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국회 청년 대표성이 매우 낮은 수준으로 나타났다. 한국은 2018년 기준으로 30세 미만 의원이 한 명도 없었으며, 2020년 총선에서도 불과 2명이 당선되어 전체 구성으로 보자면 비율은 매우 미미한 0.7%였다. 이에 입법조사처는 우리나라의 청년층 정치대표성 확대를 위한 제도개선 방안으로 △비례대표제 확대 △피선거권 연령 인하 △청년할당제 도입 등을 제시하고, 민주시민교육 확대가 함께 이루어져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러한 내용은 국회 입법조사처가 2020년 11월 발간한 ‘국제통계 동향과 분석’ 제14호에 실렸다.
청년 정치대표성이란 의회를 구성하는 의원의 출신지역이나 성별, 연령층이 실제 그 나라의 인구구조와 얼마나 유사한지를 말한다. 의회가 과연 실질적으로 국민을 대표(represent)하고 있는지 측정하는 척도라고 할 수 있다. 입법조사처는 국제의원연맹(IPU) 2018년도 보고서를 분석하여, 각 나라 청년층 실제 인구 비율과 의회 의원 구성비 사이 괴리가 큰 현상은 공통적으로 나타나지만 특히 아시아권을 중심으로 두드러진다고 지적했다. 유럽과 미주(북아메리카+남아메리카) 대륙은 상대적으로 청년세대 의원 비율이 높았다.
30세 미만 의원 비율은 북유럽 국가인 노르웨이 13.61%, 스웨덴 12.32%, 핀란드 10%가 상위권에 속했다. 인구 3만4천여 명을 가진 남유럽 소국(小國) 산마리노(San Marino)와 아프리카의 잠비아(Zambia)도 각각 11.67%와 10.34%를 보였다. 기타 주요국의 경우 프랑스 5.5%, 독일 2.54%, 영국 1.91%였다. 한국과 미국, 일본은 조사 당시인 2018년 기준으로 30세 미만 의원이 한 명도 없었다.
청년층 범위를 40세 미만이나 45세 미만으로 넓혀 잡아도 한국은 각각 2.3%(143위)와 6.3%(143위)로 아시아 지역에서도 가장 낮은 국가군에 속했다. 청년 의원 비율이 높은 덴마크는 40세 미만 의원이 41.34%, 45세 미만 의원이 53.63%로 매우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이 밖에 핀란드, 노르웨이, 스웨덴 등 북유럽 국가에서 3040 의원 비율이 높았고, 선거에 입후보할 수 있는 나이인 피선거권 연령이 낮을수록 청년의원 비율이 높았다.
또한 청년의원 비율은 지역구 중심의 다수제보다 비례대표제를 채택한 국가에서 높게 나타났다. 다수제는 지역별 선거구마다 최다 득표자순으로 후보를 선출하는 방식이고, 비례대표제는 정당에서 명부를 작성하고 유권자는 사람이 아닌 정당에 투표하는 방식이다. 일반적으로 비례대표제는 성비, 연령대, 직능대표 할당 등을 통해 상대적으로 다양한 사회적 배경을 가진 후보자들을 고려하는 경향이 있어, 국민 의사가 덜 왜곡되는 장점이 있다.
물론 한국도 국회의원 선거에서 비례대표제(전국구·정당투표)를 병행하고 있으나 여전히 지역구 의석 비중이 높다. 현재 국회 정원 300명 가운데 253명이 지역구이고 비례대표는 47명에 불과하다. 이른바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한 21대 총선에서는 더불어민주당과 미래통합당이 ‘비례용 위성정당’인 더불어시민당과 미래한국당을 창당하여 비례대표에 배분된 군소정당 몫까지 모두 가져가는 바람에 연동형 제도의 도입 취지가 퇴색되기도 했다.
청년할당제를 실시하는 나라도 있었다. 필리핀은 비례대표 공천 시 청년과 여성 합쳐 50%를 채워야 한다. 르완다, 모로코, 케냐, 우간다 등은 전체 의석 가운데 청년층이 일정 비율을 차지하도록 못박고 있다.
보고서는 청년층이 인구 구성에 비해 각국 의회에서 과소 대표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과소대표 현상이란 특정 집단의 인구 비율에 비해 해당 집단을 대표하는 의원 비율이 적은 현상을 말한다. 과소대표 현상의 존재는 한편으로는 다른 집단이 과대대표 되었음을 보여준다. 실제 인구 비율과 국회 구성이 과도하게 어긋난다면 민의(民意)가 왜곡될 우려가 있다.
동시대 현안으로 꼽히는 기후변화, 식량문제, 주거, 교육문제 등은 장기적으로 청년층에 지속적 영향을 미치는 정책 사안이므로, 청년세대 의견을 반영하는 제도적 통로가 마련되지 않는다면 세대간 불평등과 갈등이 심화될 수 있다. 보고서는 선거제도 개선, 피선거권 연령 하향, 할당제 등을 통해 청년 대표성의 괴리를 보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티비유=선승범 기자]