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동안 교편을 잡은 김지철 교육감은 누구보다 학생, 교사, 학부모의 마음을 잘 안다. 가정방문을 활성화시켜 학생성장발달 책임교육제를 도입하고 온 마을이 함께 참여하는 충남형 교육을 펼쳐나갈 것이다. 조용한 교육혁신을 이뤄내는 김 교육감은 상향고교평준화와, 한 명의 아이도 포기하지 않는 대한민국 모델이 되는 교육을 펼쳐나가고자 한다.
장소|충청남도 교육감실 대담|이영애 《월간 지방자치》 편집인 정리|양태석 기자 사진|황진아 기자
(인터뷰를 본격적으로 시작하기 전 이영애 편집인은 김지철 교육감에 게 EBS와 함께 기획한 본인의 저서인 《싸가지도 스펙이다》에 ‘아이들이 행복한 나라를 만들어달라’고 자필로 쓴 후 전달했다. 더불어 진정으로 마음을 교류하는 남다른 인터뷰가 되길 바랐다.)
이영애(《월간 지방자치》 편집인)_ 충청남도에 고교평준화가 도입됐습니다. 저는 평준화를 좋게만 보지 않은 사람인데요.
김지철(충청남도 교육감)_ 대체로 공부를 잘 하시는 분들이 평준화를 좀 싫어하는 경향이 있더라고요(웃음).
이영애_ 그러나 교육감님 말씀대로 상향평준화가 된다면 저는 적극 찬성입니다. 평준화를 이루면서 그동안의 소회와 심정을 말씀해주시겠어요?
김지철_ 무엇보다 우리 아이들에게 출발선이 평등한 제도를 실시하게 되어 다행이고 힘차게 사업을 펼칠 수 있는 마당이 생겨 굉장히 기쁩니다. 의회에서 대승적 판단을 해주신 만큼 가장 늦게 평준화를 시작했지만 상향평준화의 전형을 만들고 싶은 게 제 개인적인 욕심입니다. 평준화는 형식이고, 내용면에서도 교실에서 엎드려 자는 학생들을 없도록 하고 농산어촌 아이들의 뒤떨어진 기초학력을 일정 수준 이상 끌어올리도록 하겠습니다. 교육격차를 좁혀 교육수준 전반을 높이도록 하겠습니다.
이영애_ 저도 나이가 들수록 마지막은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을 하고 싶은데요. 사전 조사를 하면서 충남은 행복등교를 시작했다는데 구체적으로 무엇을 말하나요?
김지철_ 네, 좋습니다. 충남으로 오셔서 교육하세요. 그리고 보통학생들이 교통편 때문에 7시 50분에 등교했습니다. 수면권, 건강권도 문제지만 너무 고단하게 사는 게 안타까웠어요. 이에 아이들이 즐겁고 행복하게 학교에 갈 수 있도록 등교시간을 조정해주자는 차원에서 41만명의 학생, 학부모, 교사들을 대상으로 전체 설문조사를 실시했습니다. 그 중 60%가 8시 30분에서 9시 사이에 등교시간을 조정하는 것에 찬성해 3월부터 91.6%의 학교가 시행중입니다. 그게 바로 행복등교시간인데요. 특히 어머니들이 참 좋아하십니다.
이영애_ 사실 초등학생은 9시에 등교해도별 문제가 없을 것 같은데요.
김지철_ 맞벌이 가정은 애들을 일찍 보내길바랍니다. 일단 행복등교시간을 운영한 후 한 달 정도 지난 후 어떤지 반응을 조사하고 보완해 나갈 계획입니다.
이영애_ 이재정 경기도 교육감님도 9시 등교제를 도입해 시행하고 있는데, 반응이 아주 좋은 것 같습니다.
김지철_ 아이들 입장에서 바라보면 더할 나위 없이 좋죠.
이영애_ 중학교 야간 귀가 차량비도 지원하시는데, 교육감님의 히트작이라 할 수 있겠네요. 특히 딸을 둔 학부모 입장에서는 정말 반가울 것 같습니다.
김지철_ 귀가차량비 지원은 농어촌 학교의 방과 후 교육활동을 활성화해 교육력을 제고하기 위한 사업입니다. 방과 후 활동이 끝나고 대중교통 수단으로 귀가하기 어려운 학생들에게 택시비 또는 임차 차량비를 지원하는 것입니다. 읍·면지역 중학교 61개교에 4억1000만 원을 지원합니다. 2조7000여억원이라는 전체 예산 중 인건비를 빼면 불과 몇 천억원의 예산이지만 그중 몇백 분의 일 수준이니까요. 충분히 지원할 수 있습니다. 충남은 3분의 2가 농산어촌으로 돼 있어 교사들이 저녁식사까지 챙겨주고 아이들 공부를 시켜주는데 교육청이 교통비 정도는 지원해야죠. 8년의 교육의원 생활 동안 양질의 교육과 교육 기회를 균등하게 제공해야 한다고 주장했는데요. 하반기가 되면 유치원이나 초등학교 저학년을 대상으로 등하교 버스를 전국 최초로 지원할 것입니다. 농산어촌 교육이 활성화돼야 지역경제가 살아납니다. 학교 통폐합이 능사가 아니에요. 특히 시골학교는 그 지역의 정신적·문화적 구심체이고, 지역활성화의 중요한 매개 역할을 합니다. 학교를 잘 유지하고 학생들이 학교에 잘 다니도록 등하교 버스를 지원할 것입니다.
이영애_ 안희정 도지사님과는 마음이 맞으셔서 급식 문제는 전혀 문제가 안될 것 같은데요.어떠세요?
