있으리라고 본다. 말하자면 모든 국민들에게 24시간 개인비서를 한 명씩 제공하는 결과가 될 것이다.
다음은 O2O(Online to Offline)이다. 온라인으로 민원을 신청하고 오프라인에서 전달받음으로써 바쁜 현대인 들의 편의를 높일 수 있을 것이다. 이미 민간에서는 교통, 쇼핑 등 분야에서 O2O를 활용한 다양한 서비스를 개발하고 있다. 일례로 미국 아마존은 스마트폰을 들고 상점에 가면 계산대를 거칠 필요도 없이 상품만 들고 나오면 아마존 사이트에서 계산이 끝나는 방식의 서비스를 시험운영 중이다.
이처럼 정부도 모바일 플랫폼을 구축해 스마트폰으로 신청한 뒤, 주민센터를 가지 않아도 가까운 아파트 관리사 무소, 편의점 등에서 이른 새벽이나 밤중에도 문서를 받아볼 수 있게 될 것이다.
한 걸음 더 나아가, 아예 민원이 발생하기도 전에 해결이 가능하다면 어떨까? 빅데이터 분석은 국민의 요구를 정확히 파악하고 선제적으로 해결하는데 기여할 것이다. 빅데이터를 통해 민원 이슈를 분석하고 수요를 조기에 파악하면 문제가 생기기 전에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이를 위해 행정자치부가 지난해 개발한 빅데이터 분석 시스템인 ‘혜안’을 최근 개편하여 공공데이터뿐만 아니라 인터넷, 트위터 등 사회관계망(SNS) 자료 들을 분석하여 지역별 현안을 파악할 수 있는 기능을 추가했다.
앞으로는 이를 더욱 고도화하여 각종 정책수단 조합의 효과를 미리 예측하거나 정책결과를 가상으로 시뮬레이션 함으로써 민원과 관련된 의사결정을 보다 합리화 할 수 있도록 발전시켜 나갈 것이다.
마지막으로, 서비스는 정부가 국민에게 제공하는 것이라 는 이제까지의 상식을 깨는 국민 참여를 통한 서비스 공동 생산도 적극 진행하고 있다. 수요자인 국민이 참여한다면 그들의 진정한 요구를 파악할 수 있고, 가장 적합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불만(民怨)은 자연스럽게 사라질 것 이다. 얼마 전부터 전 부처와 지자체들이 함께 추진하고 있는 ‘국민디자인단’은 수요자인 국민, 전문가, 공무원들이 함께 머리를 맞대고 서비스를 만들어내고 있다.
세계경제포럼 회장인 클라우스 슈밥은 그의 저서 ‘제4차 산업혁명’에서 ‘정부는 시민들이 원하는 다양한 서비스를 가장 효과적이고 개별화된 방식으로 시민들에게 제공하는 능력에 의해 평가받는다’고 하였다.
이러한 정부의 능력에 있어서 과거 세종 시대나 지금의 4차 산업혁명 시대에나 진정 중요한 것은 눈부신 첨단 기술 보다도 국민들의 어려움을 풀어주려는 공무원들의 자세일 것이다. 아무리 세상이 바뀌어도 변하지 않는 서비스의 핵심은 고객을 감동시키는 것이므로 민원(民願) 과 민원(民怨) 사이를 100만 공무원들의 ‘정성’으로 채워 국민만족 100%를 이루는 날을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