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후보 관련 뉴스의 말미에는 매일 수십만 건의 댓글이 붙는다. 댓글 대부분 상상할 수 없는 수준의 불만을 드러내거나 자기 마음에 들지 않는 후보나 정당을 공격하기도 하지만 긍정적인 의견 또한 적지 않다.
그렇다면 일반인들이 대선후보에 대해 긍정, 혹은 부정 댓글을 다는 이유가 무엇일까? 뉴스메이커인 대선후보에 대한 호불호일까? 아니면 익명성과 저급성을 이용해 자신이 인정받고자 하는 욕구일까? 전국 언론사의 댓글을 실시간으로 분석하고 있는 인터넷 신문, tvU(The voice of US)의 ‘데이터 랩’에 드러난 댓글 심리학을 통해 4명의 대선후보에 대한 이미지를 분석해 본다.]
hyun*** 떳떳하게 국민 앞에서 자기 입으로 자기 목소리로 포부 밝히고 정치 시작하세요!
―윤석열 전 총장에게 붙은 댓글 중에서
지난 6월 8일 03시 02분 동아일보에 「윤석열, 국민의 힘 의원 30여 명 모임 가려다 취소」했다는 제목의 기사가 떴다. 이 기사에 따르면 윤 전 총장은 최근 본인의 뜻이 야당 의원들에 의해 다르게 해석돼 알려지는 것에 대해 우려를 표하며 국민의 힘 정진석 의원과 김무성 전 의원을 주축으로 꾸려진 공부 모임인「열린 토론, 미래」의 조찬 모임에 참석을 보류했다고 했다. 이를 두고 당 관계자는 “윤 전 총장이 당분간 입당을 보류하며 국민의힘과 거리를 두는 게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왔다고 전했다. 윤 전 총장은 전, 현직 의원 30명이 참여하는 이 모임에 참석해 이들을 만날 예정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면서 윤 전 총장이 조찬 모임에 참석하려 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국민의힘 내에선 원내에도‘윤석열계’가 태동해 꿈틀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고 했다. 이 기사에 붙은 댓글은 1,200여 개, 이 가운데 기사가 마음에 든다는, 그러니까 윤석열 전 총장을 힐난하는 내용이 999개, 그 반대의 댓글은 173건에 그쳤다. 기사 말미에 붙은 댓글 첫 장은 아래와 같았다.
“이렇게나 조심하는 게 보이는데 뭘 하갰다고, 떳떳하지 못하니, 넌 그룻이 아니야,”
“간이나 본다고 감히 윤가가 대통령이 될 수 있을 것 같더냐? 썩열아 여가까지다!”
“앞에서 떳떳하게 국민 앞에서 자기 입으로 자기 목소리로 포부 밝히고 정치 시작하세요,”
“윤석열이 뭐라고 저러나, 안하무인에 공감 능력도 없고 청문회 보니 검사가 아니라 깡패더만...”
“더불어 좌빨들과 선동매체들이 유승민이 사육한 요괴 준석이의 혀를 빌려 윤석열을 잡고 국민의 힘을 해체한다.”
“간철수 저리 가라네, 도대체 정치선언도 하기 전에 뒷방 정치질이 웬말인가. 도대체 뭘 하겠다는 거야”
이른바 윤 전 총장의 노쇼(no show)에 대한 기사에 붙은 비난성 댓글은 첫 장에서부터 비슷한 내용으로 이어진다. 왜 그럴까? 야권 대선 후보 여론조사 1위를 달리는 사람에게 왜 이렇게 비아냥대는 댓글이 달리는 것일까? 댓글을 다는 사람들의 정치적 편향일까? 그럴 수도 있지만, 상황은 그리 간단하지 않은 듯 보인다. 윤 전 총장이 국민 앞에-그러니까 기자들 앞에-당당하게 모습을 드러낸 것은 지금까지 딱 한 번, 지난 4월 7일 재보선 선거 당시 그의 아버님을 모시고 투표장에 나왔을 때였다. 그는 정치적인 발언을 자제했지만, 신성한 투표 행위를 통해 자신의 정치적 메시지를 전 매스컴을 통해 국민에게 알렸다. 그러나 그 후 거의 2달여 동안, 윤 전 총장은 대선 여론조사에서 1~2위를 달리면서도 국민 앞에 자신을 공개하는 행보를 하지 않았다. 최근 들어 그가 국민의힘 (그의 초등학교 동창으로 알려진) 권성동 의원과 5선인 정진석 의원, 경제학 박사 윤희숙 의원 등을 차례로 만났다는 사실이 알려졌고, 평당원으로 입당한다는 기사까지 나와 입당 시기까지 거론됐었으니, 국민의힘 의원들의 조찬 모임에 나가지 않는다는 기사는 윤 전 총장이 이랬다저랬다 하는 사람이라는 생각을 떠오르게 하기에 충분했다. 더구나 윤 전 총장의 활동은 거의 측근을 통해, 혹은 자신의 지인을 통해 간접적으로 알려지는 것뿐이었다. 여기에 윤 전 총장은 측근을 통해 국민의힘 입당은 결정된 바 없다는 발표까지 하게 함으로써 일반인들에게 “어라? 윤 전 총장이 자신이 없는 거 아냐?”라는 생각이 들게 하였으니, 비방 댓글을 줄줄이 달리게 한 빌미를 준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몰랐다.
필자로선 확인할 길이 없지만, 만약 사전에 참석하겠다는 약속을 하고 취소했다고 한다면, 왜 그런 일이 벌어졌을까? 왜 야권 대선 후보 1위를 달리는 사람이 갑자기 브레이크 밟고 후진하는 걸까? (순전히 필자 생각이지만) 혹시 이런 대화가 오고 가지 않았을까?
“의원들이 공부하는 조찬 모임인데 어떻습니까? 오셔서 고견을 들려주시고, 의원들도 만나시죠.”
“그래요? (어차피 입당할 건데) 나쁠 것도 없지요.”라고 약속했다가 상황이 바뀐 건 아닐까. (이를테면 국민의 힘 당 대표 경선과 맞물려) 가까운 참모로부터 참석하지 않는 게 좋을 듯하다는 조언을 받아들이고 참석 약속을 번복했을 수 있다. 혹시 윤 전 총장이 정치의 영역을 너무 쉽게 생각하는 건 아닐까? 정치는 다른 사람이 보기엔 쉬워 보이지만 가면 갈수록 복잡하고 미묘해 아무리 뛰어난 정치인도 정무적 판단을 내리기가 어렵다고 한다. 정치인뿐이겠는가. 한 번 어긴 약속으로 신뢰를 회복하는 데까지는 10번의 약속을 지켜야 한다고 한다. 그가 이랬다저랬다 한다는 정치적 이미지가 형성된다면, 향후 이는 윤 전 총장에게 큰 정치적 부담이 될 것이다. 일반인들이 윤 전 총장의 기사에 덧붙인 부정적 댓글은 따라서 윤 전 총장의 정무적 판단을 도와줄 수 있는 캠프-작든 크든-가 빨리 꾸려져야 한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