김지철_ 그럼요, 충남 급식은 전국 최고 수준입니다. 무상급식외에 농어촌 작은 마을 살리기, 작은 학교 살리기 등에도 도지사님과 협조가 잘되고 있습니다.
이영애_ 한 편에서는 무상급식을 포퓰리즘이라고 이야기하는데요. 어떤 입장이신가요?
김지철_ 중학교까지는 의무교육이고 의무교육은 무상교육입니다. 법으로 돼 있지요. 그럼 당연히 급식도 무상으로 하는 게 맞습니다. 급식은 교육의 일부거든요. 2010년 이후 무상급식이 우리 사회의 대세가 되었습니다. 또 유상급식으로 바꿔 남은 돈으로 더 어려운 아이를 지원한다고 하는데, 그건 교육 현실을 너무 모르고 하는 소리에요. 제가 현직 교사 시절 어려운 아이에게 급식비 바우처를 지원하려고 했는데, 울면서 뛰쳐나가버리더군요. 지금도 기억이 납니다.
이영애_ 급식도 교육의 일부라는 말이 와 닿네요.
김지철_ 저는 시골 출신이라 그런지 ‘사람은 먹는 것을 하늘로 삼아야 한다(民以食爲天, 민이식위천)’는 말을 믿고 있습니다. 또한 제가 대학 진학 전 택시 운전을 할 정도로 경제적으로 어려웠는데요. 교과서도 무상으로 하는데, 무상급식을 반대하는 건 교육현장을 너무 이해 못하고 애써 외면하는 것입니다. 복지 재정이 어렵다고 하면 어떻게 건전재정으로 갈 수 있을지 정치인과 행정가들이 고민해야죠. 비를 맞아도 같이 맞자는 것입니다.
이영애_ 교육계에 오래 계셔서 애로사항을 참 많이 아시는 것같습니다. 교육감님께서 한 생명도 놓치지 않겠다는 말씀이 와 닿는데요. 어떤 맥락에서 하신 말씀이신가요?
김지철_ 단 한 명의 아이도 낙오시키지 않고, 포기하지 않고, 소외시키지 않고, 학업중단을 시키지 않겠다는 말입니다. 시골의 작은 학교는 6~7명밖에 안 돼 개인 과외를 하듯이 교육을 시킬 수 있는데요. 학생들의 머리도 쓰다듬으며 10~15분이라도 진지하게 상담하면 좋겠어요. 북유럽과 독일이 참 잘하고 있는데 충남은 어떻게 하면 좋을지 책도 보고 EBS 방송도 참고하면서 다양한 아이디어를 얻고 있습니다.
이영애_ 정책 제안 하나만 해주세요.
김지철_ 학교가 학생 개개인의 신체적·정신적 성장과 발달을 체계적으로 지원하는 개별화 교육인 ‘학생성장발달 책임교육제’를 혁신학교 중심으로 도입할 것인데요. 예를 들어 아이에게 어떤 공부를 하고 싶냐고 물으면 답변을 할 것이고 그 이유를 빼곡히 정리하는 것입니다. 저도 총각 교사 시절 학생들과 상담을 하고 3~4줄씩 꼭 메모를 했는데요. 가정방문을 숱하게 하면서 길을 가다가도 부모들을 만나면 막걸리 한잔하면서 학생들을 어떻게 지도하면 좋은지 자문을 하고 부모들로부터 학생지도에 필요한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이영애_ 학생성장발달 책임교육을 펼치는데, 정부가 법제화시켰으면 하는 게 있나요?
김지철_ 법제화도 시켜야겠지만 정책 연구가 필요합니다. 이번에 학생성장발달 책임교육제 용역을 진행해 핀란드, 스웨덴, 강원도교육청의 사례를 연구했는데요. 젊은 교사들은 학부모를 만나는 걸 굉장히 두려워하는데, 교장선생님이 학부모를 잘 상대하는 법을 가르쳐줘야 합니다. ‘행복한 학교 학생 중심의 교육’이라는 충남교육 비전을 이루는데, 자유교육의 선구자인 프란시스코 페레가 100여 년 전에 “아이들을 꽃으로도 때리지 말라”고 했듯이 이 교육을 펼치고 1년 후 겨울방학 때 실천사례를 모아 자료집화하고 이걸 잘 진행하면 교육 본질에 더 접근할 수 있을 것입니다. 조선시대 서당식 교육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영애_ 요즘도 가정방문을 많이 하나요?
김지철_ 한때 민폐가 된다고 금지시켰는데, 충남에서는 적극 장려하고 있습니다.
이영애_ 혹시 제가 사라지면 핀란드에 가서 연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계십시오.(웃음)학부모들에게도 열심히 하고 있다고 한 말씀해주세요.
김지철_ 대한민국 공교육은 여러 가지로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대통령님의 표현대로 비정상화의 정상화를 교육계에도 이뤄야 합니다. 교육혁신과 학교혁신에 답이 있습니다.
이영애_ 교육혁명까지 가야 하지 않을까요?
김지철_ 가장 멋지죠. 그러나 도민들이 불안해하는 교육 변화를 이루기 보다 소리 소문 없는 교육 변화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충남형 혁신학교인 ‘행복나눔 학교’를 통해 이를 실현하고자 합니다. 그러려면 충남 학부모와 도민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절실합니다. 마을이 함께 하고, 지역사회가 함께 하는 충남교육을 올바르게 혁신시켜나가는데 지역사회와 학부모들의 적극적인 동참을 기대합니다. 충남교육이 잘할 때는 크게 격려
와 응원해주시고 잘못했을 때는 회초리를 들어주십시오.
이영애_ 교육감님의 생각이 대한민국 곳곳에 큰 교육으로 남기를 기대하면서 이곳까지 온 보람이 있는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